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게임사도 신용등급 전망 '뚝'…문제는 내년 더 큰 한파
얼어붙은 경기에 건설사에 이어 유통과 게임업체의 신용등급 전망이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문제는 올해보다 더 큰 한파가 몰아닥칠 내년이다. 신용평가사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에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락 압박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이달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롯데하이마트의 무보증사채(이하 회사채) 신용 등급 AA-로 유지했다. 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한 단계 내렸다. 재무제표 등 실적에 따라 후행적으로 평가하는 신용등급과 달리 등급 전망은 앞으로 1~2년에 걸쳐 신용평가사가 등급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등급 단계는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큰 ‘긍정적’, 현 상태가 유지되는 ‘안정적’ 그리고 등급이 내려갈 가능성이 많은 ‘부정적’ 3단계로 나뉜다.
롯데하이마트의 회사채에 붙은 ‘부정적’ 전망 꼬리표 역시 현재 AA-인 신용등급이 A+로 내려갈 수 있다는 신호로 채권시장에선 해석한다. 신용평가사들이 잇따라 롯데하이마트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한 데는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의 영향이 크다. 더욱이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경우 온라인 판매가 늘면서 오프라인 시장이 쪼그라드는 것도 부정적 전망의 이유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GS25 편의점, GS홈쇼핑 등을 보유한 GS리테일의 회사채 신용등급(AA) 전망도 지난 26일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당분간 신용등급이 한 단계 오를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뜻이다. 지난 3분기 기준 호텔 사업의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편의점과 홈쇼핑의 영업 수익성이 낮아진 게 걸림돌로 작용했다.
철강 업체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 최대 철강업체 포스코는 8년여 만에 최고 신용등급 ‘AAA’ 복귀를 앞뒀지만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 20일 ‘긍정적’이었던 포스코의 회사채 등급 전망(AA+)을 ‘안정적’으로 낮추면서다. 포스코 채권 등급은 2014년 AAA 등급에서 AA+로 조정됐다. 나이스신용평가가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당분간 AA+ 등급으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 데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철강 수요 위축을 예상해서다.
신용등급이 강등된 곳도 있다. 건축 자재 전문기업인 LX하우시스는 가라앉는 주택경기의 영향을 받았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0일 LX하우시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로 낮췄다. 최근 주택 건설이나 거래량 감소로 한동안 건자재 제품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게 신용등급 강등의 이유다.
한국기업평가는 이날 넷마블의 회사채 신용등급도 A+로 하향 조정했다. 게임업계 전반에 걸친 인건비 인상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단기간 실적 회복이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기업은 기존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채권(회사채)을 발행해야 한다. 자금 조달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내년 국내외 경기침체 우려에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 압박이 커질 수 있을 것으로 경고했다.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건설·자동차·철강 등 19개 업종(금융 제외) 중 내년 영업 환경 악화로 신용 등급 전망이 ‘긍정적인’ 업종은 “한 곳도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주택 경기와 소비 둔화에 직격탄을 받는 건설과 석유화학, 의류업종의 등급은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송태준 한국기업평가 IS실장은 “내년 영업 환경이 더 어려워지면서 신용등급 하락 압박을 받는 기업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성원 나이스신용평가 IS실장도 “고금리와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가 내년도 기업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신용등급 AA급 이상의 우량채와 비건설사 채권 위주로 수요가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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