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보조금도 투명성 강화 대수술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국민 혈세가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에 쓰인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민단체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원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라고 지시했다.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에 이어 시민단체 보조금에 대한 대수술을 예고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지난 몇 년간 민간단체에 대한 국가보조금이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정부의 관리는 미흡했고, 그간 회계 사용처를 제대로 들여다본 적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적인 목표가 아닌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보조금을 취하는 행태가 있다면 이는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재정은 투명하고 원칙 있게 쓰여야 되며 국민 혈세를 쓰는 곳에 성역은 있을 수 없다”면서 “현재의 국가보조금 관리체계를 새해 전면 재정비해서 국민 세금이 제대로 투명하게 쓰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각 정부 부처에 “공익 목적의 보조금 사업의 회계 부정, 목적 외 사용 등 불법적인 집행이나 낭비 요소가 있는지 그 실태를 철저하게 점검해 주시기 바란다”며 “방만하고 낭비성 사업이 있다면 과감하게 정비하고, 보조금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또 “노조 부패를 막는 확실한 길은 회계 투명성 강화”라며 “소수의 귀족노조가 다수 조합원과 노동 약자들을 착취하고 약탈하는 구조가 방치된다면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목을 잡을 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어렵게 된다”며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에 대해서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조와 함께 시민단체 회계공시 제도의 도입 필요성도 언급했다. “노조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해 기업공시 제도와 같은 공시 제도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며 “국민 세금인 국가보조금으로 지원하는 민간단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정치권력은 시민단체를 세금으로 지원하고 시민단체는 권력을 지지하는 부패 카르텔이 만들어졌다”며 ‘불법 이익’ 환수를 공약한 바 있다. 시민단체의 공금 유용과 회계 부정 방지 방안을 담은 이른바 ‘윤미향 방지법’ 추진도 약속했다.
대통령실은 이와 관련해 “국고보조금 관리 실태 등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는 걸로 안다”며 “시민단체 등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원된 금액만 지난 5년간 20조원 상당에다 회계 부정도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어서 28일 별도의 브리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 “혈세 쓰는 곳 성역 없다”…기재부, 내년 특별실태조사 계획
감사원은 지난 8월부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은 시민단체 등 1716곳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이와 별도로 기획재정부도 내년 상반기 중으로 보조금이 당초 목적에 맞게 쓰였는지 살펴보기 위해 특별실태조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학교·병원 및 시민단체를 포함한 민간 부문에 대한 정부 보조금은 2017년 12조4049억원에서 2021년 42조1728억원으로 문재인 정부 5년간 3.4배 규모로 늘었다.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은 비영리법인 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2만9358개에서 지난해 3만3816개로 늘었다. 여기에 개인사업자와 기업을 포함한 민간 부문에 대한 보조금 규모가 올해 7월 기준으론 55조4791억원에 달할 정도로 불어났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보조금 등 정부 직접 지원 16조5868억원, 국책은행 등의 대출 26조5500억원, 정부 보증 1조1556억원 등 45조여원을 투입하는 등 보조금 사업 자체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서울시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를 주관한 ‘촛불중고생시민연대’(촛불연대)의 비영리 민간단체 등록을 말소하고, 올해 공익활동 보조금도 전액 환수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특정 정당 또는 선출직 후보를 지지·지원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단체를 운영한 점이 등록 말소 처분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촛불연대는 지난 11월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중·고등학생 촛불집회를 주관했고, 서울시 ‘시민학습 프로그램 지원사업’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받은 탈북민 김모씨를 청소년 강연에 강사로 초청했다.
또 단체 대표에게 세 차례 강사료를 지급하는 등 보조금 1600만원을 부적절하게 집행한 점도 발견했다고 한다.
현일훈·조현숙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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