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재테크]청약시장 한파…‘분양권·급매물’ 주목하라
입주 앞둔 ‘마피’ 분양권 돌파구
투기지역 풀린 지방 상급지도 매력적
유주택자라도 ‘추첨제’ 기회 있어
[아시아경제 류태민 기자] ‘청약에 당첨되기만 하면 로또 수준의 시세차익을 본다’. 이는 최근 청약시장에서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분양가격은 높아진데다 주택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매매가격은 하락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분양을 앞둔 청약 단지들은 입지가 좋지만 분양가격이 높거나, 반대로 분양가격이 낮은 단지는 좋은 입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약 지난해처럼 매매가격이 수직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면 다소 비싸더라도 장기투자를 위해 청약에 뛰어드는 수요자들도 많겠지만, 지금 같은 하락기에는 이마저도 어렵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전용 84㎡ 기준 서울 외곽이나 광명·수원·안양 등 인접 도시들의 분양가격도 10억원을 넘기는 상황"이라며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면 좀 비싸더라도 청약수요가 많겠지만 지금 같이 전망이 부정적일 때는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은 분양권·급매물…지방은 ‘상급지’ 청약 노려야
그렇다고 투자할만한 곳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청약신청을 앞둔 단지라면 분양가격이 높지만, 이미 청약이 끝나 입주를 앞둔 단지는 상대적으로 분양가격이 낮다. 수도권에서는 이들 단지의 분양권을 저렴한 가격에 사들이는 게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하면서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못해 입주를 포기하게 된 수분양자들이 분양권을 저렴한 가격에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 프리미엄을 아예 받지 않는 ‘무피’나 손해를 보더라도 분양가보다 낮게 판매하는 ‘마피’ 매물도 생겨나고 있다. 박지민 대표는 "1~2년 전 분양가는 현재보다 더 낮았던 데다 프리미엄도 없어져 분양권을 노리면 저렴하게 집을 구입할 수 있다"라며 "여기에 입주도 앞당길 수 있어 더욱 유리한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청약신청을 고민하고 있다면 분양가격이 낮은 단지를 주의 깊게 찾아봐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조언이다. 그는 "인근 단지에서 시세보다 30%가량 빠진 급매물이 많이 나오는 추세인데, 분양가격이 그와 비슷하거나 좀 더 낮아야 선방"이라며 "2019년이나 2020년 초반 수준의 매매가격을 기준으로 잡으면 비교가 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상급지’로 분류되는 지역에 청약을 넣어보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올해 정부는 서울과 경기 과천·성남(분당·수정)·하남·광명 등 수도권 중심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투기·조정지역에서 대거 완화하거나 해제했다. 이로써 기존에 투기지역으로 묶여있던 지방 주요 지역도 청약 시 당해 자격 기준이 사라지게 됐다. 다시 말해 해당 지역 거주민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예비청약자들도 청약 1순위 자격이 생긴 것이다.
가점 낮은 2030세대라면 ‘추첨제’ 기회
‘내집마련’을 꿈꾸고 있는 청년이라면 내년도부터 청약 추첨제를 노려볼만 하다. 정부가 내년도부터 평형에 따른 가점제와 추첨제 비율을 조정하면서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청년가구 수요가 많은 중소형 주택 분양에는 추첨제 비율을 높이고, 중장년층 수요가 많은 대형 주택에는 가점제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내년 4월부터 개편한다.
유주택자라고 청약 신청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가점제 물량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불가능하지만, 추첨제는 1주택자도 신청이 가능하다.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서는 추첨제 물량 중 25%에 한해서 1주택자도 당첨이 가능하다. 단 당첨 시 6개월 내 기존주택을 처분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비규제지역에서는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아도 청약 신청이 가능하다. 특히 비규제지역은 전용 85㎡ 이하 물량에서도 추첨제 물량이 적지 않다.
특히 청약제도의 경우 당장 현금 여력이 부족한 청년세대들에게 유리할 수 있다. 빠른 시일 내에 잔금을 치러야 하는 매매시장과 달리 청약은 당첨 후에도 중도금·잔금을 모두 치를 때까지 기간이 길다. 앞으로 소득을 높이기 좋은 2030세대에게는 중장기적인 내집마련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연이은 금리인상으로 이자부담이 커지자 중도금 대출을 무이자로 제공해주거나 지원금을 주는 단지들도 생겨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단지에 대해서 섣부른 청약은 조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청약전문가인 정지영 아임해피 대표는 "이러한 서비스는 이자부담을 줄여줄 수는 있지만, 추후 단지가 미분양이 되거나 매도를 할 때 실수요자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라며 "중도금 대출 무이자 외에도 할인 분양·계약금 정액제 등을 제공하는 단지는 입지 등의 이유로 인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청약통장 애물단지 아냐…섣불리 해지하면 기회 놓칠 수도
‘밥 사 먹을 돈이 있다면 청약 통장은 유지하라’는 오랜 격언이 있다. 청약통장 가입기간을 유지해야 가점이 높아 당첨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청약통장을 해지하면 가입기간이 다 사라져 처음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 특히 공공분양은 무주택 기간 3년만 유지하면 청약통장 납입금액이나 납입횟수로 당첨자를 가려내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다.
정지영 대표는 "청약통장에는 대부분 목돈이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정말 자금조달이 급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유지하는 게 더 유리하다"라며 "일종의 적금 통장이라고 여기면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지민 대표도 "청약시장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청약통장은 평생 가져가는 게 기회를 잡기에 더 유리하다"라며 "매달 입금 액수를 소액으로 줄이면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류태민 기자 righ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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