새해 '만사형통(萬事亨通)' 기원...서예와 춤 한무대에 오른다

이은주 2022. 12. 2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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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김병기 총감독 공연
31일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
홍화영 두댄스그룹과 콜라보
서예, 무용, 음악, 영상 융합
2014년 루마니아 알렉산드르 이오안 쿠자 국립대에서 열린 서예공연의 한 장면 [사진 김병기]
2020년 전북대에서 열린 서예 시연 장면. 사진 김병기
2015년 서울 국립국악원에서 한국 두댄스그룹, 헝가리 무용단과 함께 한 서예공연 커튼콜.[사진 김병기]

2023년 새해 첫날을 하루 앞두고 생명과 인연의 소중함을 무대에서 서예와 무용으로 표현하는 공연이 열린다. 서예가 김병기(68) 전북대 명예교수와 무용가 홍화영 두댄스그룹 대표가 31일 전북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함께 여는 '사이(間)-틈새와 인연'이다. '필가묵무(筆歌墨舞), 즉 붓의 노래 먹의 춤'인 서예와 역동적인 몸놀림으로 내면의 뜻을 표현하는 무용이 함께 어울려 희망찬 새해를 염원하는 무대로 눈길을 끈다.

김 교수는 20년 전부터 "서예는 단 한 번의 필획으로 작품을 창작하는 예술이란 점에서 오히려 소리와 동작으로 작품을 창작하는 음악이나 무용과 더 관련이 깊은 예술"이라고 말해왔다. 또 서예의 무대 공연 가능성에 대해 연구하고 실제로 공연도 여러 차례 시도해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4년 '서예의 무대공연 가능 근거에 대한 연구'(동양예술학회, 『동아시아 문화와 사상』11집, 2004)를 발표했고, 2009년 '서예의 무대공연 시안(試案) 연구'(대한무용학회, 『대한무용학회 논문집』제60호)도 발표했다. 이어 2010년 전주 한벽극장에서 '김병기의 필가묵무' 공연, 2014년 루마니아 알렉산드루 이오안 쿠자(Alexandru Ioan Cuza) 국립대에서도 서예 공연을 무대에 올렸다.

이번 공연의 총감독을 맡은 김 교수는 "이전의 공연은 서예 퍼포먼스와 무용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다"며 "이번 공연은 LED 영상을 통해 3차원 공간에서 서예와 무용이 동시에 만난다"고 설명했다. 공연에 앞서 김 교수가 큰 붓으로 글씨 쓰는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편집했고, 안무가는 서예 퍼포먼스 영상의 리듬에 맞춰 안무를 짰다. 무대 위에선 붓의 움직임, 종이에 먹이 스며드는 장면과 사계절을 담은 영상과 음악, 무용이 하나로 어우러질 예정이다.

오는 31일 전북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리는 '사이' 공연 포스터. [사진 김병기]
전북대 중문학과 교수를 역임한 서예가 김병기 명예교수. 사진 김병기

이번 공연은 주제 '사이'에 맞춰 ‘추위 속에서 매화 향은 피어나고( 梅經寒苦發淸香)' 등 5개 장으로 구성했다. 김 명예교수는 "‘사이(間)’는 물리적 간격인 ‘틈새’를 뜻하기도 하고, 관계 즉 ‘인연’을 뜻하기도 한다"며 "모든 생명은 ‘사이’에서 잉태된다. 이번 공연에서 문장과 운필, 그리고 춤을 통해 무한한 생명을 잉태하는 ‘사이’의 의미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섯 문장 중 네 문장은 미리 쓰며 촬영했지만, 마지막 문장은 그가 직접에서 가로 2m, 세로 8m에 달하는 대형 한지에 써내려갈 예정이다. 음악과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멈춰버린 정적 한가운데 종이 위에서 춤추듯 움직이는 서예가의 몸, 붓의 움직임과 소리가 주인공이 되는 순간이다. 이때 그는 한글로 '뜻대로 이루소서'를 먼저 쓰고 이어 한문으로 '만사형통(萬事亨通)'을 써내려간다. 김 명예교수는 "혼신의 힘을 다하되 몸이 유연해야 붓끝까지 내 기운을 전해 나긋나긋한 움직임으로 글씨를 쓸 수 있다"며 "지난 20년간 태극권을 해오며 체력을 키우고 몸을 부드럽게 하는 훈련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붓끝을 움직이며 써내려가는 동작 자체에 리듬이 있다. 몸이 부드러울수록 탄력을 많이 받고 필력이 살아난다"며 "이때 동작은 무용의 춤사위와 맥이 닿는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서예는 어수선한 시대에 더욱 환영을 받아야 할 수렴과 성찰의 예술"이라며 "이번 공연으로 모든 관객에게 ‘만사형통’할 수 있는 새 기운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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