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리오프닝 기대감 유가·환율도 ‘우호적’…항공株 날아오를까
코로나19 직접 피해 업종인 항공사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세계 각국이 입국 규제를 완화하면서 코로나19 사태로 부침을 겪던 국제선 여객 수요가 급속도로 회복되는 중이다. 특히 그동안 국경을 굳게 걸어 잠갔던 중국이 입국 규제를 대폭 완화함에 따라 대형 항공사뿐 아니라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여객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대외 환경도 항공사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는 중이다. 최근 유가가 떨어지고 달러당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이 줄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의 실적 개선이 예상되면서 최근 주가도 동반 상승하는 상황이다. 단, 주가 강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줄어든 화물 수요 회복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유가 하락·원화 가치 상승 ‘긍정적’
중국이 그동안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자가격리 조치를 전격 폐지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여객 수요 회복이 예상되는 만큼, 최근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는 항공사들의 주가가 날개를 달 것으로 전망한다.
블룸버그통신은 12월 22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2023년 1월부터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강제하던 격리를 폐지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후에는 ‘0+3’ 모델에 따라 해외 입국객은 별도의 격리 없이 3일간 자가 모니터링을 하면 된다는 내용이 골자다.
기존 중국 입국자는 5일간 지정 시설에서 격리가 필수였다. 이와 별도로 3일간 재택 격리도 의무였다. 하지만 2023년 1월 3일부터는 입국 즉시 이동 가능하다. 이후에는 이동을 제한받지 않고 3일간 ‘의학적 관찰’만 받으면 된다.
최근 국제 여객 수요가 빠르게 회복 중인 가운데, 중국마저 입국 규제를 완화하면서 항공사들의 실적은 고공행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11월 중국 여객 수는 전월 대비 13.4% 증가했지만 2019년과 비교하면 3.4% 수준에 불과하다. 아시아 전체 여객 수송에서도 2.3%에 불과한 비중이다.
그만큼 중국 여객 수요가 살아날 경우 항공사들의 실적 상승 여력이 크다는 뜻이다. 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 기대감도 크다.
국내 LCC 업체들의 주가는 2022년 11월 이후 급격히 상승세를 탔다. 2022년 11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 21일까지 제주항공(32.35%), 티웨이항공(32.06%), 진에어(19.39%), 에어부산(13.45%) 등 LCC 업체들의 주가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 역시 25.94% 상승했다. 다만 대한항공은 팬데믹 시기 호실적을 이끈 화물 수요 위축 우려가 커지면서 상승폭이 비교적 작은 4.69%에 그쳤다.
양지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미 일본과 동남아 노선의 여객 수요가 빠르게 늘어 LCC들의 실적 회복이 가시화된 상황에서 중국 노선 회복까지 가세할 경우 국제선 여객 회복 속도는 급격히 빨리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유가 하락과 달러당 원화 가치가 상승한 대외 환경도 국내 항공사들에 우호적이다. 유류비나 정비비 등 외화지급성 영업비용을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23년 1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7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2022년 12월 20일(현지 시간) 기준 2023년 1월물 WTI 가격은 배럴당 76.0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22년 10월에는 최고 92.62달러까지 치솟았으나 두 달 사이 약 23% 급락했다. 달러당 원화 가치도 2022년 10월 1400원대를 기록했으나, 최근 1200원대로 하락했다.
박수영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 안정화도 우호적이지만 더욱 중요한 건 환율”이라며 “달러당 원화 가치가 상승하면서 외화환산손실 등 영업외비용과 영업비용 모두 줄어들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매출 증가에 따른 영업 레버리지 효과에 LCC 결손금 감소까지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제 여객, 팬데믹 후 첫 국내 추월
화물 수요 감소는 ‘우려’
최근 주가 상승 동력은 무엇보다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세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2022년 11월 국내 여객선은 1만6608편, 국제 여객선은 2만1807편이 운항됐다. 전월 대비 국내선은 11% 줄었지만, 국제선은 19.8% 늘어났다. 여객 수도 국제선이 308만1000명으로 국내선(285만4000명)을 추월했다. 이는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처음이다.
일본 여객 회복세가 두드러진다. 2022년 11월 일본 여객 수는 10월보다 97.1% 증가했다. 또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의 약 80%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전체 여객 수송에서도 일본이 36.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특히 진에어와 제주항공 등은 2022년 11월 일본 노선 여객 수가 오히려 2019년 11월보다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LCC 업체들의 국제선 여객 규모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넘어서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항공포털에 따르면 2022년 12월 1일부터 21일까지 진에어·제주항공·티웨이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등 LCC 5개사의 국제선 여객 수는 총 88만6926명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85만315명)을 추월했다.
아직 중국 노선이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국제선 여객 수요 증가에 힘입어 주요 LCC 업체들은 2022년 4분기 호실적이 전망된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한 진에어의 2022년 4분기 매출은 2193억원이다. 직전 분기 대비 25.67% 증가한 수치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진에어가 2022년 4분기 2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흑자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2022년 3분기에는 17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증권사들은 제주항공 역시 2022년 3분기 영업이익 8억원을 기록해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대형 항공사들의 수익성은 다소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는 대한항공이 2022년 4분기 매출 3조9623억원, 영업이익 723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8.01%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3.82% 줄어든 수치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2022년 4분기 영업이익 166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7.6%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항공주 주가는 화물 수요가 흐름을 좌우할 전망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전 세계 항공화물 물동량이 2022년 6030만t으로 1년 전보다 8% 감소한 것으로 예측한다. 2023년에는 5770만t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또한 2022년 항공화물 물동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8% 줄어든 약 301만t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항공 시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수영 애널리스트는 “화물 수요의 키는 중국이 될 것”이라며 “중국 항공사들의 수송능력(AFTK)은 2019년보다 30~40%가량 줄었지만 향후 여객 공급 회복 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 경우 대한항공의 화물 운임을 지탱했던 항공화물 시장 수급 불균형 문제가 해소돼 운임 하락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대한항공은 화물이 부진해도 국제 여객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주가에 대한 부담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미 화물 관련 우려는 주가에 일정 부분 반영된 상태”라며 “2023년 화물 매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여객 부문 실적 회복에 힘입어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영업이익은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0호·신년호 (2022.12.28~2023.01.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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