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카드로 현 여친에 가방 선물…살해범 소름돋는 행적
택시기사를 살해한 뒤 집 옷장에 숨겼던 30대 남성이 전 여자친구인 집주인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일보 12월 27일 자 14면 보도〉
27일 경기 일산동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택시기사 살인 및 사체은닉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모(31)씨는 현재 자신이 거주중인 집주인 50대 여성 A씨를 지난 8월에 살해했다고 추가로 자백했다. 이씨의 진술대로라면 A씨는 이미 4개월 전 사망했으나, 실종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8월 초 살해 후 인근 공릉천변에 유기”
이씨는 이날 오후 경찰 조사에서 “8월 초 A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가방에 넣고 차량에 실어 파주시 교하동 공릉천변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 이씨를 대동해 택시기사의 시신이 발견된 집에서 9㎞가량 떨어진 시신 유기 장소 일대를 찾아 시신 수색 작업을 했다. 수색에는 기동대, 수중수색 요원, 드론팀, 수색견 등이 동원됐다. 그러나 시신을 찾지 못한 채 날이 저물자 28일 오전 수색을 재개하기로 하고 철수했다. 주변에 폐쇄회로 TV(CCTV)가 없고 유기 시점이 4개월이나 지난 데다 최근 한파로 강이 얼어붙어 경찰은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5일 체포된 이씨는 A씨의 부재에 대해 “지난 여름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지만 이날 경찰이 추가 증거를 제시하자 태도를 바꿔 자백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의 차량 뒷좌석에서 혈흔으로 추정되는 성분을 발견해 정밀감식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할 예정”이라며 “이같은 증거를 제시하며 추궁하자 추가 범행을 자백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의 신분증 역시 이씨의 차 안에서 발견됐으며, 피해자 휴대폰도 이씨가 집에 보관 중이었다. 이씨는 자신이 살해한 A씨 명의의 아파트에 살면서 지난 20일 택시 기사 B씨를 살해해 시신을 옷장에 숨겨온 것이다.
택시기사 살해도 계획범행일 가능성 수사
경찰은 이씨가 저지른 택시기사 살해사건도 계획 살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10시 20분쯤 고양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를 충돌해 접촉사고를 낸 이씨는 택시 기사인 60대 남성 B씨에게 합의금을 준다며 집으로 데려와 둔기를 수차례 휘둘러 살해하고 시신을 옷장에 유기한 혐의로 조사를 받아왔다. 이씨는 취중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경찰은 계획범죄임을 입증할만한 증거들을 속속 확보하고 있다.
이씨의 범행은 옷장 속에서 B씨의 시신을 발견한 이씨의 현재 여자친구가 지난 25일 오전 11시 20분쯤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각됐다. 발각되기 전 이씨는 B씨의 행방을 찾는 가족들에게 ‘바빠’, ‘밧데리 없어’ 등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대신 보내며 범행을 은폐하려는 시도도 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B씨의 자녀는 25일 오전 3시 35분쯤 “아버지가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 않고 30분 전에 카카오톡은 했는데 통화는 거부하는 등 다른 사람인 것 같다”는 내용으로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씨 여자친구가 발견한 시신과 실종자가 같은 사람으로 확인한 뒤 같은 날 낮 12시 10분쯤 이씨를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병원에서 검거했다. 당시 이씨는 친구들과 싸우다가 손을 다쳐 치료를 받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범행 후 아파트에서 1㎞가량 떨어진 인근 공터에 B씨의 택시를 버리고 블랙박스 기록을 삭제하는 등 범행 은폐를 시도했다.
이씨는 범행 이후 피해자들의 신용카드로 수천만 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택시기사 B씨 카드를 이용한 대출금과 신용카드 사용액은 불과 며칠 사이 총 5000여만원에 달했다. 신용카드 사용 내역에는 신고자인 현재 여자친구에게 선물한 가방도 있었다.
지난 26일 살인 및 사체은닉 등의 혐의로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경찰은 정확한 살해 동기 등을 밝히기 위해 숨진 B씨에 대한 부검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하는 한편,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와 이씨의 휴대전화 등에 대한 포렌식 분석을 진행 중이다. 이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8일 오전 10시 30분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전익진ㆍ최모란ㆍ손성배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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