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준이 커넥트로 돌아왔다. 그리고 눈이 멀어버릴 듯 아주 말갛게 웃던 순간.
Q : 인터뷰를 진행 할 이마루입니다. 2018년 드라마 〈최고의 이혼〉에서 맡은 역할 이름이 ‘강마루’더라고요. 괜히 반가웠어요
A : 맞아요. 강휘루(배두나)의 동생 강마루! 너무 오랜만이네요. 제 기억 속에 강하게 남은 ‘강마루’ 또한 송중기 님의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의 강마루인지라(웃음).
Q : 영화 〈미성년〉의 엔딩 장면을 좋아해요. 그렇게 산뜻한 느낌이 드는 결말은 드물죠. 10대 소녀들이기에 가능한 결말이랄까
A : 그 시기의 발칙함이 있죠.
Q : 출연작은 나중에 다시 보는 편인가요
A : 곧잘 돌아보는 편이에요. 〈미성년〉은 코끝이 시린 계절이면 떠올라 겨울이면 한 번씩 꼭 보고요. 〈구경이〉 마지막 화에 등장인물이 하나하나 나오는 부분은 얼마 전에도 또 봤어요.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추억에 젖으면 울컥한 마음이 들어요.
Q : ‘상복’이 있다고 해도 될까요. 〈미성년〉으로 2019년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받은 것에 이어 2020년 MBC 연기대상 여자신인상, 올해는 제58회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신인연기상을 받았습니다
A :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뭘 하고 있는지 고민하는 시기는 누구에게나 오잖아요. 스스로 의심할 때마다 상을 받을 기회가 찾아왔어요. 그래서 조금씩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좀 더 열심히 해봐도 되겠다는 원동력이자 격려가 되죠. 특히 청룡영화상은 연기로 받은 첫 상이기에 한층 뜻깊게 느껴져요.
Q : 백상예술대상 수상 당시 인터뷰에서 근황을 묻자 공룡에 흥미가 생겼다고요. 재밌는 사실이 있나요
A : 다들 아는 정도만 아는 것 같긴 한데요(웃음). 티라노사우루스가 실제로는 우리가 아는 멋지고 위협적인 외형은 아니었대요. 날개도 애매하게 달려 있고, 좀 못생긴? 하지만 〈쥬라기 공원〉 속의 멋진 모습으로 기억할 생각입니다. 지금은 관심이 식기도 했고요.
Q : 그렇다면 최근 빠진 것은
A : 운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생활 반경이 넓어졌죠. 한강 가고 싶으면 새벽에도 가고, 소리 지르고 싶을 때는 차 안에서 혼자 소리 지르고 노래도 듣고요. 운전하려고 일부러 약속을 만들 정도예요.
Q : 신나게 운전하는 걸 보니 겁은 없는 편인가 봐요
A : 엄청 많습니다. 작은 소리에도 금세 놀라는 제가 도로 주행 연수를 다시 받겠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말리셨어요. 다른 사람보다 훨씬 많이 연습해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 : 블랙핑크 콘서트에도 다녀왔더군요.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봤어요
A : 블랙핑크 너무 좋아요! K팝 공연은 볼 기회가 많지 않은데, 오랜만에 공연장에서 뛰어놀아보니 신나더라고요. 노래를 따라 부르는 재미도 있고요. 멤버들이 너무 예뻐서 눈을 뗄 수 없었어요. 개인 무대가 특히 기억에 남는데, 한 명만 섰는데도 무대가 꽉 차더라고요.
Q : 신작인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커넥트〉가 12월 7일 6화까지 공개됐습니다. 정해인, 고경표 배우와 함께했어요. 미스터리한 인물인 최이랑의 어떤 점에 마음이 끌렸나요
A : 이랑이가 등장하는 순간이 흥미로웠어요. 시리즈 초반에는 어떤 인물인지 잘 드러나지 않는데, 그럼에도 자기가 나올 때면 할 일과 할 말은 다 하는 거침없음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죠. 누구보다 목적의식이 크고 또렷하거든요. 야망이 있는 캐릭터예요.
Q : 사실 감독인 미이케 다카시의 전작은 심상치 않습니다. 〈착신아리〉 〈크로우즈〉 〈무한의 주인〉 등 장르 특색이 뚜렷한 감독이에요
A : 판타지물과 고어물의 대가죠. 그런 만큼 감독님의 연출 방식과 〈커넥트〉 대본이 만났을 때 시너지 효과가 있을 거라는 기대를 저뿐 아니라 모두 가졌던 것 같아요. 실제로 대본 이상의 그림이 많이 나오기도 했고요.
Q : 배우들에게는 잠재된 일면을 끌어내줄 창작자를 만나고 싶은 기대가 내심 있지 않나요
A : 이번에 가장 크게 기대한 부분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분과 작업하면 어떨까 하는 거였어요. 직접적인 소통이 되지 않음에도 하나의 방향성을 두고 가는 작업이기에 말없이 통하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감독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시겠지’ 하는 촉이 와서 제가 보디 랭귀지로 보여드리면 정말 그 말을 하려고 했더라고요. 근본적으로 서로 통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었어요.
Q : 세상과 동떨어진 〈커넥트〉의 한동수(정해인)를 보며 〈구경이〉의 케이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동수에게는 이랑이라는 든든한 조력자가 있지만요
A : 유대감, 동지애 그리고 인류애에 가까운 감정이 두 사람 사이에 오가죠. 해인 오빠가 성격이 좋아요. 극중 동수 분량이 많고, 체력적으로 소진이 큰 장면이 많음에도 흐트러짐 없이 에너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100으로 쓰는 걸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많이 배웠어요.
Q : 촬영장에서 김혜준은 어떤 동료인가요
A : 재미를 많이 찾으려 해요. 아무리 고된 현장도 항상 조그마한 행복은 존재하기 마련이거든요. 〈커넥트〉 현장에서는 간식 박스를 뒤지는 것도, 분장 팀과 수다를 떠는 것도, 새로운 공간을 많이 갈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즐거웠습니다. 이랑이가 사는 극장이 실제로 을지로에 있는 폐쇄된 극장이거든요. 여기저기 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Q : 커넥트는 죽지 않는 몸을 가진 새로운 인류죠. 능력에 대한 이해도는 다르지만 동수와 이랑 모두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어 하는 마음은 같아요.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에 당신은 어느 정도 공감할지
A : 고독함과 쓸쓸함이 이 시리즈가 다루는 주제인데요. 아무리 ‘인싸’처럼 보이는 사람도 자기만의 고충이나 외로움이 있기 때문에 누구나 따라갈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선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외로움과 엎치락뒤치락하는 편인 것 같아요. 좀 외롭다.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사람을 잔뜩 만나다가도 또 내 감정이 소모된 느낌이 들면 다시 단절되고 싶죠.
Q : 선우정아 씨가 작사 · 작곡한 OST ‘나의 노래’도 시리즈의 매력을 더하는 요소예요. 극중에서는 정해인 배우는 물론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반복되죠
A : 고경표 오빠가 자주 이야기한 게 있어요. 우리 시리즈는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라고. 외롭고, 도시 속에서 쓸쓸한 마음에 힘을 싣는다는 면에서는 분명 어른들을 위한 노래인데 가사는 또 어둡지만은 않거든요. 시리즈를 본 분이라면 모두 이 노래가 기억에 남을 거예요. 지금도 제 머릿속을 맴돌고 있으니까요(웃음).
Q : 케이도 그랬지만 이랑 또한 지적인 동시에 싸움에도 능합니다. 강한 여성 캐릭터를 볼 때 느껴지는 쾌감이 있어요.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재미가 있나요
A : 〈구경이〉의 케이는 어려서 체력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지, 설정 자체가 강한 건 아니었어요. 반면 이랑이는 자기가 커넥트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계속 단련해 온 강인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액션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죠. 재미있어요. 항상 내가 생각한 만큼 몸이 잘 따라주지는 않지만.
Q : 〈구경이〉의 김해숙 · 이영애, 〈킹덤〉의 류승룡, 〈싱크홀〉의 차승원 등 좋은 선배 배우들과 일해 왔어요. 의미 있는 경험인 동시에 그 사실이 때로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A : 저는 마냥 좋았어요. 선배님의 상대역인 것 자체가 신기하고 감격스러울 뿐 ‘내가 배우로서 밀리면 어떡하지?’ 하는 부담은 단 한 번도 가져본 적 없어요. 나만 잘하면 되는데 폐가 되면 어떡하냐는 부담은 있었지만.
Q : 연기하는 동안은 모두 배우만 보고 있으니까요
A : 와, 갑자기 중압감이 확 느껴지는데요(웃음). 확실히 갈수록 직업적 책임감이 커지는 걸 느껴요. 모두의 수고가 나의 이 장면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닫죠.
Q : 배역이 매력적일수록 배우의 연기력은 더 평가대에 오르기 쉬운 것 같습니다
A : 맞아요. 〈킹덤〉의 계비 조씨도 그랬지만, 케이 역할도 자칫하면 ‘발연기’ 같아 보이겠다는 지점이 있었어요. 저는 대중의 평가는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나하나 신경 쓰면 이 일을 할 수 없겠지만, 또 칭찬받으면 위로가 되거든요. 항상 부담감을 이겨낼 만한 더 큰 재미가 있었어요. ‘지금 아니면 언제?’ 항상 이 마음이 이기죠. 그냥 하려고요. 내가 해내야 하는 거니까. 부담 또한 이겨낼 것입니다.
Q : 연기의 어떤 점이 그토록 당신을 계속 달리게 하나요
A : 회피형이라고 하면 회피형인 성격이거든요? 하기 싫은 건 안 해버리고, 사람들과 굳이 부딪히지 않으려 하고. 저도 고통스러운데 계속하려는 마음이 어디서 오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긴 괴로움 끝에 작품이 나왔을 때의 보람, 현장에서 뭔가 해냈을 때의 기쁨이 계속 도전하게 만들어요.
Q : 〈구경이〉의 마지막 장면에서 감옥에 갇힌 케이는 햇볕이 드는 공간을 찾아 몸을 조금씩 움직입니다. 지금 김혜준에게 그런 햇살 같은 존재는
A : 잘한다는 말, 재미있게 봤다는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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