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트에서 찾은 인플레…내년 긴축 기조 변수
밀가루와 제빵용 믹스는 24.9% 올라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미국에서 달걀, 버터, 밀가루 등 제빵 재료 가격이 뛰면서 '베이킹 인플레이션'이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뿐 아니라 학교 구내식당, 외식 등 먹거리 물가가 크게 올랐다. 물가 하방 경직성이 큰 서비스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인플레 파이터'로 나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식료품 가격은 1년 전보다 12% 상승했다. 2차 오일쇼크가 전 세계를 강타한 1979년 8월(13.5%) 이후 최고 수준이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달걀과 마가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50% 뛰었고, 밀가루와 제빵용 믹스는 24.9% 올랐다. 달걀의 경우 조류독감(AI) 확산으로 인한 공급 차질로 현재 12개 가격이 3.6달러로 1년 전(1.82달러)의 두 배 수준으로 치솟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달걀, 마가린, 밀가루는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오른 품목 12개에 속한다"며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케이크를 굽는 것은 올해 상당히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 됐다"고 보도했다.
외식비는 더 올랐다. 식당 물가는 최근 몇 달 동안 앉아서 먹는 식당 기준으로 1년 전보다 9% 이상 급등했다. 팬데믹 이전 지난 20년 동안 연간 상승률이 2.7%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승 폭이 매우 컸다. 주점과 식당의 주류 가격도 11월에 7.1% 뛰어 199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나타냈다. 학교 구내식당 가격도 1년 만에 세 배로 치솟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무료 점심 급식을 제공하던 학교들이 비용을 청구하기 시작한 영향이 컸다.
먹거리 중에서도 특히 외식비 상승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Fed의 향후 금리인상 기조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달 중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빨리 내려가지 않을 거란 전망이 있다"며 "금리를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서비스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의류 수선 및 대여·신발 수선 비용은 14.1% 치솟았다. 이발 비용은 6.8% 뛰어 1982년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나타냈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6월 9.1%에서 11월 7.1%로 둔화한 것과는 정반대의 흐름이다. 외식 등 서비스 물가는 한 번 오르면 떨어지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커 앞으로도 물가에 지속적인 부담을 줄 전망이다. 특히 고용 시장 호황으로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자 인건비가 올라가고 서비스 물가가 더욱 상승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팬데믹 이후 소비 지출,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불안과 겹쳤고 올해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 식품, 원자재 가격을 악화시켰다"며 "노동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임금 인상을 촉발한 것도 인플레이션의 또 다른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0월 내놓은 세계경제전망(WEO)을 통해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올해 8.1%, 내년 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종전 대비 0.6%포인트 올려잡았다. 전 세계의 내년 물가 상승률은 0.8%포인트 상향한 6.5%, 내년 성장률은 0.2%포인트 하향한 2.7%로 제시했다. IMF는 "내년 식품·에너지 추가 충격으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며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공급 중단 가능성도 남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통 차질로 급등했던 국제 곡물 가격은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이상 기후 등 구조적인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제유가 또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나선 중국의 수요 증가, 유럽의 에너지 부족, 유가 방어를 위한 산유국의 감산 등이 맞물리며 다시 크게 뛸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Fed의 강력한 긴축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경우 이미 둔화 국면에 접어든 전 세계 경기를 급격한 침체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영국 싱크탱크인 경제경영연구소(CEBR)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아직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며 "각국 중앙은행은 경제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며 그 대가로 향후 몇 년간 초라한 성장률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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