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 뛰어야 사니, 폐업해야죠”… 벼랑 끝 몰린 소상공인들

문수정,구정하 2022. 12. 28.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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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던 조모(37)씨는 4년간 운영한 가게를 접기로 했다.

소상공인들에게 경기침체는 이미 피부에 와닿는 '칼바람'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상공인이라는 '약한 고리'를 보호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상공인에게 3년간 대출 상환유예를 연장하거나 가산금리를 조정해주는 등의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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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원재료·대출이자 인상 압박
자영업자 40% “3년 내 폐업 고려”
서울 중구 식당가의 스산한 풍경. 권현구 기자


경기도 수원시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던 조모(37)씨는 4년간 운영한 가게를 접기로 했다. 갚아야 할 대출금은 2000만원이 넘는데 매일 찍히는 매출은 평균 50만원도 안 된다. 밀가루, 커피 원두, 우유 등 원재료 가격은 오르지 않은 게 없다. 월 매출 1500만원이 나와도 임대료 등의 고정비에 대출이자를 빼고 나면 한 달에 200만원도 벌지 못할 때가 많다. 대출이자 부담에 지난달부터 대리운전을 뛸 정도다. 조씨는 “더 늦기 전에 폐업하고 다른 일을 찾는 게 낫다는 결론을 냈다”고 27일 토로했다.

고물가, 고금리가 소상공인들을 짓누르고 있다. 수입 원재료와 식자재 가격, 전기·가스 요금, 대출이자율 등이 치솟자 폐업을 선택하거나 고민하는 소상공인이 늘고 있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된다’는 암울한 전망이 가득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자영업자 500명을 설문한 결과에서도 이런 흐름을 목격할 수 있다. 응답자의 40%가 “3년 안에 폐업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영업실적이 지속적으로 악화하고(26.4%), 경기회복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16.1%), 자금사정은 나빠지는데 대출 상환부담(15.1%)까지 더해지면서다. 서울 중구에서 100석 규모의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이 건물에 입주한 상가가 20개가량 되는데, 벌써 5곳은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 백화점에 들어가기 위한 차량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혹한까지 덮치면서 요식업계는 ‘연말 특수’마저 누리지 못한다. 실내에서 쇼핑, 문화생활, 식사까지 해결할 수 있는 백화점, 대형쇼핑몰, 아울렛 등으로 인파가 몰리기 때문이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이모(54)씨는 “출근길에 스타필드 주차장 앞에 길게 늘어선 차량을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한숨을 쉬었다.

소상공인들에게 경기침체는 이미 피부에 와닿는 ‘칼바람’이다. 올해 초에 1인 미용실을 열었던 장미연(35)씨는 이달부터 일주일에 이틀씩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한다. 장씨는 “먹고살기 힘들어지면 미용실, 옷가게에 쓰는 돈부터 아낀다고들 한다. 지난달부터 갑자기 손님이 확 줄었다. 각오는 했는데 예상보다 더 나쁘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의 몰락은 경제 전체에 상당한 타격을 준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은 25% 안팎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내년 경제 상황이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상공인이라는 ‘약한 고리’를 보호할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상공인에게 3년간 대출 상환유예를 연장하거나 가산금리를 조정해주는 등의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수정 구정하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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