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피아니스트 김수연 “그림 그리듯 직관적 연주 선보일 것”

김희윤 2022. 12. 2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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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아트홀 2023 상주음악가 선정
내년 5회 공연 직접 기획, 성악가 협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 선봬
2023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김수연이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김희윤 기자] "이 순간이 너무 특별한 경험이라고 들었는데, 젊은 연주자에겐 쉽게 가질 수 없는 경험이라 생각한다. 그 때문에 책임감도 느끼지만, 최대한 즐겨보고 싶다."

2023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김수연(28)은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내년 초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를 시작으로 총 다섯 번의 무대에 올라 관객과 만난다.

내년에 11년째를 맞는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는 2003년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매년 젊은 연주자 한 명을 선정하고 연중 4~5차례의 기획공연 무대를 제공해 음악가로서의 성장하도록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피아니스트 김다솔·선우예권·박종해,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조진주·양인모·이지윤·김동현, 첼리스트 문태국,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등 정상급 연주자들이 상주음악가를 거쳐 갔다.

27일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수연은 "젊은 나이에 한 해에 여러 공연을 기획한다는 것은 쉽게 가질 수 없는 경험이라 생각한다"며 소감을 밝혔다.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그는 새해에 ‘화음(畵音): 그림과 음악’이라는 주제로 직관적이고 시각적인 그림 요소를 음악에 접목한 공연을 이끄는 한편, 독주회와 함께 성악가와 듀오 리사이틀, 피아노 오중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무대에 설 예정이다. 그는 “레퍼토리가 더 넓어질 것에 대한 기대감이 큰 만큼, 준비한 공연을 다 마치고 나면 그 어느 연주보다 큰 성취감을 느낄 것 같다”며 "그동안 국내에서 무대가 많지 않았기에 한 해 동안 같은 장소에서 여러 관객과 만나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온다" 말했다.

김수연은 지난해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이어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도 준결선까지 오르며 그 실력을 입증했다. 그는 "팬데믹 때문에 몬트리올 콩쿠르가 온라인으로 열렸고, 이내 우승 소식을 들었을 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연주를 다 끝낸 상황이었다. 동시에 하는 게 사실 부담이었는데 스승인 파벨 길릴로프 선생님이 너무도 당연하게 두 콩쿠르를 다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셔서 도전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연주를 하는 게 일상일 텐데 좋은 공부가 될 거라고 하셨고, 그런 격려에 힘을 얻어 준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다른 콩쿠르 출전 여부를 묻는 질문엔 더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유학 생활 동안 적지 않은 콩쿠르에 참가했고, 더 어렸다면 열린 마음이었겠지만 지금 필요하진 않은 것 같다"는 김수연은 "콩쿠르를 통해 많이 성장했지만, 그걸 벗어나니 자유로워졌다. 더 이상 출전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후부터 음악적 풍요로움과 경계의 확장을 느낄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새해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 '스케치'(1월5일)를 시작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는 바흐와 모차르트, 프랑크, 쇼팽의 작품들로 무대 위에서 자신만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2023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김수연이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주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4월 27일엔 정격의 대명사인 소나타와 정반대의 자유로운 환상곡을 녹여낸 '블렌딩'을, 8월 31일엔 처음 도전하는 가곡 콘서트를 통해 테너 김세일과 함께 '명암' 무대를 꾸민다. 그리스어 '필리아(사랑)'를 주제로 스스로 각별하게 생각하는 작곡가라 소개한 모차르트로 구성한 공연(9월 7일)도 선보인다. 마지막으로는 현악 사중주단 다넬 콰르텟과 쇼스타코비치·드보르자크의 피아노 오중주를 '콜라주 파티'(12월 7일)에서 펼친다.

김수연은 "돌이켜 생각해보면 테크닉보다 음악 자체, 악보를 들여다보는 공부를 했는데 제 선생님은 악보에 늘 연필로 쓰시면서 펜을 쓰지 않은 건 악보가 절대적이며 그걸 존중하는 의미라고 말씀하셨다"며 "저 또한 악보 이면에 숨겨진 작곡가의 의도를 보려고 노력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은 제게 음악의 아버지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생님께서는 항상 피아니스트가 아닌 음악가가 되라고 하셨고, 피아노를 잘 치는 맛에 치우치지 말고 음악을 바라보길 바라셨다"고 덧붙였다.

5세 때 피아노를 시작한 김수연은 만 10세에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무대에 올랐다. 예원학교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이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에서 학·석사 및 최고연주자 과정을 마쳤다.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스승인 피아니스트 길릴로프는 김수연을 두고 "누구보다 청중을 사로잡으며 청중과 연결된 음악가"라고 극찬했다.

김수연은 관객과의 만남을 통해 '연결'된 음악가로 성장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어두운 조명에 관객분들이 보이지 않을 때도 연주 사이사이 여백 속에 관객 숨소리와 기운이 느껴진다. 집중해주시는 그 마음에 힘이 나서 연주를 이어갈 수 있었다. 연주자로서는 정말 보석 같은 순간들이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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