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사는 나인원한남 94.5억 신고가…불경기 비웃는 초고가 주택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2. 12. 27.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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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5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시장에서는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고급 단지 ‘나인원한남’이 주인공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한남동 나인원한남 전용 206㎡는 최근 94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2022년 3월 24일 직전 실거래가(85억원)와 비교하면 9억5000만원 오른 금액이다. 2022년 들어 나인원한남에서 거래된 물건은 단 2건뿐인데 불황에도 가격이 치솟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7월 같은 평형 실거래가(72억8000만원)와 비교하면 무려 22억원가량 뛰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나인원한남’ 단지 전경. 최근 이 아파트 전용 206㎡가 94억5000만원에 실거래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윤관식 기자)
나인원한남·파르크한남·PH129 등

2019년 입주 이후 부유층 수요 몰려

이런 초고가 주택 거래는 나인원한남만의 얘기는 아니다

2022년 9월 30일 성동구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 264㎡ 47층 복층형 펜트하우스는 130억원에 거래됐다. 2017년 분양 가격이 60억5000만원이었는데 5년이 지난 지금 2배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가 성사됐다. 앞서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파르크한남’ 전용 268㎡는 2022년 4월 135억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특히 파르크한남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에만 전용 268㎡ 5채가 100억원, 108억원, 115억원, 117억원, 120억원에 차례로 거래되면서 한남동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로 등극한 바 있다. 2022년 5월에는 ‘한남더힐’ 전용 240㎡가 110억원(3층)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같은 달 ‘르가든더메인한남’ 전용 225㎡가 90억원에, 이어 6월 같은 단지 전용 269㎡가 90억원에 각각 매매 계약서를 썼다.

강남권에서는 청담동 ‘더펜트하우스청담(이하 PH129)’ 전용 273㎡가 145억원(2022년 4월)에 새 주인을 찾았다. 2021년 3~7월 같은 면적 아파트 3채가 100억~115억원에 거래됐는데, 1년여 만에 최소 30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PH129 전용 407㎡의 경우 2022년 공시가격이 168억9000만원에 달해 전국 공동주택 가운데 가장 비싼 집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런 초고가 주택 거래는 금리 인상, 대출 규제 영향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로 돌아선 가운데 비중이 더욱 늘어나 눈길을 끌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11월 서울에서 사고 팔린 50억원 이상 아파트 매매는 88건(계약 해제 건 제외)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전체 거래량(1만1037건)의 0.8%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전체(4만823건)의 0.35%(144건)에 그쳤다.

최근 시장 환경 속에서 초고가 아파트 신고가가 나오는 이유는 ‘희소가치’다. 초고급 주택 특성상 입지 역시 상품 수준에 걸맞은 정주 여건과 상징성을 두루 갖춘 곳에 들어서기 마련이다. 게다가 상위 1%를 위한 주택은 공급량이 한정됐다.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적다. 특히, 서울과 같이 선호도가 높은 지역은 고급 주거 상품 최적 입지가 상당히 희소해 공급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적다. 최근 초고가에 거래되는 아파트들은 주로 한남동, 성수동, 청담동 등 전통 부촌(富村)에 위치해 있고 입주한 지 몇 년 안 된 비교적 새 아파트들(박스 기사 참고)이다.

부동산 중개업계 한 관계자는 “초고가 아파트를 움직이는 것은 그야말로 특수 수요로 해석해야 한다”며 “희소성과 상징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자산가들이 초고가 주택을 찾기 때문에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5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는 금리 인상이나 대출 규제, 경기 침체 등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움직인다는 분석도 있다. 대출 규제가 새롭게 개편됐지만 현시점 기준 15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주택담보대출이 아예 나오지 않는다. 어차피 현금으로 거래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바꿔 말하면 금리 인상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뜻도 된다. 여기에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인플레이션 위험 회피용 안전자산의 역할도 해 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최근 들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초고가 아파트 신고가 행진은 앞으로도 계속될까. 일단 앞서 살펴본 파르크한남의 경우 150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는 전용 268㎡ 두어 채를 제외하면 매물이 없다. 마지막 실거래가(135억원) 이후 호가가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오른 모습이다. 한남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초고가 아파트 주인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매도가 급하지 않은 편이라 원하는 가격 아래로 팔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일반 집값처럼 가파르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 말한다.

한편에서는 가격 조정이 곧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보는 시각도 제기된다.

우선 집값 전망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서울 매매전망지수를 보면 2022년 11월 51로 2021년 8월(125.9) 이후 15개월 연속 하락세고,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3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지수는 100을 초과할수록 상승, 밑돌수록 하락 전망 비중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긴 ‘KB선도아파트50지수’ 역시 하락 추세다. 11월 이 지수는 94.5로 한 달 전인 10월(97.58)에 비해 3.2% 하락했다. 2009년 1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이 지수는 전국 아파트 단지 중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선정해 시가총액 변동률을 보여준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아크로리버파크 등 주요 단지가 모두 포함됐다.

압구정의 한 은행 지점 PB는 “기준금리가 3.25%까지 치솟으면서 서울 부촌 지역 ‘똘똘한 한 채’도 안전자산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며 “자산가들도 투자보다는 관망세로 돌아서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귀띔했다.

요즘 거래되는 초고가 주택 면면 살펴보니
한남·성수·청담 전통 富村에 ‘100억’은 기본
한남동 외인 아파트 부지에 들어선 나인원한남은 2019년 12월 입주를 시작했다. 지하 4층, 지상 5~9층으로 총 9개동, 전용 206~273㎡ 341가구 규모다. 듀플렉스(전용 273㎡, 복층)와 펜트하우스(244㎡), 슈퍼 펜트하우스(245㎡) 등을 갖췄다. 보안이 뛰어나고 게스트룸, 수영장, 피트니스 센터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췄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RM, 지민이 분양받은 단지로도 유명하다. 가수 지드래곤은 전용 244㎡ 펜트하우스를 164억원 전액 현금으로 구입했다.

파르크한남(2020년 6월 준공)은 한남동 대표 부촌으로 꼽히는 유엔빌리지에 위치했다. 총 17가구로 단지 규모는 작지만 120억~170억원에 분양된 초고가 아파트다. 지상 1층 2가구를 빼면 모두 복층 구조로 지어졌다. 지하층에는 주차장과 스크린 골프장, 헬스장, 와인바, 기사 대기실 등이 들어서 있다. 서준혁 대명소노그룹 부회장을 비롯해 가수 싸이와 태양, 방시혁 하이브 의장 등이 파르크한남에 거주 중이다.

르가든더메인한남 역시 한남동 동남쪽 대로변에 위치한 ‘나 홀로 아파트’다. 르가든이 시행과 시공을 맡아 2019년 6월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 1개동(16가구)으로 지었다. 일부 가구는 개인 정원과 수영장도 갖췄다. 퍼즐을 끼워 맞춘 듯한 외부와 문과 창이 특징이다.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2020년 10월 준공)는 지상 33층 규모 오피스 빌딩과 지상 49층 280가구 규모 주거동, 지상 4층 규모 상업시설로 이뤄졌다. 2017년 최초 공급 당시 주택이 3.3㎡당 평균 4750만원에 분양됐다. 당시 최고 분양가 기록을 갈아치운 가격이었다. 전용 273㎡ 분양가가 62억원을 넘었다. 분양 가격이 비싸다 보니 일부 물량은 미분양으로 남았는데,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했고 2020년에 나온 미계약분 물량은 반대로 역대급 경쟁률을 기록했다. 미계약분 3가구 모집에 무려 26만4625명이 몰렸다.

2020년 8월 청담동 옛 엘루이호텔 부지에 지어진 ‘PH129’는 전용 273㎡ 27가구와 407㎡ 펜트하우스 2가구로 구성돼 있다. 모든 가구에서 한강을 조망할 수 있고 호텔급 입주자 서비스가 제공된다. 메가스터디 ‘일타강사’ 현우진이 분양받은 PH129 펜트하우스는 최초 공급 당시 분양가가 250억원이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0호·신년호 (2022.12.28~2023.01.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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