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美 시장서 韓 역전…"'8%' 세액공제율 높여라"

문채석 2022. 12.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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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보고서…"美 반도체 재편 최고 수혜국, 韓 아닌 대만"
3년간 대만 9.7→17.4%, 한국 11.2→13.2%
"韓 수출·수입 모두 中 등 특정국 의존…다변화 시급"

[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한국 반도체가 미국 시장에서 대만에 역전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재편 기회를 한국보다 대만이 훨씬 잘 살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 기준 8%에 불과한 투자 세액공제율을 미국 25%, 대만 15%, 일본 10%(파워반도체) 등 주요국 수준으로 대폭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8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따른 한국의 기회 및 위협요인' 보고서를 발표했다.

2018년에서 지난해까지 3년간의 미국 반도체 수입시장 점유율 추이를 보면 대만이 9.7%에서 17.4%로 7.7%포인트 오르는 동안 한국은 11.2%에서 13.2%로 2%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베트남조차 2.6%에서 9.1%로 6.5%포인트 올랐다. 중국은 30.1%에서 11%로 3분의 1토막 났다. 미국이 우방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대만과 베트남 등으로 공급처를 바꾼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 큰 반사이익을 얻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반도체의 더 심각한 문제는 수출, 수입 모두 특정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수출은 중국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지난해 기준으로 시스템반도체 32.5%, 메모리반도체 43.6%, 장비 54.6%, 소재 44.7% 등으로 절대적이다. 미국의 중국 장비 반입 규제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벌벌 떠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무협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기준 세계 반도체 수요의 21.6%를 차지한다. 무협은 "중국에 편중된 수출을 다른 국가로 다변화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은 수출 다변화뿐 아니라 미국에 본사를 둔 대형 반도체 수요 업체 공략을 위해서도 놓칠 수 없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은 낮고 장비·소재 해외 의존도는 높은 점도 한국 반도체의 고질병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 반도체의 매출 대비 R&D 비율은 8.1%로 미국(16.9%), 중국(12.7%), 일본(11.5%), 대만(11.3%) 등 주요국보다 낮았다. 장비의 경우 지난해 기준 수입액 1만 달러(약 1270만원) 이상 품목 80개 중 특정국 수입 의존도가 90%를 웃도는 품목은 30개로 비중이 37.5%에 달했다. 대만(12.1%)의 3배다. 미국, 중국, 일본은 특정국에 90% 이상 의존하는 장비 품목이 아예 없었다.

소재 수입 의존도 현황도 장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정국 수입 의존도가 90%를 웃도는 품목 비중은 한국이 66개 중 12개로 18.2%를 기록하며 주요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16.7%)과 비슷했지만 미국(7.8%), 중국 일본(0%)보다는 훨씬 높았다.

무협은 정치권의 법 개정 이후에도 대기업 기준 8%에 불과한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경쟁국 수준으로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무협에 따르면 미국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은 25%고 대만은 15%다. 대만의 경우 지난달 R&D 및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25%로 올리는 '산업혁신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한국은 6%에서 8%로 2%포인트 올리는 데 그쳤다.

세계경제가 둔화한 것은 물론 최근 인텔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신제품 출시가 지연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감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재고자산이 급증하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지원 수준을 대폭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협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한국이) 뒤처질 우려가 있어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확대해 반도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야 한다"며 "반도체 시황이 나빠져 주요 반도체 기업 투자가 축소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세제지원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시작한 지금이 미국 시장에서 한국 반도체 존재감을 높일 절호의 기회란 게 무협의 시각이다. 도원빈 무협 연구원은 "대만은 적극적인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고 하는 지금이 미국 시장을 선점할 적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미국 주도 공급망 재편 구도에 참여해 핵심 장비·소재 수급 안정성을 높여야 하고, 장기적으로 R&D·설비투자 지원을 해 첨단기술 '초격차'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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