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억 수도사업 입찰담합 60여개 건설사·대표 유죄

상하수도 공사 입찰가격 조작 혐의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서울시 내 2500억여원 규모의 노후 하수관 정비 및 상하수도 공사들에 대한 입찰담합 행위를 지속한 건설사 수십곳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2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박설아 판사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사의 실질적 운영자 박모 대표(55·남)에게 "서울 용산구, 영등포구, 성북구를 관할하는 입찰담합군의 팀장 회사 대표로서 범행을 주도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담합에 참여한 60여개 건설사는 벌금 800만원, 각사 대표 등 관련자 20여명은 벌금 1000만~3000만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앞서 박 대표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019년 한남빗물펌프장 유역 하수관로 정비', '2018년 영등포구 하수시설문 보수공사' 등 294건의 공사금액 합계 2500억여원 상당의 서울시 내 상하수도 공사에서 입찰자가 서로 공모해 미리 조작한 가격으로 입찰하도록 범행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소재 각 구청, 각 수도사업소에서 발주하는 노후 하수관 정비 및 빗물받이 개량 상하수도 공사의 입찰 및 낙찰은 조달청 '나라장터' 사이트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약 20년 전부터 속칭 '관내업체'들이 특정 지역에서 발주한 공사를 독점적으로 시공하거나 상호 공사 지역을 침범하지 않고, 낙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입찰담합군을 형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공고가 나면, 입찰담합군의 팀장급 업체가 낙찰예상금액을 중복되지 않게 작성해 소속 연대회사 및 다른 입찰담합군 팀장급 업체들에 이메일을 보내 시공의사를 전달하고, 미리 정한 투찰금액에 따라 연대회사가 낙찰을 받으면 공사대금의 7%를 받는 조건으로 관내업체가 시공하도록 한 것이다.

연락망 역할을 한 팀장급 회사는 관내업체가 예년보다 공사이익이 클 경우 소속 담합업체 수를 고려해 관내업체의 이익금 중 일부를 받아 분재해 독점적 공사지역을 보장해줬다.

박 판사는 "범행 기간, 횟수 및 규모 등에 비춰 죄책이 무겁다"면서도 "다만 피고인들은 대체적으로 이 사건 범행을 시인하면서 수사 초기부터 협조했고, 앞으로 재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관내업체가 독점적으로 공사를 수행했지만, 부실공사 등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 여러 양형사유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