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택한 최정우 회장…혁신 성과에도 멈추지않는 외풍
정권 출범 이듬해 교체 '징크스'
지주사 이전 지역사회 갈등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연이어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분산기업의 ‘셀프 연임’을 문제 삼으면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거취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공교롭게도 정부 출범 2년차에 전임 회장들의 사퇴한 전례도 있어 최근 소폭의 주요 사장단 인사를 통해 2기 체제를 공고히 한 최 회장이 전례와 다른 행보를 할 반전 카드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과 재계 안팎에선 최 회장이 사장단 인사 후 단행할 임원 인사를 태풍 힌남노 침수 피해를 복구 중인 점을 고려해 내년 1월로 미루면서 변화보단 안정을 택했지만 외풍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전일 포스코그룹이 단행한 사장단 인사는 최 회장 2기 체제의 안정으로 요약된다. 최 회장은 올해 그룹 창립 이후 역사적인 지주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 짓고 철강 중심의 사업구조를 신소재 사업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확대하고, 취임 후 강조해온 ‘기업 시민’ 경영이념도 실천하면서 그룹의 혁신을 지휘하고 있다.
이번 사장단 인사도 이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내년 포스코에너지와 통합 법인으로 출범하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초대 대표에 선임된 정탁 부회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영업·마케팅 전문가로, LNG 밸류체인 확장 고도화와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시장 개척에 리더십을 발휘하며 포스코그룹의 신소재 사업 확장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내 이차전지소재 전문가로 꼽히는 김준형 포스코케미칼 신임 사장의 주력 업무 역시 신소재 사업 확장이다.
포스코홀딩스 경영전략팀장으로 임명된 정기섭 현 포스코에너지 사장은 포스코인터내셔널 경영기획실장, 포스코 국내사업관리실장,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 사장 등을 두루 거친 그룹내 대표적인 재무 전문가로, 그룹 차원의 위기 관리와 사업 경쟁력 제고에 주력하며 안정적 성장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을 포함한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 정덕균 포스코ICT 사장, 김광수 포스코플로우 사장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의 유임도 ‘안정’에 방점이 찍힌 결과로 해석된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심화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안정 속에서도 위기 극복과 미래 성장을 위한 인사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이 이처럼 사장단 인사로 경영권을 확고히 했지만 그를 둘러싼 외풍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2년 차를 앞두고 최 회장의 리더십에 대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전임 회장들이 정권교체 이듬해를 순탄하게 넘기지 못한 징크스를 최 회장이 무탈하게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 때문이다.
제6대 회장인 이구택 회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2년 차인 2009년에, 정준양 회장은 박근혜 정부 2년 차인 2014년, 권오준 회장도 문재인 정부 2년 차인 2018년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특히 올해는 포스코가 지주사 이전 문제로 지역사회와 갈등을 빚고 "더이상 국민기업이 아니다"라는 내부 자료에 포스코 창립 원로들까지 비판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날도 포스코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라며 창업정신을 훼손하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시대적 사명을 거역했다"며 최 회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같은 상황 속 최대주주(지분율 8.5%)인 국민연금공단까지 가세하며 최 회장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분산기업의 ‘황제 셀프 연임’을 문제 삼으면서 포스코에 대해 윤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전날 선임된 서원주 신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도 "셀프 연임 우려가 없도록 (소유분산기업들의) 추천위원회가 보다 명망있고 중립적인 새로운 분들을 중심으로 구성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물론 최 회장은 지난해 연임한 만큼 현재 연임 절차가 진행 중인 KT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아직까지 최 회장과 현 정부 사이에의 갈등도 드러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4월 광양제철소 찾아 최 회장과 만나 격려한 바 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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