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반도체 재고…경기침체에 지갑 닫는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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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자제품 수요가 위축되면서 반도체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 재고량이 목표 수준보다 훨씬 높다"며 "반도체 업계가 13년 만에 최악의 수급 불균형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WSJ는 "업계는 반도체 수요가 203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해 1조달러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부 반도체 기업은 최근의 재고 증가를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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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자제품 수요가 위축되면서 반도체 재고가 급증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생산량을 줄이고 감원에 나서는 등 '반도체 보릿고개'를 넘기 위한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리인상, 증시 하락, 침체 공포로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며 "전 세계에 반도체가 넘쳐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미국 투자사인 SIG를 인용해 반도체 주문부터 출하까지 걸리는 시간인 '리드타임'이 팬데믹 초기에는 상당히 길었지만 최근 몇 달 간 급속히 단축됐다고 전했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 투자은행(UBS)에 따르면 반도체 재고는 통상 며칠 단위지만 최근에는 업계 중앙값인 40일을 넘어 최근 10년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공급 차질을 빚었던 반도체 업계는 순식간에 재고 급증 위기에 직면했다.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서서히 경기가 회복되던 2020년 말 차량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공급 부족 사태가 확산됐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고물가로 인한 주요국의 긴축 기조로 경기가 빠르게 냉각되며 수요가 위축됐고 이제는 재고 증가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세계 최대 PC 제조사 중 하나인 휴렛팩커드(HP)와 델의 제품은 최근 팔리지 않아 팬데믹 초기보다 매장에 더 오래 머물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HP는 "최근 재고가 소진되는 징후가 보이긴 하지만 향후 2개 분기 동안 재고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특히 개인용 제품 시장에서 많은 재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재고 소진을 위해 매우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반도체 제조사들은 "감원에 나서고 자본 지출을 줄이고 있다"며 "이를 통해 최근 몇 달 간 악화되고 있는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마이크론은 지난주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하며 반도체 재고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재확인했다. 마이크론의 1분기(9~1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한 40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 재고량이 목표 수준보다 훨씬 높다"며 "반도체 업계가 13년 만에 최악의 수급 불균형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인력의 10%를 감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반도체 공급 과잉에도 일부 제조사들은 공장 증설 추진 등 중장기적인 수요 증가에 대비해 대비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뉴욕 북부에 1000억달러를 투입해 대규모 공장을 신설할 방침이다.
WSJ는 "업계는 반도체 수요가 203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해 1조달러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부 반도체 기업은 최근의 재고 증가를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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