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오 향한 칼날…벌벌 떠는 벤처 업계
정부의 규제 칼날이 국내 양대 플랫폼 업체 네이버와 카카오를 향하고 있다. 윤석열정부가 주장한 ‘기업 자율 규제’ 원칙도 플랫폼 산업만 비껴가는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초 네이버·카카오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별도 조사한 데 이어 최근 카카오 창업자를 직접 겨냥,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KCH)를 금산분리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들은 ‘과도하다’는 반응이다. 이번 공정위의 KCH 고발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스타트업 업계는 공정위 칼날이 플랫폼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될까 우려한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데이터센터 화재와 카카오 서비스 장애를 계기로 정부가 플랫폼 업체를 강력 규제하기 시작했다”며 “플랫폼 규제 차원에서 보면 지난 정부와 차이가 없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공정위 고발 핵심 근거 두고 갑론을박
2022년 12월 15일. 공정위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개인 회사 KCH를 금산분리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KCH는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회사다. KCH는 김 센터장이 카카오 지배구조 정점에 설 수 있는 핵심 고리 역할을 맡고 있다. 2022년 9월 말 기준 카카오 지분 10.5%를 보유, 김 센터장(13.2%)에 이은 카카오 2대 주주기 때문이다.
공정위의 KCH 고발 이슈 핵심 쟁점은 한 가지다. KCH를 ‘금융 업체’로 볼 수 있느냐다. 공정위는 KCH가 금융사인데도 비금융사인 카카오·카카오게임즈 주주총회에서 총 48건의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 공정거래법상 금산분리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금산분리는 금융 자본과 산업 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이다.
공정위는 2020년과 2021년 KCH 전체 수익 중 95% 이상이 배당, 투자 등 금융 수익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를 근거로 KCH를 기타금융투자업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공정위는 2020년 KCH가 사업 목적에 기타금융투자업을 추가, 스스로 금융 업체라는 점을 인정했다고 판단했다.
KCH는 공정위 발표 직후 반발했다. KCH 관계자는 “KCH는 자기자금으로 카카오 지분을 취득했고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보유 자산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금융 상품 소비자에 불과하다”며 “제3자의 자본을 조달해 사업하는 금융회사의 본질적 특징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2020년 사업 목적에 기타금융투자업을 추가한 것도 “금융회사가 아닌 업체가 수입 대부분이 주식 배당 수익일 경우, 한국표준산업분류상 마땅한 분류를 찾기 어려웠다”며 “정관상 사업 목적에는 장래 희망 업종까지 기재할 수 있다. 사업 목적 기재만으로 실질 업종이 바뀌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떨까. 공정위의 기계적 규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산분리법 취지는 ‘타인자본’을 활용한 지배력 확장을 막기 위한 것인데, KCH는 법 취지와 맞지 않는 사례라는 설명이다. KCH는 일반 금융 업체처럼 여·수신이 아닌 자기자본을 투자해 수익을 확보했다. 법무법인 관계자는 “기계적으로 한국표준산업분류에 의존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금융업을 하는 회사인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가 그런 노력을 안 한 건지, 못한 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M&A 규제 소식에 “생태계 파괴” 비판
공정위의 칼날이 네이버·카카오를 향하자, 플랫폼 생태계 구성원인 스타트업 전반에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들은 공정위의 규제에 적극 대처하기 힘들다며 우려한다.
정부도 스타트업 업계 목소리를 인지하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나서 ‘걱정하지 말라’는 뉘앙스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박운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 먹통 이후로 온라인 플랫폼 쪽에서 걱정하시는 부분들이 있는데 과기정통부가 나서서 잘 해결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스타트업 업계는 긴장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설명과 달리 공정위는 담당 부서를 신설, 적극적 규제 의지를 보이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최근 ‘온라인플랫폼정책과’를 만들었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 이후 공정위가 해법으로 내놓은 ‘플랫폼 규제’들을 관리하기 위함이다.
특히 스타트업 업계는 ‘기업결합(M&A) 심사 기준 강화’를 주목한다. 공정위가 거대 플랫폼들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겠다며 제시한 해법이다. 주요 골자는 기업결합 심사 방식 전환이다. 간이심사에서 일반심사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간이심사는 기업결합 시 사실관계만 확인한다. 반면 일반심사는 시장획정·시장집중도·경제분석 측면에서 경제제한성을 중점적으로 심사한다. 이전보다 플랫폼 기업의 기업결합 심사를 까다롭게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엑시트(EXIT)’가 복잡해진 셈이다. 스타트업은 기업공개(IPO)와 M&A 방식으로 엑시트한다. 엑시트는 스타트업 창업자와 직원, 초기 투자자가 기업 몸값을 인정받아 가치를 현금화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결승선’으로 불린다. 엑시트는 스타트업 업계 생태계 선순환의 핵심 고리기도 하다. 스타트업 창업자와 초기 투자자는 엑시트로 확보한 수익을 재차 창업에 쓰거나 다른 스타트업 투자에 활용한다.
국내 스타트업 시장의 경우 대부분의 엑시트는 M&A로 진행된다. 거대 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 업계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 기준 강화를 우려하고 있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스타트업이 IPO로 자금을 확보하는 사례는 전체의 0.1% 수준에 불과하다”며 “결국 M&A를 통해서만 스타트업 업계가 선순환될 수 있는데 이를 규제하는 꼴”이라고 말한다.
스타트업을 운영 중인 경영진들은 ‘투자 혹한기’에 공정위 규제라는 또 다른 악재가 겹쳤다고 설명한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2022년 11월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4744억원이다. 1조원 이상의 투자금이 몰렸던 2021년 말, 올해 초와 상반된 결과다.
익명을 요구한 스타트업 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들다. 못된 마음이지만, 누구라도 우리를 품어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한다”며 “이럴 때 엑시트 관련 규제까지 생겨나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다”며 최근 공정위 행보에 대한 소회를 털어놨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0호·신년호 (2022.12.28~2023.01.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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