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리와인드(64)] ‘미씽2’ 반기리 작가의 ‘따뜻한’ 판타지

장수정 2022. 12. 28.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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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유’ 이어 다시금 판타지 장르로 돌아온 반기리 작가
추리물 매력 속 ‘사람’에 집중

<편집자 주> 작가의 작품관, 세계관을 이해하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매 작품에서 장르와 메시지, 이를 풀어가는 전개 방식 등 비슷한 색깔로 익숙함을 주기도 하지만, 적절한 변주를 통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또 의외의 변신으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현재 방영 중인 작품들의 작가 필모그래피를 파헤치며 더욱 깊은 이해를 도와드리겠습니다.


2013년 tvN 드라마 ‘후아유’의 공동 집필로 데뷔한 반기리 작가는 이후 ‘마녀의 연애’, ‘닥터 프로스트’, ‘미씽: 그들이 있었다’ 시리즈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후아유’, ‘마녀의 연애’ 등 달달한 멜로를 선보이던 반 작가는 ‘닥터 프로스트’를 통해 장르물의 매력을 구현했었다.


지금은 ‘미씽: 그들이 있었다’ 시즌1, 2를 통해 판타지 추적극의 묘미를 그려나가고 있다. 정소영 작가와 함께 집필 중인 작품이다. 사라진 사람들, 새로운 영혼 마을에 입성한 ‘영혼 보는 콤비’의 추적극으로, 현재 tvN에서 시즌2가 방송되고 있다. 4% 내외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호평을 받는 중이다.


◆ ‘영혼 보는 사람들’의 멜로 또는 추리극


반 작가의 첫 드라마인 ‘후아유’는 6년 동안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뒤 영혼을 보는 남다른 눈을 가지게 된 시온(소이현 분)과 직접 보고 만진 사실만을 믿는 건우(옥택연 분)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담는 드라마였다. 로맨스와 고스트 판타지가 혼합된 독특한 장르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유발했었다.


특히 영혼이 돼 시온의 곁에 머무는 형준(김재욱 분)과 시온, 건우가 삼각관계를 형성하면서, ‘영혼 보는 눈’이라는 독특한 설정과 멜로 장르가 어떻게 결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었다. 시온과 형준, 결국에는 이뤄질 수 없는 관계가 애틋함을 유발하는 한편 서로 다른 성격의 시온, 건우가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었던 것이다. 뻔할 수 있는 삼각 로맨스에 고스트 판타지라는 설정을 더해 색다른 결의 멜로 드라마를 탄생시켰었다.


이후에도 자발적 싱글, 자타칭 마녀 반지연(엄정화 분)과 연하남 윤동하(박서준 분)의 로맨스를 비롯해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천재 심리학자가 수사팀에 합류해 수사하는 추리극 ‘닥터 프로스트’ 등 반 작가는 늘 익숙한 장르에 독특한 설정을 더해 흥미를 유발하는 방식으로 시청자들을 만나 왔다.


‘미씽: 그들이 있었다’(이하 ‘미씽’)의 시즌1, 2를 통해서는 ‘후아유’에서 한 차례 선보였던 ‘영혼 보는 눈’이라는 판타지를 다시 한번 꺼내들었다. 다만 ‘미씽’ 시리즈는 사라진 사람들이 모여 사는 영혼 마을에 영혼 보는 콤비가 입성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는 드라마로, 멜로가 아닌 사라진 사람을 찾고, 또 그 진실을 뒤쫓는 추리극에 방점이 찍고 있다.


특히 시즌1 초반, 실종된 이들이 사는 두온마을의 정체가 베일을 벗으면서 판타지 장르물의 매력을 제대로 구현했었다. 김욱(고수 분)은 자신의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박병은(이기찬 분)을 보고 놀란 가운데 박병은의 육신이 형체를 잃어가며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호화스럽던 집의 외부가 폐가처럼 텅 비는 등 신비로운 광경을 화면 위에 펼쳐냈던 것. 이후 영혼 보는 콤비 장판석(허준호 분)이 자신들의 무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활약들을 이어가면서 판타지 추리극의 재미를 느끼게 했다.


◆ 추리 서사 뒤 ‘사람’ 이야기


겉으로 드러난 장르물의 매력 뒤, 따뜻한 사람 이야기가 반 작가 작품 만의 강점이 되기도 한다. ‘닥터 프로스트’에서는 ‘괴짜 천재’ 심리학자 프로스트(송창의 분)가 일련의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물론 중심이었으나, 공감 능력이 결여됐던 프로스트가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윤성아(정은채 분) 등과 어우러지며 인간성을 회복하는 과정에도 방점이 함께 찍혔던 것. 사건 뒤,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면서 긴장감 속 여운을 느끼게 했었다.


멜로 드라마 ‘후아유’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유실물센터 경감 시온과 경장 건우가 남겨진 물건 속 영혼들의 억울한 사연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가끔은 애틋한 사연들이 담겨 감동을 선사하곤 했다.


이는 실종된 망자들이 모인 영혼 마을을 배경으로, 사라진 시체를 찾고 또 사건의 진실을 쫓는 ‘미씽’ 시리즈가 보여주는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다. ‘미씽’ 시리즈 속 영혼 보는 콤비가 뒤좇는 사건은 대다수가 실종 사건이고, 이에 실종된 자들과 그들을 그리워하는 남겨진 자들 등. 실종과 관련된 사람들이 어떤 아픔을 겪고 있는지를 그려내면서 여운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여러 추리물 속 ‘미씽’만의 매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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