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주로 진학연구" 공문 발송... "교육기관이 점집이냐"

윤근혁 2022. 12. 2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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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지역 한 공립중학교가 "사주와 오행으로 학생 진로적성을 탐구하는 연구회 회원을 모집한다"는 공문을 이 지역 전체 초중고에 보내고, 이 공문을 받은 학교 가운데 일부가 해당 내용을 가정통신문 앱에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확인한 결과, 지난 26일 경기 A중학교는 이 지역 전체 초중고에 '2023년 명리학을 활용한 학생 성격 분석 및 진학 컨설팅 연구회원 모집 안내'란 제목의 공문을 경기도교육청 업무시스템을 통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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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교육청 공문시스템·가정통신문 앱 악용 논란... 해당 교사 "명리학 연구가 왜 문제?" 반박

[윤근혁 기자]

 경기 M초가 27일 공식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올려놓은 문제의 공문. 이 공문은 가정통신문 앱에도 그대로 전송됐다.
ⓒ M초 홈페이지
 
경기지역 한 공립중학교가 "사주와 오행으로 학생 진로적성을 탐구하는 연구회 회원을 모집한다"는 공문을 이 지역 전체 초중고에 보내고, 이 공문을 받은 학교 가운데 일부가 해당 내용을 가정통신문 앱에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가정통신문 앱을 통해 해당 내용을 본 학부모는 "교육기관이 언제부터 점집이 된 것이냐"고 꼬집고 나섰다.

사주, 십성, 오행으로 진로적성 컨설팅?

28일 확인한 결과, 지난 26일 경기 A중학교는 이 지역 전체 초중고에 '2023년 명리학을 활용한 학생 성격 분석 및 진학 컨설팅 연구회원 모집 안내'란 제목의 공문을 경기도교육청 업무시스템을 통해 보냈다. 이 공문은 경기도교육청 교육연구회 가입을 희망하는 A중 소속 B교사가 기안한 것이지만, 이 학교 교감, 교장의 결재선까지 거쳐 공식 발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공문은 "경기도 명리학을 활용한 학생 성격 분석 및 진로진학 컨설팅 연구회인 지◯◯에서는 2023학년도 연구회 활동을 함께 할 연구회원을 모집한다"면서 연구주제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어놓았다.

- 사주 분석을 통한 진로적성 컨설팅 및 나(내 자녀)의 미래 디자인
- 십성과 오행을 중심으로 자녀 및 학생 진로적성 탐구
- 15개 주요 대학 진학생 사주 사례 분석을 통한 진학 컨설팅 방법 연구

이 공문은 가입 대상으로 "경기도교육청 소속 교원 및 교직원, 학부모 누구나"라고 적어놓았고, 연구회비는 "1년에 3만 원"이라고 안내했다. 

이 같은 공문을 받은 공립 경기 C초는 지난 27일 해당 공문 내용을 학부모들이 보는 가정통신문 앱에도 보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정식 공문으로 온 것이라 홍보 차원에서 학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도 올렸는데, 이 내용이 가정통신문 앱의 공지사항 란에도 자동으로 전송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공문 내용을 본 한 학부모는 "괴상망측한 가정통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언제부터 교육기관이 사주로 학생 진학을 컨설팅 하는 점집이 된 것이냐"고 우려했다.

공문 만든 교사 "동양철학으로 성격 분석하는 게 어떤 문제가 있냐?"

이 공문을 기안한 B교사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내년에 경기도교육청 교육연구회에 신청하기 위해 회원을 모집하려고 경기지역 전체 학교에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에 확인해보니 이 연구회는 올해에는 교육청 교육연구회 소속으로 가입, 활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원의 연구문화 조성을 위한 교육연구회 자생성 강화"를 목적으로 올해 500여 개 연구회를 지원해왔다. 한 해 지원액은 연구회마다 100~200만원이다.

B교사는 <오마이뉴스>에 "교원들과 학부모들이 같이 모여서 명리학을 연구하겠다는 것이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이냐"면서 "서양철학인 MBTI로 심리학을 연구하는 것은 괜찮고 동양철학으로 학생 성격분석을 하겠다는 것은 문제인 것이냐"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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