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어요” 유독 추운 '연트럴파크' 상인들

최태원 2022. 12. 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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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손님도 배달도 절반 줄었다" 이중고
소상공인협회 "정부 지원프로그램 확대해야"
한적한 모습의 27일 오후 12시30분께 서울 마포구 연트럴파크 옆 식당 골목./사진=최태원 기자 skking@

[아시아경제 최태원 기자] ‘연트럴파크’라 불리는 서울 연남동 철길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55)는 적자의 늪에 빠졌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2년 가까이 적자 상태였다. 다행히 늘어난 배달 주문과 정부의 코로나소상공인대출 등 지원으로 간신히 버틸 수 있었지만 이젠 경기불황·고금리와 마주쳤다. A씨는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 배달 주문이 지난해 겨울에 비해 못해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매달 조금씩 갚는 코로나소상공인대출 금리도 1월 1.47%에서 12월 6.32%까지 급등했다. 빚을 갚는 데만 매달 170만원 가까이 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 훈풍이 불 것만 같았던 겨울이지만 연남동 상인들은 경기 불황과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부담으로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올해를 나흘 남긴 27일 오후 12시30분, 예년 같았으면 연말 데이트를 나온 젊은 시민들로 바글거렸을 시간이다. 하지만 이날은 점심을 먹으러 나온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몰려다닐 뿐 데이트 등 놀러나온 듯한 모습의 시민은 찾기 힘들었다.

바삐 움직이는 직장인들 사이에서 연트럴파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대학생 B씨(20)는 “친구와 두달여 만에 번화가로 놀러 나왔다”며 설레하다가도 “과잣값부터 오르지 않은 게 없다. 자취 중인데 지출이 커져 맛집 방문 등은 최근 잘 하지 않는다”고 씁쓸해 했다.

물가 상승으로 시민들의 구매력은 뚝 떨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상용근로자 가구의 실질소득은 전년 대비 5.0% 감소했다. 이 기간 명목소득은 0.5% 늘었지만, 소비자물가지수가 5.9%나 올라 실질소득이 크게 낮아졌다. 임시근로자와 일용근로자는 실질소득 감소 폭은 각각 5.1%, 5.6%로 더 컸다.

중식당을 운영하는 C씨(60대)는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10개의 테이블 중 3개만 차 있는 모습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C씨는 “날씨가 추워진 것을 감안해도 손님이 많이 줄었다. 작년 겨울보다 홀 손님이고 배달 주문이고 절반 가까이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남동 상인들은 들어오는 돈은 줄었는데 나가는 돈은 더 커졌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대출 부담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저리로 대출받아 가게를 열었다는 D씨(41)는 경기가 안 좋은 건 어쩔 수 없더라도 당장 버틸 수 있도록 최소한의 지원은 해주길 바란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D씨는 “손님들이 줄어 근 2년을 대출로 겨우겨우 버텨왔다. 이제 정말 임대료와 원리금 갚기도 버거운 상황”이라며 “우리가 살아야 나중에 세금도 내고 국가가 운영될 것 아닌가. 큰돈을 달라는 게 아니라 정말 버틸 만큼만이라도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도 자영업자들의 대출 부담에 대한 중압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101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자영업자 대출은 코로나 사태 초기인 2020년 1분기 당시 700조원 수준이었다. 이 기간 기준금리는 0%대에서 3.25%까지 급등했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자영업자 대출이자의 이자 부담은 총 7조4000억원 늘어난다. 자영업자 1인당 평균 이자 증가액은 238만원에 달한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본부장은 "2018년 최저임금 급상승, 2020년 코로나19 사태, 2022년 금리 급등까지 소상공인들의 상황은 수년째 악화일로다. 사실상 환자와 같다"라며 "더불어 실질소득이 떨어지면서 매출이 급락하며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에너지까지 없어진 상태에 다다랐다.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업은 720만명의 종사자가 근무하는 등 경제의 큰 축 중 하나다. 대환대출 대상 확대 등 정부 차원에서 정책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구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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