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김경수 등 정치인 사면한 尹, “국력 모으는 계기되길”
27일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정치인을 대거 사면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낸 핵심 메시지는 국민통합이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청사에서 진행한 국무회의에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서 신중하게 사면 대상과 범위를 결정했다”며 “이번 사면을 통해 국력을 하나로 모아 나가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아픔을 이대로 둔 채로는 미래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다른 참모는 “마지막까지도 여론을 살폈다”며 “정치적 통합을 위한 여야 형평성도 고려했다”고 전했다.
국무회의 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서울 광화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화해와 포용, 배려를 통한 폭넓은 국민통합 관점에서 28일 자로 정치인·공직자·특별배려 수형자 등 1373명을 특별사면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28일 0시를 기해 효력이 발생한다.
먼저 한 장관은 MB를 포함한 정치인 9명을 사면·복권 대상자로 발표했다. 2018년 3월 첫 수감된 후 건강문제로 병원을 오가며 1년 8개월 동안 복역한 MB는 이번 특사 대상자가 됐다. 15년의 잔여 형기뿐 아니라 미납 벌금 82억원도 면제된다. 이외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의원, 최구식·이병석 전 새누리당 국회의원,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신계륜 전 민주당 의원, 강운태 전 광주광역시장 등이 포함됐다.
공직자 66명도 사면·감형·복권됐는데,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여기에 이름을 올렸다. 김 전 지사는 2017년 대선 당시 드루킹 일당과 댓글 조작 등을 공모한 혐의(업무방해)로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됐다. 다만 복권대상에는 들지 못해 2028년 5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됐다. 정부 관계자는 “대선 과정에 이뤄진 대규모 여론조작 사건이었고, 당시 그의 지위와 역할을 고려했을 때 복권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시절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적폐청산’ 수사 지휘를 통해 재판에 넘긴 이들도 대거 복권됐다. 박근혜 정부 인사로는 보수단체 불법지원 사건에 연루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조윤선 전 정무수석, 국가정보원을 동원한 불법사찰 의혹에 연루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복권된다.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았다가 가석방으로 풀려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는 잔형 면제·복권된다. 특활비 상납 사건에 연루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도 함께 복권된다.
이명박 정부 고위공직자 중에선 국정원 댓글 공작 사건을 주도한 혐의 등으로 총 징역 13년을 확정받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잔형 감형 대상이 돼 남은 형기가 절반으로 줄었다. 법무부는 보도자료에서 “잘못된 관행에 따라 불법행위를 저질러 법의 심판을 받은 주요 공직자를 특별사면해 다시 국가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번 사면은 통합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부패 세력과 적폐 세력의 부활”이라며 “적폐 수사를 주도했던 사람이 바로 윤 대통령인데, 이는 심각한 자기 부정”이라고 했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지사는 ‘나 끼워넣지 말아라’고 의사를 표명했는데도 억지로 집어넣는 건 그냥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자유의 몸이 된 김 전 지사가 정치적 활동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복권 없이 사면만 이뤄진 김 전 지사는 2024년 총선과 2027년 대선 등에는 나설 수 없다. 하지만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출석을 요구한 상황에서 친문 적자인 그가 장외에서 야권 구심점으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수감후 4년 9개월 만에 사면되는 MB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도 관심사다. MB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장은 서울대병원 입원 치료에만 전념할 것으로 안다”며 “시기를 봐 대국민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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