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최대 실적 전망에도...금리·환율에 떠는 주가
[한국경제TV 신재근 기자]
<앵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전 세계 자동차 소비가 위축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년간 환율 효과 수혜까지 보며 전례없는 호황을 누려 왔는데, 환율마저 최근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런 불안 요인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52주 신저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부 신재근 기자와 얘기해 보겠습니다. 신 기자, 이런 상황에서 모순되게 내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은 성장할 거로 예상된다면서요.
<기자>
IHS마켓 등 글로벌 자동차 시장 분석 기관에 따르면, 내년 전 세계 신차 판매는 올해보다 8.4% 증가한 8,23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년 동안은 차를 구매하고 싶어도 반도체 부품이 없어서 빨리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내년엔 차량 적체 현상이 개선될 거란 의미입니다.
지역 별로는 미국 시장 성장세(10.9%)가 가장 가파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동안 북미 시장의 반도체 수급 차질 물량이 전체 36%를 차지할 정도로 차량 공급이 가장 원활하지 못했던 국가이기 때문입니다.
국내 시장은 내년 170만 대 판매로 올해보다 6.1%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이들 분석 기관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수요가 둔화될 수 있는 만큼 시장은 완만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분석 기관 예측처럼 경기가 어려우면 소비자는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잖아요.
특히 자동차는 가격이 비싸기도 한데, 어떻게 내년 판매가 늘어날 수 있는 겁니까?
<기자>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대기 수요에 더해 반도체 수급 차질이 올해보다 해소되며 생산과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내년은 그동안 누적된 대기 물량이 반도체 공급 정상화와 맞물려 풀리는 시기란 겁니다.
실제 반도체 공급이 정상화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반도체 대란이 정점을 기록했던 지난해 3분기 전 세계를 통틀어 감산 물량이 400만 대에 달했는데요.
현재는 기울기가 급격히 꺾여 감산 물량이 분기당 100만 대 수준까지 내려온 상태입니다.
증권가에선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내년 분기 감산 물량이 100만 대 아래로 내려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앵커>
외형상으로 봤을 땐 자동차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주식시장에서 자동차 종목 주가는 부진합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는 52주 신저가 수준까지 떨어졌는데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먼저 계약 취소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예약은 말 그대로 예약일 뿐, 실제 차량 판매가 아니기 때문에 계약 취소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게 사실인데요.
현대차의 3분기 말 기준 국내 예약대수가 75만 대, 기아는 60만 대라고 하지만 `허수`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증권가에선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계약 물량 중 일부가 이탈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차는 차를 인도받는 시점에 할부 금리가 정해지는 만큼 최근 금리가 많이 올라 계약 취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계약자가 일부 이탈하더라도 판매가 급감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합니다.
반도체 생산 차질이 아직 이어지고 있고, 누적된 대기 수요를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4~5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입니다.
차량 생산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던 2016~2018년을 기준으로 놓고 봤을 때 현대차와 기아의 월별 전 세계 차량 생산량은 정상치의 85~90% 수준에 불과합니다.
<앵커>
현대차와 기아 입장에선 환율도 고려해야 하지 않습니까. 환율 효과가 반감되면 이익엔 그만큼 부정적인데 어떻습니까?
<기자>
올해 현대차와 기아가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던 이유가 `환율 효과`, 즉 강달러 덕분이었는데요.
이로 인해 올해 연간으로도 현대차와 기아가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합니다.
하지만 최근엔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한때 달러당 1,400원을 상회했던 환율은 최근 1,200원대로 내려왔습니다.
증권가에서도 이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데요.
물론 현대차와 기아가 차량 생산 회복에 힘입어 내년에도 최대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영업이익이 10조 원, 기아는 영업이익이 8조 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여기엔 `환율 변수`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만약 내년 환율이 올해보다 떨어지면 현대차와 기아의 이익 감소폭 또한 커질 수 있습니다.
<앵커>
자동차 회사의 미래 경쟁력은 `전기차` 아니겠습니까.
결국 미래엔 전기차로 돈을 벌어야 하는데, 현대차와 기아가 점유율을 확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죠?
<기자>
전기차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현대차와 기아의 고민거리라 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2년 전 전 세계 전기차 점유율이 20%에 육박했는데, 현재는 5%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여기에 미국 IRA 시행도 겹치면서 현대차와 기아가 전기차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생산 시설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요.
하지만 전기차 시설이 본격 가동되는 시점이 2025년이라는 점에서 이때까지 경쟁력을 어떻게 유지할지 시험대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철수 가능성이 제기되는 러시아 법인과 적자가 지속되는 중국 법인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이들 법인은 철수를 하게 되면 상환해야 할 비용이 크기 때문에 실적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정리하면 경기 침체로 인한 차 판매 감소, 환율, 전기차 경쟁력 등 이런 우려가 해소돼야 주가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신재근 기자였습니다.
신재근 기자 jkluv@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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