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짜미 예산협상]①종부세 내렸는데…세금은 그대로?

나주석 2022. 12. 28.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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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법인세율 1%p 인하
국회 예산 수정안 내년 세수는 동일
기재부 "예산 처리가 늦어져 수정 못해"

편집자주 -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기한을 3주 넘어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됐습니다. 준예산 사태를 피해 예산안이 처리됐으니, 이제 문제가 없을까요? 올해 예산심사는 증액동의권을 가진 정부·여당과 과반의석을 보유한 야당의 충돌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회 예산심사 제도 전반의 문제점이 한꺼번에 드러났습니다. 예산안이 가까스로 처리됐지만 이대로 넘어갈 수 없는 것은 올해 문제점은 내년 예산에서 반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3편의 걸쳐 국회 예산심사 문제점을 조명하고 해법을 모색합니다.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세종=이준형 기자]"그럴 리가 없는데. 잘못 인쇄된 거 아닌가요."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의 일부를 본 김광묵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는 세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내년 세수 전망이 정부안과 국회 수정안이 똑같다는 기자의 설명에 "정말이냐"며 반신반의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맡았었던 김 교수에게 내년 세입 예산안 전망이 같다는 것은 생각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예산 등에 밝은 국회 관계자 역시 "이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

실제 내년 예산안의 총수입 내역 가운데 소득세와 법인세, 상속세 등 모든 국세 수입 내역은 정부가 제출한 안과 국회를 통과한 세수가 똑같다. 정부는 올해 9월2일 예산을 제출했을 당시 소득세로 131조8632억원, 법인세로 104조9969억원 등 모두 400조4570억원의 세금이 걷을 수 있다고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가운데는 5조7133억원의 세금이 걷힐 것이라는 종합부동산세 전망치도 있었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세수 전망은 정부 원안에서 증액도 감액도 없이 똑같다.

문제는 이 세금의 전제가 됐던 세법이 올해 예산안과 함께 바뀌었다는 점이다. 가령 법인세의 경우 정부·여당은 현행 최고세율 25%(과표 3000억원 초과)를 3%포인트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최종적으로 1%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했다. 법인세 세수의 전제가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이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에도 기본공제금액을 6억원에서 9억원(1세대 1주택자 11억→12억원)으로 상향하고 2주택자의 경우는 조정대상지역 여부와 무관하게 중과세를 폐지·기본세율을 적용하고, 3주택 이상 다주택자만 과세표준 12억원 초과부터 중과세를 유지하면서 세율은 최대 5.0%로 결정했다. 이에 따르면 종부세 세수가 대폭 줄어야 하지만, 예산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과거 예산안의 경우에는 세법 등 세수 변화가 있으면 이 내용이 예산안에 반영됐다. 가령, 올해(2022년) 예산의 경우 국회 심사를 거치면서 국세수입이 4조7349억원이 늘었다.

더욱이 올해는 세수 예측 문제로 정치권이 뜨거웠던 해이기도 했다. 올해 53조원, 지난해 61조원에 초과세수(정부 예상보다 세금이 더 걷힌 것)이 발생한 것을 두고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세입예산 추계 운영실태’ 감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세수추계 문제가 중요한 시점에서, 내년 세수가 제대로 예산안에 반영조차 안 된 것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큰 폭의 초과세수 발생 등 국세 수입 예측 실패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기획재정부가 사과까지 했음에도 여전히 안이하게 국세 세입추계를 하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기재부는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예산안 합의가 늦어진 데서 찾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해에는 예산안 통과가 올해처럼 지연되지 않아서 국세수입에 반영할 시간이 있었는데 올해는 예산안 처리가 늦어져 국세수입을 수정하면 시간이 너무 지연되기 때문에 (반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세수입을 수정하면 교부금도 바뀌고 하위항목도 전부 수정해야 해서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예산안은 사실 지난 22일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의 담판을 통해 최종 타결됐다. 세법과 예산안이 일괄 타결됨에 따라 기재부 등은 예산안 처리를 위한 계수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23일 오후 6시에 본회의를 열기로 잠정처리(실제 처리는 24일 새벽)하기로 함에 따라 촌급을 다툰 채 예산안 세부작업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세입 부분은 시간 부족 등으로 건너뛰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기재부는 전체 세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기재부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에 '세수 변화가 800억원 정도밖에 안 돼 수정 없이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설명에 따르면 국세수입이 달라질 경우 교부금 등이 달라져야 하는데, 이런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여전히 문제로 남는다.

국회는 뭐 했을까

국회 예산안 작성에 실무를 맡아왔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이번 수정안 세수 문제에 대해 답변을 거부했다. 한 관계자는 "예산 수정안이 예결위 등을 거쳐 의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내놓을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내년 예산이 벼랑 끝 협상으로 진행되면서, 세수도 제대로 살펴보지 못한 채 예산이 처리됐다. 사실 이미 정치권이나 예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7~8월에 예측된 세수로 내년 예산안을 짜는 방식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제 상황 변동이 반영되지 않은 채 예산안이 짜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에는 이런 문제를 넘어 아예 세법 개정 내용조차 반영 못 한 총수입 예산이 편성됐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세종=이준형 기자 gil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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