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올 한 해 무엇에 공감했나요

김나래 2022. 12. 28.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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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온라인뉴스부에서 '혐오 발전소, 댓글창' 시리즈를 5회에 걸쳐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공인들이 해당 이슈에 대한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혐오가 함께 분출되는 현상을 '혐오 라이선스'라 불렀다.

이들은 문재인정부를 비판하고 반대하기 위해 여성이나 호남, 민주노총에 대한 혐오를 전략적으로 일삼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장 '혐오'를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는 정치 행태가 달라지지 않는 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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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래 온라인뉴스부장


국민일보 온라인뉴스부에서 ‘혐오 발전소, 댓글창’ 시리즈를 5회에 걸쳐 보도했다. 신문엔 5일간 게재됐지만, 기획하고 보도하기까지는 반년이 걸렸다. 왜 ‘네이버 뉴스 댓글’에 주목했느냐면,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생각을 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런 말을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간에 이렇게나 막 쓴다고?” 무엇보다 그런 혐오의 말에 공감을 누르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 놀라웠다. 왜 이런 혐오에 공감할까.

전문가인 카이스트 이원재 교수팀과 함께 1억2000여만개의 댓글을 분석했다. 빅데이터는 우리가 개별 댓글을 마주하며 느꼈던 것보다 훨씬 더 뉴스에 달린 댓글이 ‘혐오’로 얼룩져 있다고 말해줬다. 서구사회의 경우 혐오는 인종, 성소수자 문제를 통해 주로 발현하는 것과 달리 네이버 댓글에선 여성, 호남, 민주노총이라는 키워드에서 혐오가 짙게 드러났다. 정치권을 통해 이슈화될 때마다 혐오 댓글 숫자도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공인들이 해당 이슈에 대한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혐오가 함께 분출되는 현상을 ‘혐오 라이선스’라 불렀다.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고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면, 누구나 나도 그런 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정치인뿐만 아니라 적잖은 댓글 작성자들 역시 뚜렷한 정치적 성향을 기반으로 반대 정파를 혐오하고 지지자를 선동하는 내용의 댓글을 다는 현상이 보였다. 앞서 거론한 세 가지 키워드는 사실 문재인정부의 지지 기반과 맞닿아 있다. 문재인정부는 ‘친여성, 친페미니즘 정부’로 불렸고, ‘친노조’ 정책을 펼쳤다. 호남 지역은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이다. 키워드에 달린 모든 댓글이 다 그렇진 않겠으나 일부 댓글러 사례는 정치적 이유로 혐오를 사용하는 듯 보였다. 이들은 문재인정부를 비판하고 반대하기 위해 여성이나 호남, 민주노총에 대한 혐오를 전략적으로 일삼는 것처럼 보였다.

다시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혐오 댓글의 문제는 직시했지만 이를 해결하는 길은 너무 멀게만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치인도, 기자도, 포털업자도, 댓글을 쓰는 이도, 댓글을 읽는 이도 혐오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당장 ‘혐오’를 에너지원으로 삼고 있는 정치 행태가 달라지지 않는 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인들이 자기 SNS를 통해 지지자들로 하여금 반대편을 공격하게끔 선동하는 정치가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답이 도통 안 보이는 상황에서 그나마 내가 공감했던 대안은 쿠르드족 출신으로 덴마크에서 최초로 소수민족 출신 국회의원을 지냈던 외즐렘 튀레치의 이야기였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의 페이스북은 혐오를 키우는 장이다. 특정 혐오 발언에 동의하는 사람이 같은 장소에 모이면 폭력성은 더욱 커진다”고 털어놓았다.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죽이겠다는 협박을 수도 없이 들었던 그는 그들과 만나 대화하고 논쟁하는 장을 만드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선 논쟁을 하되, 정책 포커스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할 경우 곧바로 댓글을 차단한다는 룰을 소개했다. 모든 발언에는 결과가 따라온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장대익 교수는 최근 ‘공감의 반경’이란 책에서 우리 편에 대한 깊은 공감보다 다른 이들을 향한 넓은 공감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우리 편에 대한 정서적인 공감이 오히려 배제와 차별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 한 해 나는 누구의 말에, 어떤 주장에 공감했던가. 생각해보며 새해를 맞으려 한다.

김나래 온라인뉴스부장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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