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담(手談)]신진서 누른 中 기사 ‘AI꼼수’ 썼을까

류정민 2022. 12. 28.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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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신호가 차단된 대국장, 화장실에 가면 안 되고."

신진서가 그렇게 맥없이 물러날 리 없다는 기사들의 인식.

중국 기사 AI 꼼수 논란이 불거진 배경이다.

양딩신은 리쉬안하오를 저격했지만, 결과적으로 신진서의 위대함이 각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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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란배 준결승, 리쉬안하오 '의문의 승리'
中 치팅 논란…세계 1위 신진서 패배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모든 신호가 차단된 대국장, 화장실에 가면 안 되고…."

양딩신 9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저격 글이 중국 바둑계를 흔들어 놓았다. 리쉬안하오 9단이 ‘치팅(cheating)’을 통해 승리를 탈취했다는 의혹이다. 치팅은 바둑에서 인공지능(AI) 도움을 받는 부정행위를 뜻한다. 쉽게 설명해 AI 꼼수를 썼다는 내용이다.

AI 등 외부 도움이 차단된 곳에서 대국하자는 양딩신의 도발. 치팅의 뚜렷한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사실일 경우 세계 바둑계가 발칵 뒤집어질 일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저격의 이유다. ‘절대 1강’ 한국의 신진서 9단과 관련이 있다.

신진서 9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신진서는 지난 21일 제14회 춘란배 준결승전에서 리쉬안하오에게 일격을 당했다. 춘란배는 중국이 주최하는 세계 메이저 바둑대회다. 이날 리쉬안하오는 마치 AI가 둔 것처럼 탄탄한 기력을 선보였다. 신진서가 그렇게 맥없이 물러날 리 없다는 기사들의 인식. 중국 기사 AI 꼼수 논란이 불거진 배경이다.

양딩신은 리쉬안하오를 저격했지만, 결과적으로 신진서의 위대함이 각인됐다. 신진서는 세계 바둑계에 그런 존재다. 2000년 부산에서 태어난 신진서. 1970년대생 이창호, 1980년대생 이세돌, 1990년대생 박정환의 뒤를 이어 대한민국 간판, 아니 세계 최고 기사 반열에 올랐다.

신진서의 통산 승률은 846전 652승 192패 77.25%로 역대 1위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올해 누적상금은 11월 현재 14억1756만원. 2~4위 바둑기사 누적 상금을 합한 것보다 신진서(1위)가 더 많이 벌어들였다. 바둑기사 랭킹을 집계하는 고레이팅에 따르면 12월 현재 세계 1위가 바로 신진서다. 신진서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줄곧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코흘리개 시절, 신진서는 어린이집보다 바둑학원을 좋아하던 아이였다. 바둑학원을 운영하는 부모님 덕분에 바둑을 놀이로 즐겼다. 일곱 살에 아마 7단 기력을 선보일 만큼 기재(棋才)가 뛰어났다.

신진서는 이른바 인터넷 바둑 세대다.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문하생으로 들어간 게 아니었다. 기보를 통해 세계 최고수 바둑을 간접적으로 배웠다. 인터넷 바둑에서 중국의 커제 9단을 비롯해 최강 기사들과 수많은 바둑을 두며 기력을 증진했다.

인터넷 바둑에 익숙하다는 점은 코로나19 시대에 장점이다. 방역 문제를 고려할 때 대면 대국이 쉽지 않은 상황. 메이저 세계 대회도 인터넷 바둑으로 우승자를 가리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과 중국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앞에 두고 결승전을 벌인다. 대면 대국과의 차이는 기싸움 변수가 줄었다는 점이다. 상대를 앞에 두고 대국하면 표정과 행동 하나, 돌을 놓는 강도, 상대의 숨소리까지 바둑에 영향을 준다.

인터넷 바둑은 그런 염려는 없지만, 치팅 논란처럼 부정행위 우려는 남아 있다. 알파고는 AI가 인간보다 월등한 기력을 갖고 있음을 증명한 바 있다. AI 도움만 얻으면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와 대결해도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완벽한 커닝 페이퍼’로 치르는 대국은 정말 가능할까.

‘기도(棋道)’를 중시하는 바둑에서 부정행위 논란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씁쓸한 일이다. 승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발상, 바둑만큼은 그 부정한 기운이 스며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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