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지나면…리츠에도 봄이 온다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로 한동안 찬밥 신세던 국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조만간 고점을 찍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수익률 하락 우려가 다소 진정된 영향이다. 새해에는 상반기 중 한화리츠와 삼성FN리츠 등이 상장을 예고한 가운데 얼어붙었던 국내 리츠 시장에 온기가 돌지 관심을 모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리츠TOP10’은 2022년 12월 22일 866.78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 시장 상장 리츠 중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주가를 바탕으로 산출한 KRX리츠TOP10은 지난 10월 21일 761.87에 연중 저점을 찍은 후 두 달 만에 13.6% 뛰어올랐다. KRX리츠TOP10 지수에는 SK리츠, 롯데리츠, 제이알글로벌리츠, ESR켄달스퀘어리츠, 신한알파리츠, 코람코에너지리츠, KB스타리츠 등이 포함돼 있다.
리츠는 다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한 뒤 부동산에 투자해 발생하는 임대 수입, 매각 차익을 배당하는 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이다. 자산운용사가 투자 자금으로 국내외 상가나 오피스 건물을 매입·매각하거나 임대해주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식이다. 개인이 사고팔기 어려운 고가의 건물이나 해외 부동산을 직접 사고팔지 않더라도 부동산에 투자한 효과를 보는 셈이다.
소액으로 부동산 간접 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시중금리나 웬만한 주식보다 높은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보니 개인 투자자 관심을 끌었다. 특히 주식 시장에 상장한 공모 리츠의 경우 주식처럼 쉽게 사고팔 수 있는 데다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 상장할 때마다 수십, 수백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고는 했다. 지난 3월 상장한 코람코더원리츠의 경우 일반청약 경쟁률은 451 대 1을 기록하며 리츠 역사상 네 번째로 높았다. 5월 상장한 마스턴프리미어리츠도 청약 경쟁률이 669 대 1에 달했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개인 투자자 자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리츠 상장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자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2022년 9월 15~16일 일반청약을 진행한 KB스타리츠의 최종 경쟁률은 2.06 대 1로 집계됐다. 이는 청약에 앞서 공개된 KB스타리츠의 기관 수요예측 결과 26.19 대 1보다 크게 저조한 수준이다.
공모가보다 떨어진 종목도 수두룩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 리츠 중 약 60%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2022년 12월 22일 기준 미래에셋맵스리츠 3510원, NH올원리츠 3415원, 디앤디플랫폼리츠 3455원 등 모두 공모가 5000원을 밑돌고 있다. 10월까지만 해도 공모가를 간신히 웃돌던 ESR켄달스퀘어리츠는 이후 3950원까지 떨어졌다. 2022년 고점이었던 4월 15일(7340원, 장중 최고 7350원)과 비교하면 거의 반 토막 난 셈이다.
부동산을 주요 자산으로 편입하는 리츠는 통상 인플레이션 방어에 유리하다고 알려졌지만, 반대로 긴축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오히려 자산 가치가 하락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대출 금리가 뛰어 차입금 이자 부담이 늘어난 것도 배당수익률 저하 우려를 키웠다. NH올원리츠는 새해 1월 1180억원 규모의 대출 만기를 맞는다. 당시 연 3%였던 대출 금리는 두 배 가까이 오른 상황이다. 롯데리츠는 같은 달 전자단기사채 2000억원, 3월에는 담보대출 4580억원의 재융자(리파이낸싱)가 대기 중이다. 이런 악재들이 겹치며 한동안 리츠로 쏠렸던 관심이 부쩍 시들해졌던 것이다.
연일 찬밥이던 리츠 투자 심리가 다시 호전된 건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폭이 점차 둔화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최악의 순간을 지났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는 긴축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속도 조절을 전제로 2023년 전망을 쏟아내는 중이다.
리츠 주가가 저점을 찍은 만큼 투자 매력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최근 리츠 시장 분위기를 잘 반영한다. 리츠에 편입된 부동산 가치는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기 어렵다는 논리다. 리츠 주가가 어느 정도 떨어지더라도 리츠 자체 경쟁력이나 상품성에는 변함이 없어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반등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KRX리츠TOP10 가운데 올해 예상 배당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NH올원리츠로, 9.8%의 배당수익률이 예상되고 있다. 이어 디앤디플랫폼리츠(9.4%), 제이알글로벌리츠(9%), 신한서부티엔디리츠(8.1%), 롯데리츠(7.9%) 순이다. 이런 기대를 업고 한화리츠와 삼성FN리츠도 2023년 상반기 중 IPO를 계획하고 있다.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삼성화재는 각각 한화자산운용, 삼성SRA자산운용을 자산관리회사(AMC)로 활용해 리츠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화리츠는 한화그룹 자산을 기초 자산으로 둔 스폰서형 리츠다. 구성 자산은 여의도 한화손해보험빌딩, 한화생명 노원사옥, 평촌사옥, 부천사옥, 구리사옥 등 5개다. 매입 금액은 6600억원 수준으로 이 중 한화손해보험빌딩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한화리츠 최대주주는 46%의 지분을 가진 한화생명이다. 한화생명 등 금융 계열사가 전체의 70% 이상 임차하고 있어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보장된다. 예상 배당수익률은 연 6.8% 수준이다.
삼성FN리츠는 최근 7441억원 규모의 사전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이외에도 대신글로벌리츠, 인마크글로벌프라임, 롯데호텔리츠, 발해인프라 펀드 등을 포함하면 총 2조원에 달하는 리츠 시장이 새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리츠 한파가 2023년 1분기, 늦어도 상반기 정도면 풀릴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리츠 자산마다 성적은 엇갈릴 것으로 봤다.
국내 상장된 16개 리츠가 보유 중인 자산은 주로 오피스와 물류센터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서울 오피스는 역대 최저 공실과 공급 부족으로 2022년, 2023년 연평균 실질 임대료 상승률이 14%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물류 자산의 경우 공급 과잉과 거래 위축으로 자본환원율이 지난해 대비 약 1%포인트 상승한 6%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차입금 만기가 도래하는 리츠는 리파이낸싱 과정에서 배당이 감소하지 않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이경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리츠, NH올원리츠는 리파이낸싱 비용 증가에 따라 올해 배당액이 내년보다 줄어들 것”이라며 “변동금리로 배당금 변화폭이 줄어들 수 있고 유보 현금으로 배당을 보완할 가능성도 있어, 전년 대비 배당 하락폭은 최대 10% 내외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츠업계 한 관계자는 “새해에는 금리 인상이 가팔랐던 2022년과는 다른 양상이 예상된다”며 “다만 리츠 종목은 어떤 자산을 편입하는지, 배당 성향 등은 어떤지 꼼꼼히 따져보고 선별해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0호·신년호 (2022.12.28~2023.01.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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