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판 바꾼다? "다낭 39만원" 그 싸구려 또 돌아왔다

손민호, 최승표 2022. 12. 28.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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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여행레저 7대 뉴스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관광


2022년에는 관광 분야도 서서히 일상을 회복했다. 주요 지역 축제가 3년 만에 부활한 것만 봐도 그렇다. 올여름 보령머드축제 현장에서 만난 외국인 참가자의 모습. 백종현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네 일상을 지배한 지 꼬박 3년을 채웠다. 이제 4년째를 바라본다. 지난했던 시간만큼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은 물론이고 여행도 크게 바꾸고 있다. 거리두기, 입국자 PCR 검사 같은 방역지침이 사라진 올해는 그래도 긍정적인 변화가 많았다. 해외여행이 되살아나고 지역 축제가 돌아왔다. 여행과 업무를 병행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확산했고, 국내에서도 장기간 여행과 살아보기 여행이 늘고 있다.

되살아난 해외여행, 싸구려 패키지는 여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관광업계에서는 올해를 포스트 코로나 원년으로 본다. 단체 모임과 출국을 막았던 장벽이 비로소 걷혔기 때문이다.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됐고, 10월에는 입국자에 대한 PCR 검사 의무도 폐지됐다. PCR 검사 의무가 사라지자 출국자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10월 한국인 출국자는 약 77만 명으로 지난해 10월보다 5배 이상 늘었다. 11월에는 약 104만 명이 해외로 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7배 가까이 증가했다. 11월까지 누적 출국자 수는 518만 명이었다.
지난 26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해외 여행객들로 붐비는 모습. 뉴스1
입국자 PCR 검사 의무가 사라지기 전에는 유럽이나 태국, 베트남, 미국령 괌·사이판처럼 자가 격리 의무가 없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해외 여행지를 많이 찾았다. 최근에는 일본 여행이 봇물 터졌다. 오랫동안 강고한 방역 정책을 펼쳤던 일본 정부가 10월 11일 입국자 규제를 확 푼 게 결정적인 계기였다. 지난달 방일 한국인은 9월 약 4만 명, 10월 약 13만 명에서 11월 31만5400명으로 치솟았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 11월보다 53.8%나 늘어난 숫자다.

2020년만 해도 코로나가 관광업계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전망했지만, 정작 큰 변화는 아직 감지되지 않는다. 베트남 다낭 39만원, 튀르키예 99만원. 이런 식의 저가 패키지 상품이 되살아났다. 3년 가까이 빙하기를 경험한 여행사들이 품질이 아니라 가격으로 과열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 고유가, 고환율, 고물가 3중고도 해외여행 회복의 걸림돌이다.


냉탕 온탕 오간 지역 축제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고 각종 방역 지침이 완화되면서 지역 축제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사진은 8월 열린 화천 토마토 축제. 최승표 기자
올해는 지역마다 ‘3년 만에 돌아온 축제’라는 말을 유행어처럼 썼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수그러든 봄부터 축제 부활 기미가 보였다. 창원 군항제, 여의도 벚꽃축제 등 유명 봄꽃 축제는 3년 연속 취소했으나 분위기는 달랐다. 벚꽃 길을 완전히 틀어막은 지난 2년과 달리 산책 나온 인파까지 막지는 않았다.

여름에 들어선 주요 축제가 일제히 개막했다. 보령머드축제는 아예 축제 기간을 열흘에서 한 달로 늘려 왁자하게 축제를 치렀다. 약 135만 명이 방문했다. 장흥물축제, 화천토마토축제도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축제 참가자는 마스크를 쓰긴 했어도 모르는 사람과 어울려 물놀이를 하고, 토마토풀장에서 뒹굴며 모처럼 자유를 누렸다. 코로나가 아닌 복병 때문에 축제를 접은 지역도 있었다. 평창 효석문화제는 폭우 탓에 메밀 농사를 망쳤고, 보은대추축제는 이상 고온으로 대추 수확량이 지난해의 절반에 불과했다. 관광업계에선 기후 위기도 새 변수로 떠올랐다.

코로나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와중에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다. 지자체뿐 아니라 테마파크, 호텔, 리조트도 핼러윈 관련 행사와 축제를 전면 중단했다. 그 여파가 겨울까지 이어지고 있다. 화천 산천어축제, 평창 송어축제 등 3년 만에 재개하는 겨울 축제도 있으나 인파 밀집으로 인한 사고를 우려해 축제를 포기한 지역도 많다. 겨울 코로나 재확산 우려까지 겹쳤다. 올겨울 포항시는 호미곶 해돋이 축제, 당진시는 왜목마을 해돋이 축제를 열지 않기로 했다.


원거리 국립공원 이용객 ↑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자 사람들은 자연 속으로 들어갔다. 걷기여행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났고, 국립공원 탐방객 숫자도 증가했다. 2021년 문체부가 실시한 걷기여행 실태조사에서 걷기여행이 코로나 사태 이후 선호하는 야외 관광지 1위(48%)로 꼽힌 건 이와 같은 트렌드가 반영된 결과다.

걷기여행의 대명사 제주올레도 완주자가 크게 늘었다. 올해는 11월까지 완주자가 4590명 나왔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 완주자(4464명)보다 많은 숫자다.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올 11월까지 제주올레 완주자는 모두 11만832명으로, 2012년 제주올레가 완성된 이후 집계한 전체 완주자 1만721명의 68.7%를 차지한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국립공원 탐방객도 꾸준히 늘었다. 올해 11월까지 전국 22개 국립공원 탐방객은 3669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 증가했다. 확연히 달라진 트렌드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했던 2020, 2021년에는 대도시에서 가까운 국립공원이 인기였다. 북한산·계룡산·치악산 탐방객이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보다 늘었었다. 올해는 다르다. 월출산(98.5% 증가), 지리산(34.0% 증가), 한라산(31.1% 증가), 한려해상(19.0% 증가) 같은 남부지방 국립공원 이용객이 부쩍 늘었다. 그동안 위축됐던 장거리 여행이 거리두기 해제 이후 살아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MZ세대는 등산·캠핑·서핑 같은 야외활동 외에 테니스·러닝·요가 같은 여가에도 적극적이었다. 여가 예약 플랫폼인 '프립'은 올해 요가(94%), 라켓스포츠(70%), 러닝(59%) 매출 증가율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프립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등산·서핑처럼 인파 밀집도가 낮은 레저가 인기였는데 거리두기가 사라진 뒤에는 다양한 활동이 골고루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생활이 된 여행


코로나 시대에는 명소 방문 위주의 숨가쁜 일정보다 한 지역에서 오래 머물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전남 해남의 생활관광 프로그램 '땅끝마실'에서 다도 체험을 하는 여행객의 모습. 최승표 기자
코로나는 여행 방식도 바꿨다. 장기 체류, 비대면 여행, 독채 숙소 선호 같은 현상이 대표적이다. 장기 체류 여행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2년을 거치며 뚜렷이 확산했다. 문체부가 생활관광 활성화에 나선 것도 같은 이유다.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방 소멸에 대응한 사업이어서 더 주목받는다.

대표 사례가 전남 강진의 ‘푸소’다. 농촌 민박과 체험을 결합한 여행 프로그램으로, 26개 농가가 참여한 ‘푸소 일주일 살기’는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문체부는 올해 전남 해남, 강원도 속초 등 10개 도시와 생활관광 활성화 사업을 벌였다. 걷기여행, 장 담그기, 분재 체험 등 프로그램도 다채롭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박 이상 생활관광 체험객 중 71%가 “재이용 의사가 있다”고 답했고, 숙식비 외에 13만5000원(1인 평균)을 지출했다.

코로나 시대, 휴가와 일을 병행하는 '워케이션'이 떠올랐다. 사진 강원도관광재단

재택근무, 원격 근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워케이션(work + vacation)’을 도입하는 회사도 부쩍 늘었다. IT 회사, 레저 관련 기업이 워케이션 도입에 적극적인 분위기다. 한화리조트는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2~4주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야놀자는 직원 300명에게 일주일 워케이션 기회를 제공했다.

지자체도 관심이 많다. 강원도, 부산시, 제주도 등이 대표적이다. 강원도와 강원도관광재단이 기획한 워케이션 특화 상품은 올해 2만2801박 판매를 기록했다. 강원도관광재단 원문규 관광마케팅실장은 “코로나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내년에도 직원 복지 차원에서 워케이션을 도입하는 회사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민호·최승표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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