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 TV 유럽 판로 '이상 無'...시장 개화기 변수가 관건

임채현 2022. 12.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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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강화된 에너지효율 내년 3월부터 적용
업체들 "새 기준 맞춰 신제품 개발 완료"
전력 제한으로 '스펙 하향→화질 저하' 우려도
8K 시장 과점 중인 삼성의 마케팅 전략에 눈길
2022년형 Neo QLED 8K 라이프스타일 이미지.ⓒ삼성전자


유럽연합(EU)이 내년부터 TV에 적용하는 에너지효율(EEI) 기준을 개정없이 당초 계획대로 시행하기로 하면서, 코로나19로 점차 개화하기 시작한 초고화질 8K TV 시장의 개화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삼성전자·LG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TV 제조 업체들이 이미 새로운 기준에 맞춰 기술 개발을 완료하면서 유럽 판로 자체에는 차질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에너지효율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TV 전력 소비 규제를 내년 3월부터 시행한다. 우리 정부 및 8K협회,TV 제조업계 등이 관련 규제 완화 등 시정 조치를 요구해왔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올해 기준으로 현재까지 시장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8K 제품군은 내년 3월 새로 적용될 에너지 효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는 기존 4K TV까지 적용되던 에너지효율 기준을 8K TV와 마이크로 LED TV 등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에너지 효율지수는 스크린 면적과 전력 소비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지수인데, 내년부터 8K TV와 마이크로LED TV 등은 에너지 효율지수(EEI) 0.9 이하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준을 맞추지 못한 제품은 EU 내 판매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그러나 당장 내년부터 새롭게 출시될 신제품들은 이미 해당 규제에 맞춰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따라서 일각에서 제기되는 '유럽 판로가 막힐 수 있다'는 우려 자체는 불식됐다. 물론 기존에 나와있는 TV 재고 문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3월 이후 해당 기준에 맞는 제품들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기에 업체들은 크게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소비 전력을 급격히 낮추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품 세부 스펙 하향이다. 장기적으로는 전력 소비 저감 장치 탑재 방식이 거론되고 있지만, 단기간 내에 개발하는 것이 어려워, 업체들은 당장 휘도(밝기)를 낮추는 현실적인 방안을 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 업계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렇게 되면 화질이 저하돼 소위 '초고화질'을 상징하는 8K TV의 상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8K는 해상도의 표현 방법 중 하나다. K는 킬로(Kilo,1000)를 의미해 8K TV란 가로에 약 8000개의 픽셀을 갖춘 TV라는 뜻이다. 지난 2017년부터 시장에 출시되기 시작했다. 현재 TV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4K보다 픽셀이 4배 더 많기 때문에 훨씬 정교하고 생생한 묘사가 가능하다. 물론 일반 소비자가 화질을 구분하기는 어렵기에 무리가 없다는 것이 대부분 업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기존 4K 패널 공급으로도 소비자들이 충분히 고화질을 감상할 수 있고, 상당한 고가를 자랑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컨텐츠가 빈약한 8K의 현재 위치를 살펴봤을 때, 내년 3월 이후 강화된 기준에 맞춘 신제품들이 '스펙 하향'이라는 가능성을 안고 간다해도 각 업체들의 눈앞 실적에 직격탄을 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울러 마이크로LED TV의 경우 워낙 그 수량이 미미해 상대적으로 더욱 그 영향이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4K 뒤를 이어 TV 시장을 새롭게 견인해 줄 것으로 기대됐던 8K 시장의 개화 시기가 더욱 뒤로 밀려날 수 있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코로나 엔데믹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TV 수요 둔화 속에 '초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웠던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 수정 역시 불가피하다. EU 에너지효율 기준 변경으로 한층 다운된 스펙을 탑재한 8K TV를 시장에 내놓게 된다면, 4K 대비 '초고화질', '초프리미엄'이라는 8K의 정체성이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주력 제품의 라인업에 따라 업계 반응도 기업별로 다소 온도 차이가 있다. LCD(액정표시장치) 베이스의 8K 라인업으로 경쟁사 OLED에 대항했던 삼성전자의 경우 프리미엄 전략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을 어느정도 유지하되, 8K에 집중했던 올해 마케팅 포인트를 4K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LCD의 마케팅 포인트 중 하나가 '휘도'라는 점, 8K 시장의 대부분을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 등이 이같은 추측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이같은 프리미엄 마케팅 전략 변화에는, 내년 상반기 새롭게 출시될 8K TV 신제품 가격 형성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8K TV는 1000만원대에 가격이 형성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물류, 원자재, 마케팅 변수 등 워낙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어, 가격이 어떻게 형성될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내년 CES 이후 시장 상황에 따라, 8K TV를 생산하는 업체 상황에 따라, 8K 수익성을 어디까지 바라보는게 좋을지 결정하고 그에 따라 마케팅에도 (전략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8K TV 내년 출하량이 올해 대비 -5.8%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출시 이후 꾸준히 성장해 온 시장이 첫 역성장에 접어들 전망이다. 아직 전체 시장의 0.2%를 차지하는 8K 시장이 제대로 개화하기에는 한참 멀었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유럽을 계기로 북미, 아시아 등에서도 에너지효율 규제 강화를 검토할 경우 8K 성장세는 훨씬 더뎌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출하량은 대략 40만대로 예상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시장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 63.1%, LG전자 5.5%로 국내 업체들이 과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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