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다 담갔다" 치고나간 김기현...與전대 '친윤 교통정리'는?
김기현 의원이 27일 내년 3·8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출마 기자회견을 열어 “켜켜이 쌓여온 ‘신적폐(전임 정부 유산을 지칭)’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2024년 총선 압승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그 일은 누구보다도 김기현이 가장 적임자라고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공감대를 만들어 당을 화합 모드로 이끌어가는 데에는 제가 적임”이라며 “윤 대통령과의 대립을 통해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낮추고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성공을 위해 밀알이 되는 ‘희생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의원은 “김장은 이제 다 담갔다”며 친윤(親尹) 핵심 장제원 의원과의 연대를 뜻하는 ‘김·장 연대’도 공식화했다. 그러면서 “김장 김치만 갖고 밥상이 풍성하겠느냐. 된장찌개도 끊이고 맛있는 공깃밥도 만들어서 풍성한 식단을 만들어 국민에게 사랑받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안정적인 집권 여당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른바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 논란이 있는 데 대해선 “윤심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우리 당이 지향해야 할 건 민심을 얻는 것”이라며 “나는 ‘민(民)핵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고는 “저는 민주당과 겨루어 매번 이겼다. 김기현은 싸워서 이기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며 “(원내대표로서) 여야 협상에서는 능숙하게, 야당의 몽니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면서 정국을 주도해왔던 저의 리더십을 다시 당 대표로서 발휘하게 된다면 총선 압승은 꼭 달성된다”고 했다.
일찍이 출마를 선언한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를 제외하고 원내 의원 중 처음으로 김 의원이 당권 레이스에 돌입하자 여권에선 “당내 주류로부터 지지를 받는 김 의원이 먼저 치고 나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번 전당대회가 100% 당원투표로 치러지는 만큼 ‘친윤계 선두 주자’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의원도 이날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은 별 의미가 없다”며 “본격적인 당권 경쟁이 시작됐으니 빠른 속도로 내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핵심부에서 우호적 평가를 받고 있지만 김 의원이 당권을 거머쥐려면 친윤계 주자 사이의 교통정리도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조 ‘윤핵관’ 권성동 의원과 윤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하는 윤상현 의원 등 친윤계 경쟁자들이 그대로 출마할 경우 표가 분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도 여전히 출마 가능성이 있다. 김 의원은 나 전 의원과의 연대에 대해선 “나 전 의원은 많은 장점이 있고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자산을 활용해서 더 큰 하나를 만들 것인지 계속 고민하겠다”고 했다. 또 다른 유력 주자인 안철수 의원과 권 의원은 내년 1월 초·중순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당권 경쟁의 막이 오르면서 최고위원 선거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친윤계에선 “친윤계 최고위원 후보를 출마시켜 친윤계 대표를 만들 때도 도움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재원 전 의원이 최고위원에,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청년 최고위원에 각각 도전할 거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 대선에서 선대위 수행팀장 자격으로 윤 대통령을 수행한 이용 의원도 출마가 확실시되고 있다.
권역별로는 대구·경북(TK)에서 이만희 의원, 강원에서 유상범 의원이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비윤계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의 측근인 허은아 의원, 유승민 전 의원과 가까운 김병욱 의원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편 유흥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은 “전당대회의 컷오프 기준은 본경선과 같은 100% 당원투표로 결정할 것”이라며 “본경선 출마자는 대표 선거는 4~5명, 최고위원 선거는 8~9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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