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간적인 미래…그래서 윤송이·류수정은 AI 파고들었다
[팩플인터뷰-두 여성 IT 리더]
인공지능(AI)이 일상의 서비스로 파고들고 있다. AI가 미술대회에서 인간을 제치고 우승하고, 사람보다 달변이며, 20분 만에 초상화 200장을 그려내고 있다. 탄성을 넘어 질문하게 된다. 이것은 ‘기술의 성공’일까 ‘인류의 성공’일까.
이 같은 혁신의 중심에 눈에 띄는 여성 리더 두 사람이 있다. 인간의 두뇌를 닮은 AI 반도체로 기술의 성공에 도전하는 류수정 사피온 최고경영자(CEO), 인간의 두뇌를 넘어 감성까지 닮은 AI의 시대의 윤리를 고민하며 인류의 성공을 꿈꾸는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CSO, 사장)다.
① 윤송이 엔씨소프트 최고전략책임자
윤송이(47) CSO는 2011년 엔씨소프트에 AI 연구조직을 만든 주역이다. 그의 최근 테마는 AI 윤리다. “기업이 영속하기 위해서는 AI 윤리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지난 1년간은 이 주제로 하버드·스탠퍼드대 등의 공학·정치학·철학 교수들과 토론하고 대담집 『가장 인간적인 미래』를 출간했다. 다음은 윤 CSO와의 일문일답.
Q : 왜 지금 이런 논의가 필요한가?
A : “여러 산업이 AI를 도입 중이며, 한번 전환되면 바꾸기도 어렵다. AI 또한 편향성을 가질 수 있음에도, 기계가 내는 답에 대해서는 ‘가치 중립적’이라 여겨 더 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편향성과 편견이 굳어지기 전, AI 전환기인 지금 AI 윤리를 논의해야 한다.”
Q : AI 윤리를 위한 기업 규제도 필요하다고 했는데.
A : “기업 경영의 인센티브 구조 변경이 필요하다. 고객에게 해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못 본 척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었다면, 적어도 책임을 물을 규정은 있어야 한다. 최소한의 규제이면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에 관심 갖게끔 독려하는 규제여야 한다.”
Q : 엔씨소프트가 AI와 기술 윤리에 투자하는 이유는?
A : “기업이 영속하기 위해, 또한 고객의 신뢰와 지지를 받기 위해서다. AI와 기술을 이해할수록 여기서 나올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알게 됐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생각을 공유했다.”
Q : AI 윤리가 회사 경영에 구체적으로 반영된 사례는?
A : “서로 다른 언어권 플레이어들이 함께 게임을 즐기도록 ‘스마트 채팅 시스템’과 ‘실시간 번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채팅에서 혐오 조장 발언이나 단어를 자동으로 걸러낸다.”
Q : 엔씨소프트 게임이 세상에 어떤 의미이기를 바라나?
A : “놀이는 인류의 학습과 진화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실제가 아니기에 리스크가 적은 ‘놀이’라는 환경 안에서 새로운 물질의 특성이나 규칙을 배울 수 있다.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통해 여러 한계에 도전해보고 스스로와 사회에 대해 더 잘 이해하며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기 바란다.”
Q : AI가 가져올 격차에 대해 어떻게 보나.
A :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거다. 그래서 NC문화재단(엔씨소프트의 비영리 공익재단)에서 창의성 교육을 연구한다. AI가 상용화될수록 지식 자체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나 창의성이 더 중요해지고, 여기서 격차가 벌어진다. 더 넓은 계층의 아동에게 창의성 교육과 융합 사고력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② 류수정 사피온 대표이사
AI 시대에, 기존 반도체는 AI의 발전 속도를 쫓아가기 버겁다. AI반도체가 요즘 가장 뜨거운 기술인 이유다. 류수정(51) 대표는 지난 4월 SK텔레콤·SK하이닉스·SK스퀘어가 공동출자해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한 AI반도체 팹리스(설계업체) 사피온을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과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거친 그는 “AI 반도체의 핵심은 서비스에 녹아드는 응용력”이라고 강조했다.
Q : AI반도체가 왜 중요한가.
A : “AI는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었다. AI반도체는 데이터 대량학습에 특화된 초경량·저전력·고효율 반도체로, AI 서비스를 제대로 돌리기 위한 기반 기술이다.”
Q : 핵심 시장은.
A : “시장이 큰 곳은 데이터센터와 감시 카메라 등 보안 산업이다. 모빌리티·로봇 자율주행, 미디어·스마트팩토리 등도 AI반도체가 쓰일 유망 분야다.”
Q : 국산 AI반도체를 만드는 게 왜 중요한가.
A : “AI의 폭발적 확장은 정해진 미래다. 그런데 지금은 AI 기업이 전부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쓴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을 막을 정도다. 국가 안보에도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 됐다. 자생력이 필요하다.”
Q : 현재 1위인 엔비디아에 맞서는 전략은.
A : “AI반도체는 응용(서비스)이 중요하다. 응용처에 따라 속도와 성능을 조절해야 해서다. 다양한 응용처를 가진 SK 계열사들이 사피온 활용에 적극적이다. 다양한 선례를 쌓아 국내외 시장에 진출할 거다.”
Q : 국내 AI반도체 기업들이 많다. 사피온은 뭐가 다른가.
A : “상용화 제품을 내놓아 본 회사는 우리뿐이다. 미국 TV 방송장비사(캐스트닷에라)의 실시간 AI 화질개선 장비, 판교 NHN 데이터센터에 첫 제품 사피온 X220를 적용했다. 가격은 절반인데 처리 성능은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A2 대비 2.3배, 전력 효율은 2.2배 좋다.”
Q : 최태원 SK 회장은 그룹의 미래로 AI를 강조한다. 사피온의 역할은.
A : “SK 안에 시스템 반도체 사업부가 없었지만, 사피온이 그 씨앗이 될 수 있다.”
Q : 구글·애플 등 빅테크들은 AI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는데, 사피온 칩을 쓸까,
“빅테크가 직접 설계한다는 건 시장이 AI반도체를 필요로 한다는 방증이다. 구글이 자체 설계 칩(TPU)을 만드는 데 10년 걸렸다. 투자 체력이 있는 극소수 외엔 직접 만들기 어렵단 뜻이다. AI 반도체 시장은 매년 20~30%씩 초고속 성장 중이다. 엔비디아가 그 파이까지 독점할 규모는 안 된다. 우린 엔비디아의 현재 몫이 아니라 새로 커지는 시장의 파이를 노린다.”
심서현 기자 shimsh@joongang.co.kr,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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