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건설노조도 사업자단체"…공정위 첫 공식판단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로 제재했다. 건설노조는 외형상 노조지만, 사실상 사업자단체라고 판단하면서다. 노조를 사업자단체로 보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석열 정부가 화물연대에 이어 건설노조에까지 “불법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정부의 노조 제재가 본격화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공사 멈춰 세우고 한국노총 배제
28일 공정위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2020년 부산 일대 건설현장에서 한국노총 등 경쟁사업자를 배제한 혐의다. 건설노조는 건설사가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줄 때까지 레미콘 등 건설기계 운행을 중단하고 집회를 여는 식으로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과 경남 김해·양산·진해 등에 등록된 레미콘은 1838대다. 이 중 민주노총에 소속된 레미콘만 1793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 일대 레미콘 중 97.6%를 차지한다. 굴착기 등 다른 건설기계 전체로 보면 29.5%가 건설노조 소속이었다. 공정위는 이들이 이 같은 독점력을 이용해 건설사를 압박했다고 봤다. 이들이 조직적으로 작업을 중단하면 공사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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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불투명 회계에 발목 잡힌 과징금
핵심 쟁점은 건설노조가 사업자단체가 맞느냐였다. 노조 측은 “사업자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원회의까지 연 공정위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는 맞지만, 사업자 지위가 달라지진 않는다. 각자 이름으로 건설사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만큼 사업자가 맞다”고 결론 내렸다.
사업자단체가 되기 위해선 복수의 사업자가 단체의 회원으로 있다는 게 명확히 입증돼야 한다. 공정위는 건설노조의 거부로 명단을 확보하지 못했지만, 개별 사업자들이 건설사와 체결한 계약서 등을 확보해 우회적으로 입증했다. 다만 과징금이 1억원에 불과하다는 데선 한계가 드러났다. 해당 건설노조 연간예산(10억800만원)의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한 건데 노조 회계가 불투명하다 보니 10억원의 객관성을 알 수 없어서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장조사가 거부당하고 압수수색 권한이 없어 회계자료를 확보하진 못했다”며 “실제 예산은 10억보다 많을 수 있다고 보지만,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다 보니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건설노조 제재 근거 생겼다
건설사를 압박하는 식으로 경쟁 사업자를 배제하는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향후 같은 행위를 했을 때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졌다. 이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무엇보다 ‘건설노조=사업자단체’라는 일종의 판례가 생기면서 유사한 행위에 제재 근거가 생겼다.
그간 건설노조는 노조라는 '간판'을 걸었지만 사실상 사업자행위를 반복하면서 노조의 역할과 범주를 벗어났다는 비판이 컸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건설노조가 채용과 장비 사용을 강요하고 금품을 뜯어가면 대다수 서민 노동자가 피해를 본다”며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태휘 공정위 부산지방사무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건설기계대여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대해 지속해서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건설기계대여 시장에서 위법행위의 근절을 위해 관계부처와 긴밀히 공조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달 초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에 대해 현장조사를 시도하는 등 노조에 칼을 뺀 공정위 입장에선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생겼다.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운송거부를 조합원에게 강요했다는 혐의로 사업자단체 금지행위를 적용하려고 하는데, 이는 이번 건설노조 사건과 쟁점이 동일하다. 화물연대가 사업자단체가 맞는지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번 첫 제재를 시작으로 공정위의 노조 조사와 제재는 본격화할 예정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노조의 회계관련 회계감사 결과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정부는 잘못된 관행 뿌리뽑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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