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뒤 사이영상…‘벌랜더의 기적’ 류현진이 꿈꾼다
내년엔 마운드 위에서 포효하는 괴물 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국내에 머물고 있는 류현진이 29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평소보다 한 달 넘게 출국 일정을 당겼다. 날씨가 좋은 곳에서 하루라도 빨리 재활 훈련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다. 류현진은 “더 좋은 모습으로 마운드에서 다시 인사드리겠다”고 했다.
류현진은 해마다 한국에서 연말을 보낸 뒤 1월 제주도나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 강도를 올리다 미국으로 향하는 패턴을 유지해왔다. 메이저리그(MLB) 직장 폐쇄로 현지 훈련이 여의치 않았던 올해만 유일하게 3월 출국을 택했다. 그러나 강도 높은 재활 훈련이 필요한 이번 겨울에는 출국을 예년보다 앞당겼다. 그는 현재 가벼운 캐치볼을 할 정도로 몸 상태를 끌어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류현진에게 올겨울은 절치부심의 시기다. 그는 올해 MLB 정규시즌 6경기에 등판해 2승, 평균자책점 5.67을 기록한 뒤 지난 6월 중순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았다. 야구 인생의 네 번째 수술이었다. 토미존 서저리는 수술 시간은 짧지만, 재활에는 최소 1년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류현진은 이미 같은 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다. 동산고 2학년이던 2004년 토미존 서저리 이후 새 인대를 얻고 KBO리그 최고 투수로 성장했다. 다만 이번엔 그의 나이가 적잖다. 36세가 되는 내년에도 전성기의 구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야구 전문가들은 류현진이 내년 6월 이후 마운드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류현진은 비관적인 전망이 나올 때 마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2015년 선수 생명이 걸린 왼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고도 재기에 성공했다. 바늘구멍 같은 확률을 뚫고 성공적으로 복귀해 MLB 정상급 투수로 거듭났다.
힘들고 지루한 재활 훈련을 앞두고 있는 류현진에게 희망을 줄 만한 모범 사례도 있다. ‘금강불괴’로 불리는 베테랑 투수 저스틴 벌랜더(39·뉴욕 메츠)다. 벌랜더는 37세였던 2020년 9월 토미존 서저리를 받은 뒤 2021년을 통째로 쉬었다. 그리고 올해 복귀하자마자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18승 4패, 평균자책점 1.75을 기록했다.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도 받았다. 올 시즌 종료 후엔 2년 8660만 달러(약 1097억원)를 받고 메츠로 이적했다. 내년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류현진에게는 벌랜더가 가장 완벽한 롤 모델이다.
토미존 서저리를 통한 구속 증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류현진의 직구 평균 시속은 2019년 145.9㎞, 2020년 144.4㎞, 2021년 144.6㎞, 올해 143.6㎞로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나 토미존 서저리를 성공적으로 마친 투수의 경우 평균 구속이 시속 3㎞ 정도 증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벌랜더 역시 올해 시속 153㎞의 강속구를 던지면서 구속 그래프를 다시 상승 곡선으로 바꿔놨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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