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해고 바람에도 탄탄한 美노동시장…파월은 달갑지 않다
미국 테크 기업에서 해고된 직원들 10명 중 8명이 3개월 이내에 재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일할 사람을 필요로 하는 기업이 훨씬 많다 보니, 이른바 미국 빅테크발(發) '감원 바람'이 미풍에 그치는 모습이다. 좀처럼 식지 않는 미국의 노동시장에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벌이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구인·구직 사이트 집리크루터의 설문조사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최근 테크 기업에서 해고 또는 계약 종료된 노동자의 79%가 새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한 지 3개월 이내에 재취업에 성공했다. 37%는 재취업까지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이 조사는 지난 10월 기준 최근 6개월 이내에 새 직장을 구한 255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새 직장을 찾기까지 반년 이상 걸린 노동자는 5%에 불과했다. 지난 2월 조사(26%)에서 큰 폭으로 줄었다. 이는 메타·아마존·트위터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 해고 대란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구인난에 시달리는 기업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줄리아 폴락 집리크루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테크 업계에서 광범위한 해고, 고용 동결, 비용 절감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분야 노동자들이 놀랄 정도로 빠르게 재고용되고 있다”며 “기술을 가진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많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활황은 물가를 낮춰야 하는 Fed에게 달갑지 않다. 낮은 실업률과 높은 임금 상승률은 서비스 물가 오름세에 부추기기 때문이다. Fed는 내년엔 급격한 경기 침체를 피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둔화시킬 수 있는 수준으로 실업률이 현재보다 소폭 오르길 바라고 있다.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Fed가 제시한 내년 실업률 전망치는 4.6%다. 올해(3.7%)보다 0.9%포인트 높지만, 6%대까지 치솟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다.
경기침체 우려에도 미국의 노동시장이 식지 않는 이유는 노동인구 자체가 크게 줄어든 탓이 크다. 일할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기업들이 높은 연봉과 임금 상승률을 앞세워 인재 확보에 나서는 것이다. 노동인구 감소 원인으로는 조기 은퇴 근로자의 증가, 합법 이민자 감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질병 증가 등이 꼽힌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노동 참여 인구는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350만명 적다. 코로나19로 사망한 노동연령층은 40만명에 달하고, 합법적 이민자 수도 100만명 감소했다.
그나마 서비스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축인 미국 집값이 하락세를 보인다는 점은 Fed에게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이날 글로벌 시장지수 제공업체 ‘스탠더드앤푸어스(S&P) 다우존스 인덱스’에 따르면 미 주요 도시들의 평균 집값 추세를 측정하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10월 기준으로 전월 대비 0.5% 떨어졌다. 4개월 연속 하락세다. Fed가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면서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이자도 같이 오른 영향이다. 특히 집값이 비싼 라스베이거스(-1.8%), 샌프란시스코(-1.7%), 피닉스(-1.6%) 등 미 서부 도시에서 큰 하락 폭을 보였다.
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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