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무인기 대비 부족”…군 “격추 못해 송구”

이철재, 박현주 2022. 12. 28.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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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를 격추시키지 못한 데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27일 윤석열 대통령은 군의 대비태세와 훈련 부족을 질타하면서 대북 드론부대 조기 창설을 지시했다. 군은 대국민 사과를 했으나 오후엔 새떼를 북한 무인기로 오인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개최된 제57회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무인기 영공 침범은) 지난 수년간 우리 군의 대비태세와 훈련이 대단히 부족했음을 보여주고 더 강도 높은 대비태세와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해 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2017년부터 드론에 대한 대응 노력과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고 훈련이 아주 전무했다는 것을 보면 북한의 선의와 군사 합의에만 의존한 대북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우리 국민들이 잘 봤을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주요 군사시설을 감시 정찰할 드론부대 창설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어제 사건을 계기로 드론부대 설치를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이런 군용 무인기 도발에 대한 내년도 대응 전력 예산이 국회에서 50%나 삭감됐다”며 “새해 국회를 다시 설득해 이런 전력 예산을 증액해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예산과 전력을 확충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 직후 합참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강화도 새떼를 북한 무인기 오인…군, 전투기까지 출격

북한 무인기의 수도권 영공 침범 다음 날인 27일 경기도 파주시 한반도 생태평화 종합관광센터 매표소 앞에 ‘군사작전상 DMZ 평화관광 잠정 통제’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시스]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은 이날 ‘입장’을 통해 “어제 적 무인기 5대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했고, 우리 군은 이를 탐지 추적하였으나 격추시키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강 본부장은 “정찰용 소형 무인기는 3m급 이하의 작은 크기로 현재 우리 군의 탐지·타격 능력으로는 제한되는 부분이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군의 대비태세가 부족했던 점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군은 적 무인기의 도발에 대비해 각급 부대별 탐지·타격 자산 운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탐지자산은 초기부터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도록 적극 운용하며 타격자산을 공세적으로 투입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본부장은 “전파 차단, 레이저 등 적 무인기를 타격할 수 있는 필수 자산을 신속히 획득하고 기존 전력화 추진 중인 장비의 시기도 최대한 단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이날 인천 강화군 일대에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항적이 포착되자 군은 공군 전투기와 육군 무인기 등 공중 전력을 투입해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항공기 조종사가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북한 무인기가 아닌 새떼인 것으로 관측돼 상황은 오후 4시쯤 종료됐다.

새떼를 북한 무인기로 오인해 인천시가 강화군 주민들에게 보낸 재난문자. [안전디딤돌 캡처]

합참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레이더에 항적이 제일 먼저 포착되는데 이것만 봐서는 무인기인지 새떼인지를 알 수 없다”며 “현실적으로 근처에 가서 망원카메라 등 장비를 동원하거나 육안으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들은 전날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문자 등을 제때 보내지 않아 비판이 제기된 것을 의식한 듯 이날엔 신속히 재난안전 문자를 발송했다. 이날 오후 2시57분 인천시 강화군에서는 ‘강화군 석모도 지역에 무인기가 관측됨에 따라 안전에 유의하기 바란다’는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앞서 강화군은 오후 2시43분과 45분 삼산면과 서도면 일대에서 안내방송을 두 차례 했다.

한편 전날 서울 북부 상공까지 남하했던 북한 무인기 한 대는 은평구부터 강북구 일대를 좌우로 1시간가량 비행했고 사전에 입력된 좌표에 따라 고도 3㎞ 상공에서 시속 100㎞로 움직였던 것으로 합참은 파악했다. 또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휘젓고 다니는 동안 지상 대공포는 이를 자체적으로 탐지하지 못해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철재·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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