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아이 돌보며 새벽축구도 하는 '워킹대디', 그 비결은?
[손은아 기자]
- 직장 출근 후 쉬는 시간에 육아 앱으로 금랑이의 수면, 식사 패턴 확인하기
- 아내와 1~2번 통화하기
- 5시 퇴근 후 30분 정도 금랑이와 놀아주고 목욕 시키기
- 저녁식사 후 금랑이가 자기 전까지 놀아주기
- 9시 쯤 재우고 10시~12시 쯤 수유
- 설거지를 하고 분유 포트에 물 채우기
- 육아 퇴근 후, 아빠 일기를 쓰거나 아내와 술 한잔 하기
일하며 금랑이(태명)를 육아하는 아빠, '워킹대디' 오세호씨(34)의 일과다. 한 방산업체 커뮤니케이션팀에서 재직 중인 그는 5시 퇴근이 가능해 이후 시간에 오롯하게 육아에 임할 수 있다고 한다. "직장에서 미리 아이의 하루 루틴을 확인하는 것이 퇴근하고 육아에 연착륙하기 쉬운 방법"이라는, 금랑이 아빠. 6개월에 접어든 아들 육아에 꽤나 능숙해 보였다.
▲ 오세호씨가 블로그에 올린 아빠 일기 |
ⓒ 화면캡처 |
그는 "부부가 각자 혼자서도 아이를 돌볼 수 있으면 아내와 저는 따로 1박 여행을 갔다 올 수 있고 새벽에도 축구공을 차고 올 수 있는 것"이라며 "이것이 스스로를 지키는 육아"라고 설명했다.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려면 스스로가 상대 없이도 육아를 해낼 수 있어야 '나의 시간'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6개월차지만 베테랑 같은 '금랑이 아빠'와 지난 16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금랑이의 뜻부터 물었다.
"금랑이는 태명이고 본명은 윤우예요. 아버지가 금덩어리 줍는 태몽을 꾸셨고, 윤우가 호랑이해에 태어났어요. 태명이니까 흔한 것 말고 독특하게 지어주고 싶었어요."
남다른 태명은 남다른 육아로 이어졌다.
"나중에 아들이 사랑을 듬뿍 받았다고 느끼길"
- 150편에 달하는 아빠 일기부터 일반적이지는 않다. 왜 블로그에 '아빠 일기'를 쓰기 시작했나.
▲ 오세호씨와 아빠 일기. 테블릿PC로 작성한 일기는 핸드폰으로 연동된다. |
ⓒ 손은아 |
"처음엔 대학교 교양수업에서 내용을 접했어요. <유부녀의 탄생>, <닥터 앤 닥터 육아일기>와 같은 웹툰을 보면서 육아 선배들 이야기를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었고요. 실제 육아를 할 때는 책을 보면서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다'는 것을 알았고, 이후에는 세계보건기구(WHO)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의 자료를 살폈어요. 또 어머니, 장모님이 갖고 계신 생활의 지혜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정보를 찾을 방법은 사실 되게 다양해요."
- 최근 올린 일기에 '나를 지키는 육아'가 있던데, 구체적인 의미를 설명해달라.
"출산 전부터 생각했었는데, 육아를 하면 내 삶을 포기하고 아이를 위해 살아야 한다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요. 여기에 근본적으로 의문을 가졌던거죠. '나를 지키는 육아'는 내 삶을 지키면서 아이와 함께 성장해간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러려면 나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부부가 혼자서도 아이를 돌보고 가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전제돼야 해요. 저희 부부는 (육아나 가사에) 역할을 나누지 않아요. 역할을 나누게 되면 한 사람이 없을 때 빈틈이 생기게 되니까, 누군가는 개인 시간이 생겨도 사실 그 시간을 즐기기 어려울 수 있거든요. 아내와 저는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미리 공유하면서 각자의 시간을 갖는 편이에요. 서로 많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해하고 배려해주려고 노력하죠."
- 아빠와 엄마의 개인 시간에는 무엇을 하나.
▲ 오세호씨와 아내, 윤우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 |
ⓒ 오세호 제공 |
- 초보 아빠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어떤 말을 건네주고 싶나.
"다른 것보단 일단 아내한테 잘하는 게 먼저예요. 초보 아빠면 (아내가) 출산한 지 얼마 안 됐을 거잖아요. 산후 우울증이 올 수도 있고 신체적인 변화가 있어서 아픈 곳도 많아요. 그걸 모르면 상대방이 왜 그런지 이해를 못 하니까 관계가 더 악화될 수도 있죠. 아내가 가장 힘들 때 잘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 평생 힘들 거예요(웃음).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가 갑자기 많이 운다든지 예외적인 상황이 생길 수 있어요. 이럴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미리 공부해두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아내와 아이 앞에서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겠죠."
- 나중에 아빠 일기를 볼 아들 윤우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가.
"그때도 윤우가 잘 크고 있을 거라고 믿고, 엄마 아빠도 많은 사랑을 주고 있을 테니까, 건강하고 바르게 잘 커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싶어요. 다른 건 크게 바라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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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기자만들기> 수강생이 취재해 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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