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리포트] 국가지질공원 유네스코 인증, 국내 유일 ‘세계유산 6관왕’ 꿈꾼다
들과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곳, 생태자원과 전통문화가 살아 움직이고 각종 특산품이 풍부한 전북 고창군. 서해안고속도로를 나와 고창읍에 들어서면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라고 새겨진 조형물과 마주한다. 오가는 주민들과 방문객이 인증샷을 찍는 포토존이다. 하단에는 세계문화유산을 비롯 인류무형유산, 세계자연유산, 생물권보전지역 등 5개의 세계유산 엠블럼이 새겨져 있다.
고창군은 세계가 인정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다. 현재 5개의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고창군은 2000년 고인돌유적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시작으로 2003년 판소리의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이뤄냈다. 이어 2013년 행정구역 전체의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2014년 인류무형유산 농악 등재, 2021년 고창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완성했다.
2023년은 5만2000여명에 불과한 고창군에 아주 특별한 해가 될 전망이다. ‘세계유산 6관왕’의 대업을 달성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남은 과제는 고창·부안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의 세계지질공원 인증이다. 운곡습지, 병바위, 선운산, 소요산, 고창갯벌, 고창명사십리 등 6곳이 대상이다. 세계지질공원 인증은 내년 4월 파리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총회에서 결정된다.
전망은 어느 때보다 밝다. ‘신선이 놀다가 술상을 뒤집자 술병이 거꾸로 꽂혔다’는 설화가 전하는 병바위는 지난해 문화재청으로부터 지질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국가 명승으로 지정됐다. 이성수 고창군 기획예산실장은 “10월 2~3일 진행된 유네스코 현장 평가에서도 5관왕의 노하우를 총동원해 적극 대응하며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냈다”고 설명했다.
고창군은 2017년 ‘전북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으로 국내 9번째 인증을 받았다. 이후 지질명소 보전과 활용을 위한 탐방로 구축, 신규 체험·탐방프로그램 개발·운영 등을 추진해 왔다. 또 도보여행길(지오트레일)을 만들고, 운곡습지 생태공원 지질체험학습장과 지오드림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6관왕 달성은 국내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이뤄내는 위업이다. 제주도는 2016년 해녀 문화가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5관왕에 올라 있다. 고창군은 100여일 뒤 마지막 점을 찍으면 명실공히 세계유산도시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지역주민들의 자긍심이 높아지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창군은 세계유산을 통한 관광이익이 주민에게 직접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자부심을 느끼도록 노력해 왔다. ‘생물권보전지역’ 마크가 붙은 고창군의 농특산품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운곡습지 주변 6개 마을은 매주 장터(오베이골 장터)를 열어 특산품과 생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한센인 정착촌이었던 호암마을의 경우 2005년까지는 축사가 들어서 접근을 꺼리던 곳이 지금은 생태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됐다.
고창군은 활용뿐만 아니라 보존에도 앞장섰다. 봄·여름 가뭄이 심각해지면서 습지의 물이 마르자 2016년부터 논둑을 활용한 습지 수위유지법(논둑 복원)을 시행하고 있다. 고인돌 유적지에서는 지난 10월 한 달간 첨단기술이 접목된 미디어아트를 선보여 수많은 사람이 찾아오기도 했다. 이곳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인돌이 모여 있는 곳이다.
아찔한 상황도 있었다. 고창갯벌 주변 염전이 태양광 사업판으로 뒤덮일 위기에 놓였다. 결국 2020년부터 군이 직접 갯벌 최인접 염전부지 222만여㎡을 매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자연유산 고창갯벌-염습지-염전으로 이어지는 국내 유일 대규모 부지를 대한민국 생태관광의 핵심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세계유산 6관왕.’ 국내 최초 기록을 앞두고 27일 돌아본 고창지역에선 축제 분위기가 한껏 오르고 있었다. 이에 발맞춰 고창군은 2023년을 ‘세계유산도시 고창방문의 해’로 선언하고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지역의 대표 축제도 설렘 속에 대기하고 있다. 청보리밭축제와 복분자·수박축제, 갯벌축제, 새만금 세계잼버리, 해풍고추축제, 제50주년 고창 모양성제·고인돌 미디어아트 등이 준비되고 있다. 오세환 고창군 의원은 “세계지질공원 인증까지 완성되면 우리 군은 글로벌 관광도시로의 비전을 마련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더불어 고창방문의 해가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고창, 1000만 관광객 시대 열겠다”
심덕섭(사진) 전북 고창군수는 27일 "세계지질공원 인증까지 이뤄낸다면 우리 고창은 명실공히 세계유산도시로 우뚝 설 것"이라며 "지난 10월 서해안권 세계지질공원 실사 때 분위기가 워낙 좋았다. 인증이 확실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심 군수는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마지막 과제까지 잘 마무리하면 고창은 유네스코가 추진하는 유산 프로그램 6개를 모두 달성하는 우리나라 유일의 지자체가 될 것"이라며 군민의 자부심은 물론 우리나라 생태관광지의 중심지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고창은 선사시대부터 선조들의 거주지였고 천혜의 자연생태와 이를 기초로 삶을 영위해 온 해양과 연안, 내륙의 다양한 문화가 발달해 왔다"며 "이를 잘 활용해 생태관광과 역사관광을 통한 지역 활성화에도 매진할 계획이다. 지역에 대단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북도 행정부지사와 국가보훈처 차장을 지낸 뒤 지난 7월부터 군정을 이끌고 있는 심 군수는 일찌감치 2023년을 '세계유산도시 고창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축제 분위기를 1년 내내 이어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야심찬 의지다.
심 군수는 특히 고창 곳곳의 명소와 스토리, 문화를 내세워 수학여행지 중심지로 만들고 전 세계인이 몰려오는 '1000만 관광객 시대'를 활짝 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10월 고창 모양성제가 50주년을 맞는다"며 "앞서 8월에는 부안 세계잼버리대회에 참가한 내외국인 손님들이 우리 고장까지 많이 찾아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자신했다.
그는 "고창은 접근성이 뛰어나고 생태관광자원이 풍부한 데다 관광거점도 잘 형성돼 있지만 아직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이를 잘 보완하고 강점을 살려 위상을 재정립하겠다. 군민과 함께 활기 있는 도시, 품격있는 명품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고창으로 오라"고 환하게 웃었다.
고창=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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