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동심 깨우는 이 영화, 연말 분위기와 딱이네
[김성호 기자]
일 년 열두 달 중 동심이 가장 살아 있는 달 12월이다. 인터넷이 일반화된 세상에서도 여전히 많은 아이들이 제게 선물을 안겨주는 산타클로스며, 그가 탄 썰매를 끄는 루돌프를 믿는다. 어딘가 산타와 그가 끄는 썰매가 있다고 믿는 아이들이 있는 한, 크리스마스의 행복한 이야기는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 네버랜드를 찾아서 포스터 |
ⓒ 브에나비스타코리아 |
천재작가의 답답한 일상
영화는 배리(조니 뎁 분)의 실패로부터 시작한다. 여러 연극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천재라는 명성을 얻은 배리지만, 그의 신작은 여지없이 실패한다. 요즘 말로 하면 '폭망', 첫 공연부터 관객들은 대놓고 형편없는 연극이었다는 평가를 감추지 않는다. 당장 다음날 아침 신문엔 배리의 실패가 큼지막하게 실린다. 가정부는 그 기사만 쏙 오린 채로 산책을 나가는 그에게 들려준다.
커다란 개 포르도스와 함께 산책을 나간 공원에서 배리는 실비아(케이트 윈슬렛 분)와 그녀의 네 아들을 만난다. 병으로 남편을 잃은 실비아는 재력가인 친정어머니에게 의지해 겨우 살아가고 있는 것인데, 넷이나 되는 아이를 추스르랴 집안일을 하랴 정신이 없다. 이날도 아들들은 천방지축으로 뛰노는데 그러다 배리와 인연을 트게 되는 것이다.
▲ 네버랜드를 찾아서 스틸컷 |
ⓒ 브에나비스타코리아 |
명작 <피터팬>이 태어나기까지
배리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건 실비아의 아이들이다. 그들과 자주 만나기 시작하며 배리의 삶에도 활기가 돈다. 네 아이들 중 셋째 피터에게 유독 마음이 쓰이는데, 그건 그가 아버지를 잃은 상실로부터 여적 헤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형을 잃고 깊이 괴로워한 배리는 피터의 상처에 깊이 공감한다. 그로부터 그를 그 슬픔에서 꺼내주려 노력한다.
영화는 배리가 <피터팬>이란 명작을 쓰게 되기까지의 여정이며, 피터를 깊은 고통로부터 구원하는 과정이고, 또한 주변의 엉켜 있던 관계들을 바로 돌리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속에서 아이는 어른이 되고. 어른은 제 안에 있는 아이를 지켜내기도 한다. 여러모로 <네버랜드를 찾아서>는 성장영화이며, 그 성장 가운데서도 마음 깊은 곳에 깃든 네버랜드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 네버랜드를 찾아서 스틸컷 |
ⓒ 브에나비스타코리아 |
때로는 한 편의 작품이 삶을 구한다
꿈도 환상도 연극도 네버랜드도 믿지 않는 피터를 배리는 설득한다. 믿는다면 언제나 그것이 존재한다고. 작품으로 또 삶으로 그 사실을 이야기한다. 남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걸 믿는 것과 어른이 되는 것이 전혀 다른 일이며, 어떤 가치 있는 것은 믿음으로써만 지켜진다는 사실을 끝내 납득시켜내는 것이다. 그로써 이 영화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고 또 성장시키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를 달성하는 이야기가 된다. 멋지지 않은가.
팍팍한 현실 가운데서 인간은 너무나 쉽게 삭막해지고 만다. 요정이, 도깨비가, 루돌프가, 귀신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긴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는 성공이, 사랑이, 우정이, 꿈이, 믿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렇게 인간은 인간을 지탱하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걸 하나씩 잃어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 네버랜드를 찾아서 스틸컷 |
ⓒ 브에나비스타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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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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