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윤제균 감독 “하고 싶다고 진심 담아 매달렸다”

임세정 2022. 12. 28.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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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하고 싶다고 진심을 담아 매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뮤지컬 영화도 잘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줄테니 지금까지의 나를 믿고 한 번만 도와달라고 읍소했다. 사실 그건 '국제시장'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해운대'를 할 때는 심지어 블록버스터 영화를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코미디 감독일 뿐이었다."

윤 감독은 "글로벌 인기를 목적으로 작품을 구상하지 않는다. 아마 세계적으로 흥행한 국내 작품들 대부분이 그럴 것"이라며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그저 진심을 가지고, 정말 하고 싶은 걸 한다. '영웅'이 나중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넘어가게 되면 '엄마와 아들의 정'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이 해외에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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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해운대’ 쌍천만 감독 출신
생소한 뮤지컬 영화에 투자자 설득
“나를 믿고 한번만 도와달라고 읍소”
영화 ‘영웅’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 ‘영웅’은 동명의 창작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으로 2014년 ‘국제시장’ 이후 8년 만에 그가 감독으로 내 놓은 영화다. CJ ENM 제공


“정말 하고 싶다고 진심을 담아 매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뮤지컬 영화도 잘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줄테니 지금까지의 나를 믿고 한 번만 도와달라고 읍소했다. 사실 그건 ‘국제시장’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해운대’를 할 때는 심지어 블록버스터 영화를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는 코미디 감독일 뿐이었다.”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윤제균 감독은 영화 ‘영웅’ 작업을 시작할 때의 상황을 이같이 돌이켰다. ‘영웅’은 동명의 창작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2014년 ‘국제시장’ 이후 8년 만에 그가 감독으로서 내놓은 영화다.

개봉 전엔 관객들의 반응이 걱정됐지만 개봉하고 나니 오히려 덤덤하다고 윤 감독은 말했다. 그는 “감독이나 제작자에게 작품은 자식같다. 관객들에게 아들을 장가 보낸 기분”이라며 “흥행의 비결이 뭘까 생각하다가 내린 결론은 일단은 잘 만들어야 하고 그 다음엔 간절히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뮤지컬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잘 시도되지 않은 장르였다. 안중근 역을 맡은 정성화는 뮤지컬계에선 최고의 티켓파워지만 이 정도 규모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은 적은 없었다.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건 쉽지 않았다. 제작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정성화에게 같이 하자고 말할 수도 없었다.

윤 감독은 “2012년 뮤지컬 공연을 보고 영화로 만들 결심을 했고, 실력 면에서 정성화를 대체할 배우는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사는 ‘왜 하필 뮤지컬이냐’는 반응이었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장르도, 주연 캐스팅도 도전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영웅’은 관객들의 예상을 뒤엎었다. ‘국뽕’(맹목적인 애국심을 강조하는 행태) 코드보다는 오히려 안중근 의사와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의 이야기가 부각된다.

그는 “국뽕으로 가려면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의 대결로 가야 하고,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할 때 카타르시스가 극대화돼야 한다. 안중근이 하얼빈역에서 이토를 저격할 때 영화가 절정으로 치닫아야 한다”면서 “‘영웅’은 그렇지 않다. 독립운동을 하다가 사형 선고를 받은 아들과 엄마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목적지’”라고 설명했다.

K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해외 관객들을 염두에 둔 작품을 만들 법도 하다. 그는 “수백 개의 시나리오가 이 안에 담겨있다”며 아이디어가 빼곡히 적힌 스마트폰을 보여줬다.

윤 감독은 “글로벌 인기를 목적으로 작품을 구상하지 않는다. 아마 세계적으로 흥행한 국내 작품들 대부분이 그럴 것”이라며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그저 진심을 가지고, 정말 하고 싶은 걸 한다. ‘영웅’이 나중에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넘어가게 되면 ‘엄마와 아들의 정’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이 해외에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난 서른 셋에 꿈을 이뤘다. 어떻게 보면 이른 나이에 길을 찾은 것”이라며 “지금도 정상을 보고만 걸어가지 않는다. 정상에 오르게 될 수도 있고, 정상인 줄 알았는데 다른 골짜기에 가 있을 수도 있을 거다. 그저 내 앞의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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