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엔 구관이 명관..대형 증권사 ‘베테랑 CEO’ 줄줄이 연임
내년 경기 침체 등 전망에 ‘구관이 명관’
[아시아경제 손선희 기자] 국내 대형 증권사의 연말 인사에서 기존 최고경영자(CEO)가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올해 증시 부진으로 실적이 쪼그라들었지만 내년 경기 침체 공포가 커지면서 세대교체를 비롯한 급격한 변화보다는 기존 베테랑 CEO를 재기용하는 안정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직 관리를 포함한 리스크 관리 등이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28일 증권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하나·삼성·KB·신한투자·메리츠증권 등 8곳(자본총계 4조원 이상, 규모 순)의 대형 증권사 가운데 7곳에서 기존 CEO가 연임을 확정지었거나 연임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CEO를 교체한 곳은 하나증권이 유일했다.
이번에 유임된 증권사 CEO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실무 경험이 풍부한 실전형 전문가란 것이다. 특히 일선 현장에서 수십년간 뛰며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숱한 경제위기를 겪은 베테랑 장수들이다.
미래에셋·한국투자·삼성의 CEO는 각자의 회사에서 오래 뿌리를 내렸고 실적으로 입지를 굳힌 공통점이 있다. 자본 규모 1위인 미래에셋증권의 각자대표인 최현만 회장과 이만열 사장은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그러나 이사회·주주총회에서 연임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최 회장은 미래에셋 창립 멤버다.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로 재직한 기간만 20년이 넘는 그야말로 베테랑이자 국내 자본시장의 산증인이다. 이만열 사장은 글로벌 경험이 풍부하다. 과거 기획실 등을 거쳐 브라질법인 대표(2010~2014년), 글로벌부문대표(2017~2021년) 등을 역임했다. 내년에도 세계 주요국의 긴축 등 대외 리스크 요인이 산재한 만큼 글로벌 침체 등의 국면을 돌파할 실전형 CEO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 이 사장이 중용될 여지가 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26일 인사에서 5연임에 성공했다. 1988년 한국투자증권 공채로 입사한 그는 기업금융(IB) 전문가로, 내년이면 입사 36년차를 맞는 정통 '한투맨'이다. 2019년 1월 CEO에 오른 후 최근 임기가 1년 추가 연장되면서 총 5년간 한국투자증권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 사상 최초로 '순이익·영업이익 1조원 돌파'라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지난 여름께 불거진 삼성전자 주식 공매도 규정 위반, 내부 전산장애 등 부정적 이슈가 연임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인사를 둘러싼 악재보다는 지난해 돋보인 성과에 방점이 찍힌 모습이다. 증시 침체가 우려되는 내년에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 8일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연임이 확정됐다. 장 사장은 1995년 삼성증권에 입사한 정통 '삼성맨'이다. 2018년 7월 대표이사를 맡은 그는 지난해 삼성증권 사상 처음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면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3곳의 CEO 낙점은 엇갈렸다. KB금융지주는 15일 계열사 대표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박정림·김성현 KB증권 사장을 후보로 추천했다. 이에 따라 2019년부터 재임한 두 사람은 일찌감치 연임을 확정했다. KB증권에서 자산관리(WM)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박정림 사장은 불황 속에서도 WM 자산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옛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 출신으로 지난 3월 영입된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은 단일대표에 올랐다. 투자은행(IB) 업무만 30년 넘게 경험한 김 사장은 IB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업 마인드가 투철하고 주식발행시장(ECM)·채권발행시장(DCM)에서 국내 증권 업계의 톱티어로 꼽힌다. 증권가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한 IB 부문의 경험이 증기 침체기에 활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지주 계열의 하나증권에서는 강성묵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하나증권 대표를 겸직하게 됐다. 강 부회장은 증권맨 출신은 아니다. 하나은행에서 리테일·자산운용·기업영업 등 부문을 거쳤다. 위기 국면에서 리스크 관리를 통해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NH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은 현직 CEO들이 1년 이상 임기를 남겨둔 상태여서 당분간 지휘봉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3월 임기 2년을 추가해 2024년 3월까지 근무할 예정이다. 다만 옵티머스 사태 관련 금융감독원에서 징계를 받아 금융위원회의 최종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NH농협금융 내 은행·생명 등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연내 줄줄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거취 변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도 아직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두고 있다. 최 부회장은 2025년 3월까지 예정된 임기를 채우면 총 15년 동안 재임, 증권 업계 역대 '최장수 CEO'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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