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쇼트 시네마⑲] '이상한 슬픔', 세심하게 포착한 학벌주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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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열심히 수학을 가르치는 다미의 표정은 이전과 똑같은데 이상하게 슬프다.'이상한 슬픔'은 우리 사회의 만연한 학벌주의를 꼬집는다.
사회가 정해놓은 선입견이 가득한 밥그릇 경쟁 속에서 서로를 밟고 올라서며 타격을 받는 건 약한 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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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편집자주>
지방대학교 출신인 다미(우연서 분)는 학원에서 중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어느 날, 얼마 전 서울대학교 출신 강사 윤하(김은선 분)가 들어왔다. 부원장은 서울대학교 동문이라면서 윤하를 더 챙기고는 한다. 눈에 보이는 학벌주의지만, 딱히 자신에게 피해가 없어 웃으며 넘기곤 했다. 원장도 학부모 상담을 서울대학교 출신 윤하에게 넘기며 차별 하지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이야기가 달라졌다. 학원 사정으로 인해 다미와 윤하 둘 중에 한 명이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학원 측은 두 사람의 강의를 보고 더 잘하는 이를 남겨두기로 한다.
다미는 억울하다. 자신이 먼저 들어왔고 자신의 수강생이 2명 더 많다. 일이 이렇게까지 오게 된 건 윤하가 서울대학교 출신이기 때문인 것 같다. 학벌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지원한 서울대학교 대학원은 떨어졌다. 지인에게 상황을 털어놓으니 자신의 편을 들어주다가도 "너무 신경 쓰지 마라",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라는 말로 다미의 신경을 건드린다.
밤 늦게까지 학원에 남아 강의 연습을 하고, 인터넷 강사들의 영상을 보며 끊임없이 공부했다. 그리고 평가를 받는 날, 최선을 다해 자신의 강의를 보여줬다. 그러나 학원은 윤하를 선택한다. 이유를 물으니 역시나 서울대학교 출신이라는 점이 유효했다. 다미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도 합격했다는 거짓말을 했으나 소용이 없다.
다미는 윤하에게 솔직하게 자신의 사정을 어필해 보고자 했다. "어려서부터 학원 강사가 꿈이었다. 이 학원에 들어오기 전 20곳을 면접 봤지만 다 떨어졌다, 나는 여기서 나가면 힘들 것 같다"라면서 자신의 사정을 털어놓는다. 무례할 수 있지만 다미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러나 윤하는 물러나 줄 생각이 없다.
퇴근 전, 다미는 윤하의 휴대전화 알림을 보게 되면서 비밀을 알게 됐다. 다미 역시 지방대학교 출신이었으나 학력을 속이고 이 학원에 입사한 것이었다. 화가 난 다미는 윤하를 추궁했고, 윤하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붙었으니 더 좋은 학원을 갈 수 있을 것이다. 한 번만 봐달라"고 사정을 한다. 어제와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묵묵히 학원을 떠나기 위해 짐을 싸는 다미에게 원장이 다가온다. 윤하가 학원을 쉬어야겠다면서 그만뒀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미는 보통날과 똑같이 칠판 앞에서 강의를 한다. 열심히 수학을 가르치는 다미의 표정은 이전과 똑같은데 이상하게 슬프다.
'이상한 슬픔'은 우리 사회의 만연한 학벌주의를 꼬집는다. 다미는 학벌주의로 자신이 피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다미 역시 학벌 우월주의자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 불합격했으면서 원장에 거짓말한 자신과 윤하가 크게 다른 점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사건으로 상처와 함께 수치심까지 몰려왔지만, 다미는 적당히 넘겨 오늘도 생존해야 한다.
학원은 사회, 다미와 윤하는 약한 개인을 의미한다. 사회가 정해놓은 선입견이 가득한 밥그릇 경쟁 속에서 서로를 밟고 올라서며 타격을 받는 건 약한 개인이다. 이 싸움에서 승자와 패자도 의미가 없다. 두 사람 모두 학원의 학벌주의에 항의할 수 없다. 그저 적당히 넘기고 받아들인다. 죄책감, 안도감, 수치심, 체념 등이 섞여 '이상한 슬픔'이 됐다. 러닝타임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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