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대신 폐플라스틱을 연료로…시멘트업계 ‘탄소 줄이기’
지난 19일 강원도 동해시 쌍용C&E(옛 쌍용양회) 동해공장. 국내 시멘트의 5분의 1(연간 1150만t)을 생산하는 이 공장 초입엔 잘게 부서진 폐플라스틱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이 공장의 편우식 부공장장은 “저 폐플라스틱(합성수지)이 석탄(유연탄)을 대신해 시멘트 제조 공정에 쓰이는 연료”라고 설명했다.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폐기물을 석탄과 맞먹는 고온의 열원 재료로 활용하는 것이다.
국내 시멘트업계가 ‘석탄 사용 제로(0)’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석탄 대신 합성수지를 연료로 써 이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등의 환경오염물질을 줄이는 것인데, 쌍용C&E의 경우 2030년에는 석탄을 아예 사용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멘트산업은 철강업과 석유화학산업에 이어 세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업종이다. 2019년 국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6.1%를 차지했다. 시멘트는 석회석·점토·규석·철광석 등의 원료를 2000℃의 높은 온도에서 가열해 만드는데 이 과정 곳곳에서 온실가스가 나온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연료인 석탄을 합성수지 등으로 바꾸는 게 시급하다. 합성수지는 석탄보다 동일 열량당 탄소 배출계수가 작기 때문에 석탄 대신 합성수지를 연료로 사용하면 온실가스가 줄어든다. 온실가스 배출계수(CO2t/TJ)가 석탄은 95이고 합성수지는 75다.
김진만 공주대 교수(시멘트 그린뉴딜위원회 위원장)는 “폐플라스틱 등 가연성 폐기물을 소각하지 않고 시멘트 공장에서 연료로 활용하면 시멘트 공정의 석탄 사용량에 해당하는 만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으므로 국가 전체적으로 탄소 배출량 저감에 기여할 수 있다”며 “가연성 폐기물을 땅에 매립할 경우 온실가스 지수가 이산화탄소의 21배나 되는 메탄이 발생하는데, 시멘트 공장에서 소각하게 되면 메탄의 발생도 근원적으로 제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멘트 공장에서 폐플라스틱을 쓰는 건 수도권 매립장 부족 문제 등 국가 환경오염 문제 해결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쌍용C&E는 지난 2016년 대주주가 한앤컴퍼니로 변경된 이후 유럽의 탄소 줄이기를 분석했다. 당시 독일 시멘트업계의 화석연료 대체율은 70%에 육박했고, 유럽 전체로도 46%에 달했지만, 한국은 20%대에 불과했다.
쌍용C&E는 이후 석탄 대신 합성수지 등을 연료로 쓸 수 있게 대규모 시설 투자를 했다. 김재중 공장장은 “설비개조 비용으로 1단계 1050억원 등 2025년까지 5000억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2019년 150만t 정도였던 석탄사용량을 지난해 100만t으로 줄였고, 2025년에는 이를 50만t으로 줄인 뒤 2030년에는 아예 ‘탈석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폐플라스틱을 연료로 쓰는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김 공장장은 “일반적인 폐기물 소각장의 온도가 850도인데 여기는 2000도이기 때문에 그 차이는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환경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이현준 쌍용C&E 대표는 “시멘트 업계는 오일쇼크 이후 원료를 석유를 석탄으로 교체한 뒤 지금은 이를 폐플라스틱 등의 순환자원으로 대체하는 제2의 에너지혁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ham.jongs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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