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 연임 향방은…기회 요인과 리스크(종합)
현직 대표 연임 우선심사 관련
국민연금공단 반대 기조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셀프 연임, 황제 연임 우려를 해소하고 주주가치에 부합해야 한다."
서원주 신임 국민연금공단 기금이사(기금운용본부장)은 27일 취임하며 이같이 말했다. 특정 회사를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KT를 두고 하는 말이다. 3년간 KT를 진두지휘한 구 대표는 성공적인 체질 개선과 양호한 실적을 평가 받으며 연임에 큰 걸림돌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KT 수장이 바뀌었던 과거사와 비춰봐도 민영화된 KT에 더이상 정치적 외압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명분도 있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절차적 공정성 시비, 구 대표 개인을 둘러싼 검찰조사 등 난제도 산적해 있다.
구현모 연임 낙관론 ‘KT맨·시총 10조·노조도 지지’
구 대표는 1987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으로 KT와 첫 연을 맺었다. 경영전략 담당, 비서실장, 경영지원총괄 사장 등 요직을 거치며 30년 넘게 KT에서 근무한 ‘KT맨’이다. 취임 후 구 대표는 탈(脫)통신을 화두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DX) 등 기업간거래(B2B) 분야를 강화했다. 현대백화점 계열 HCN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 성과도 챙겼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성공 등 미디어·콘텐츠 부문서도 성과를 냈다.
KT의 2022년 상반기 매출은 총 12조5899억원, 영업이익은 1조858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기업가치도 덩달아 높아졌다. 구 대표가 KT를 지휘한 뒤 주가는 약 35% 뛰었다. 시가총액 역시 현재 9조4000억원가량으로 10조원에 육박한다. 주가가 고점을 찍었던 지난 8월 한 때 시총 10조의 벽을 깨기도 했다.
KT 직원 1만6000명이 가입된 제1 노조 역시 최근 구 대표 연임을 공식 지지하고 있다. 새 후보가 외부 추천을 통해 들어와도 구 대표의 3년 성과를 능가하는 실적을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만만찮은 비관론 ‘셀프연임·위법행위·통신사고’
구 대표가 넘어야 할 최대 관문은 ‘셀프연임’ 논란이다. KT의 최대주주는 지분 10.35%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다. 지분 5% 이상 주요주주는 신한은행과 영국계 투자사 실체스터 인터내셔널 인베스터즈 뿐이다. 나머지 57.4% 지분은 소액주주가 들고 있다. 서 국민연금공단 기금이사는 "이사회 내부에서 기회를 차별하거나 외부인 참여를 제한할 경우 주주들은 한 사람에 대한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역시 같은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구 대표 본인의 정치·사법 리스크도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1월 구현모 대표 등 임원 10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회계처리 부실로 630만달러(약 75억원)의 과징금도 물었다. KT 임직원들의 부적절한 정치후원금 제공, 베트남 정부사업 수주를 위해 대가성 금품 제공 의혹 등이 문제가 됐다. 법원은 지난달 구 대표에게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구 대표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다만, KT는 금고형 이상일 경우에만 사임 권고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직접적인 결격 사유는 아니다. 이 외 구 대표가 정작 본업인 통신부문은 투자를 줄이는 등 도외시한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황창규 제외하면 모두 연임 실패
역대 KT CEO 중 연임에 사실상 성공한 사람은 전임인 황창규 전 회장뿐이다. 황 전 회장은 당시 CEO 추천위원회의 연임 적격 판단을 받아 3월 주총에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올랐다. 이에 앞서 이석채 전 회장, 남중수 전 사장은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정권 교체기 속 배임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불명예 퇴진했다. 이번에도 정치적 외풍을 피해가기 어렵지 않겠냐는 자조섞인 비판도 나온다.
30년 이상 통신업계에 종사한 한 원로급 인사는 "구 대표 선임 당시에도 지금의 야당 계열 인사가 강한 지지를 선언하는 등 정치권의 입김이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니다"라며 "민영화 20주년을 맞은 KT가 정치 외압에서 벗어날 필요는 있지만 현 사외이사들의 면면을 살펴볼때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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