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첫 거부권?…이재명 1호 입법 강행, 양곡법 심상찮다

손국희 2022. 12. 2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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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표 양곡관리법이 또다시 여야 정쟁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해 가까운 본회의 테이블에 올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오전 10시 열리는 농해수위 회의에서 합의 처리 여지가 없을 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처리해 본회의에 부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는 모습. 뉴스1


양곡관리법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이거나 가격이 5% 넘게 하락하면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전부 사들이도록 의무화해 가격 하락을 방지하는 취지의 법안이다. 쌀값 대폭락을 막고 농가 소득을 보호하는 안전장치라는 게 민주당 입장이다. 반면 정부·여당은 이를 강제하면 1조원가량을 쏟아부어야 하고, 이미 정부 판단에 따라 초과 생산분을 유동적으로 사들이고 있어 개정이 불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10월 19일 국민의힘 반발 속에 양곡관리법을 농해수위에서 통과시켰다. 이후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 의사봉을 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60일 이상 머물러 있다. 국회법 86조에 따라 60일 이내에 체계·자구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상임위 재적 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거쳐 법안을 본회의로 올릴 수 있다.

농해수위원은 총 19명이고, 민주당 11명과 무소속 윤미향 의원까지 합치면 5분의 3을 넘는다. 농해수위 야당 간사인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27일 통화에서 “합의 처리의 여지가 있으면 협상하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단독 의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이 10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소병훈 위원장(민주당, 왼쪽)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표결 처리하려 하자 항의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국민의힘은 “농민은 안중에도 없는 독주”라고 반발하고 있다. 농해수위 여당 간사인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내년 8월로 예정된 추곡 수매까지 시간이 충분해 더 나은 대안을 논의할 수 있는데 성급한 처리에만 몰두한다”며 “이재명표 양곡관리법은 쌀 공급 과잉을 유발해 오히려 쌀값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지난 22일 여야 예산안 합의서에 ‘양곡비 지원 957억원 증액, 쌀값 안정화 작물직불사업 400억원 증액’이 명시된 것을 놓고 여당은 “양곡관리법 단독 처리는 쌀값 안정화를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합의·노력한다는 예산 합의 정신을 내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쌀값 안정화를 위한 여야 합의와 양곡관리법 처리는 별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남은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한 10월 19일, 충남 계룡시에서 농민이 콤바인을 이용해 벼를 수확하는 모습. 프리랜서 김성태


양곡관리법이 28일 농해수위를 거쳐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 이재명표 1호 강행 입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이 대표는 양곡관리법 처리 의지를 수차례 드러내며 공을 들였다. 이 대표는 9월 19일 당 의원들에게 “국민이 실망하지 않도록 확실히 처리해달라”고 주문했고, 법안이 농해수위 문턱을 넘은 10월 19일에는 “국민의힘은 쌀값을 책임지겠다고 동네방네 붙여놓고 양곡관리법을 공개적으로 반대해 국민을 기만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7대 중점 입법 과제에도 양곡관리법이 포함됐다.

야권에서는 성남 FC 후원금 사건 수사로 코너에 몰린 이 대표가 양곡관리법을 고리로 간만에 장외가 아닌 국회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농해수위 회의가 열리는 28일은 공교롭게도 검찰이 이 대표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한 날짜다. 야권 관계자는 “양곡관리법은 이 대표가 강조하고 체감되는 개혁의 대표작”이라며 “이재명표 첫 민생 작품이 본회의를 통과하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시작 후 첫 거부권 행사로 대응한다면 그것대로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노리고 진흙탕 싸움을 벌일 목적으로 양곡관리법을 악용한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이 대표 방탄 때문에 쌀 수급 안정 대책을 내팽개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10월 20일 “법으로 매입을 의무화하면 재정 낭비가 심각하고, 농민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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