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일기를 멋진 에세이로 만드는 비결
[박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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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풍부한 어휘와 문법에 충실한 문장이 가득한 글'보다 '비문투성이지만 재미있고 통찰력 있는 글'을 더 높게 평가한 대목은 많은 글쓰기 지망생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기에 충분하다. 물론 문장력이 뒷받침되면 더 좋겠지만 독자들은 문장력이 뛰어난 글보다는 '독창적이고 재미나며 정보가 많이 담긴' 글을 더 좋아한다. '새롭고 재미난 글'이라면 독자들은 맞춤법이나 문법 오류와 같은 자잘한(?) 문제쯤은 충분히 이해해줄 수 있는 관용을 베풀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모두 '소설 같은' 인생을 살아왔다. 그런데 왜 우리는 모두 소설가나 수필가가 될 수 없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소설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드라마틱한 순간'을 잡아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본인이 겪은 순간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글쓰기' 실력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심을 가득 담아서 마지막 이유를 덧붙이자면 <방구석 일기도 에세이가 될 수 있습니다>를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구석 일기도 에세이가 될 수 있습니다>는 글감 찾는 법, 지식과 정보를 알려주는 방법, 제목 정하는 방법, 유머의 기술, 퇴고하는 법, 합평 비결로도 모자라 모든 글쟁이의 최종 목표인 출간을 위한 출판사 투고 요령까지 다룬다.
어휘력이 풍부해지면 글을 써야지, 라고 생각하는 건 다시 태어나서 대작가가 되어야지, 와 같은 말입니다. 어휘는 그냥 많이 읽고 쓰면서 짬짬이 익히면 됩니다. 뭣보다 우리에겐 사전이 있잖아요.
시각과 촉각을 자극하는 첫 문장으로 독자들을 글 속으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전략은 나도 꼭 써먹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방문을 열자 달콤하고 시큼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그날, 파란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져 온몸을 적셨다.
글쓰기를 하면 합평을 해봐야 한다는 저자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러나 주의할 것이 있다. 러시아 국민 시인 푸시킨은 '작가는 조언을 핑계로 칭찬을 해줄 독자를 찾기 마련이다'라는 뼈 때리는 말을 했다. 그렇다.
합평은 좋지만 아무리 개똥 같은 글을 쓰더라도 대문호의 글이라고 아부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람과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당신의 글을 칭찬만 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부딪침이 버거운 평화주의자'라는 도제희 작가의 통찰에 탄성을 내질렀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라는 격언이 작가만큼 잘 적용되는 직업이 또 있을까.
그렇다면 비판에는 무조건 귀를 기울여야 할까? 도제희 작가는 아니라고 말한다. 글을 쓰다 보면 이거다 싶은 확실한 포인트가 있다면 누가 그 부분을 비판하더라도 지켜나가야 하는 뚝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기 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기가 아니고 의사이겠지만 자기 글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이 실용적이고 중요한 조언 하나만으로 나는 <방구석 일기도 에세이가 될 수 있습니다>를 지금까지 읽어온 글쓰기 책 중에서 최고로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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