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 '재벌집 막내 아들'이 묻는 공정

박병희 2022. 12. 2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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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한국 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재벌집 막내 아들은 바로 그 공정을 매개로 시청자와 사회의 접점을 찾는다.

한국갤럽의 지난 19~20일 여론조사에서 우리 사회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를 묻는 질문에서도 공정이라는 응답이 32.4%로 가장 높았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는 결국 대중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 던지는 공정함에 대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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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치열한 한국사회에서
공정 원하는 대중의 열망 투영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사진=JTBC 제공]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일본에서 한국 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 100만부 넘게 팔린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도 이례적인 판매고를 기록하며 23만부나 팔렸다.

일본 나고야 대학의 후쿠시마 미노리 교수는 한국 소설이 일본 독자들에게 ‘자기와 사회의 접점’을 발견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후쿠시마 교수는 국립한글박물관의 학술지 ‘한글과 박물관’ 최신호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과 일본에서 문학과 사회의 관계를 비교 분석했다.

일본의 경우 1960~1970년대까지 문학과 사회의 관계가 긴밀했지만 이후 학생운동의 퇴조와 소비사회의 도래로 느슨해졌다고 설명한다. 작가와 독자는 사회와 점점 유리되면서 내면으로 꼭꼭 숨었고 자연재해, 운명, 시간여행, 인연, 관계의 중요성이 서사의 중요한 틀을 이뤘다. 반면 한국은 군사 독재와 민주화 운동을 거치면서 문학이 여성, 10대, 성적 소수자,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꾸준히 다뤘고 그 결과 ‘문학은 사회의 올바름을 묻는 존재’라는 인식이 강하다고 후쿠시마 교수는 분석했다.

올해 가장 큰 화제를 모으며 지난 25일 종영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은 후쿠시마 교수의 분석이 유효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도 될 듯싶다.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가 보여준 시청자와 사회의 접점은 무엇이었을까.

주인공 진도준은 15화에서 상속 재산을 기부하면서 순양그룹의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고 그룹의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다. 그는 순양역사박물관을 방문해 창업주 진양철 회장의 사진에 절을 올리며 순양을 사겠다는 약속을 지켰다고 말한다. 그리고 혼잣말로 고뇌를 드러낸다. 자신이 복수에 성공한 것인지 모르겠다며 지금 이 순간 할아버지가 무척 보고싶다고….

현재 우리 사회의 기업에 대한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오늘날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산업화의 주역으로 한국이 선진국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 하지만 창업주가 하나, 둘 퇴장하고 2세를 넘어 3세 경영이 이뤄지는 현실에서 대중은 끊임없이 승계 과정에서의 공정을 묻고 있다. 재벌집 막내 아들은 바로 그 공정을 매개로 시청자와 사회의 접점을 찾는다.

드라마가 던지는 화두는 첫 장면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6억달러를 손에 쥔 주인공에게 젊은 나이에 거액을 손에 쥔 이유가 노력인지, 행운인지를 묻는다. 거대한 부의 취득이 공정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며 드라마가 시작되는 셈이다.

경쟁이 치열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공정은 시대의 화두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공정을 내세워 집권하지 않았던가. 한국갤럽의 지난 19~20일 여론조사에서 우리 사회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를 묻는 질문에서도 공정이라는 응답이 32.4%로 가장 높았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인기는 결국 대중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 던지는 공정함에 대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혹은 공정하기를 희망하는 대중의 열망이 투영된 결과물로 봐야 할 것이다. 드라마에서처럼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해 누군가의 복수의 대상이 되는 곳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할지 고민할 때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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