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北무인기에 신형 대공포 쏘겠다"더니…한발도 못쏜 軍

정진우, 김하나 2022. 12. 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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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5대에 군 당국이 27일 고개를 숙였다. 북한 무인기가 영공을 휘젓고 다닌 5시간 동안 군의 대응이 총체적으로 부실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강신철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적 무인기 5대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했고, 우리 군은 이를 탐지 추적하였으나 격추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군의 대비태세가 부족했던 점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쳤다”고 밝혔다.

강신철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대해 유감의 뜻을 밝혔다. 뉴스1

"군 대비태세, 총체적 부실"


지난 26일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은 군 방공망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북한 무인기 5대의 항적을 제대로 탐지·추적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군 당국에 따르면 5대의 북한 무인기 중 4대는 탐지자산(레이더)에서 소실된 뒤 항적이 나타나지 않았다. 해병대가 강화도 일대에서 수색을 했지만 잔해를 찾지 못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가 귀환했는지, 추락했는지 아직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무인기 도발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함동참모본부 등 종합]

군 당국은 북한 무인기에 대해 100여발의 기관포를 발사해 격추하려 했다. 하지만 격추작전의 성과는 전무했다. 이 과정에서 무인기 대응 작전에 투입됐던 공군 KA-1 경공격기 1대가 추락했다. 군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단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무인기의 경우 크기가 작은 데다 레이더 반사 면적이 좁아 탐지와 추적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무인기를 요격하는 문제에서는 미사일을 활용해서라도 떨어뜨려야 했는데 군은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소극적 상황 전파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오전 10시 25분 군사분계선(MDL) 이북 지역에서 최초로 무인기 항적을 포착한 이후 5시간이 지나서야 적 침투 및 국지도발에 관련한 최고의 경보 상태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한 것 역시 늑장 대처란 비판이 불가피하다.


생화학탄 탑재할 수 있지만 軍 '쉬쉬'


2017년 강원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중앙포토
앞서 국방부는 2017년 6월 강원 인제에서 추락한 북한군의 소형 무인기 기체를 발견했을 당시 이미 그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당시 북한 무인기는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를 촬영하고 정찰하는 목적이었지만, 북한이 마음만 먹을 경우 얼마든지 무인기를 활용한 직접적인 군사 공격이 가능하다는 게 군의 판단이었다. 당시 한민구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해 “북한 무인기는 사격체계나 다른 생화학물자를 탑재해 우리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위험성을 가진 북한 무인기를 요격하지 못한 이유로 ‘민간 피해’가 우려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정작 무인기가 상공에 떠 있는 상황에서도 군은 대민(對民) 상황 전파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인근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권명국(예비역 공군 소장) 전 방공포병사령관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나타나듯 전쟁 상황에서 무인기가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군이 대민 피해를 고려해 작전 수행이나 요격에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것은 군의 존재 이유 자체를 망각한 변명”이라고 말했다.

한민구 전 국방장관은 2017년 북한 무인기 기체가 추락한 채로 발견됐을 당시 북한이 무인기에 생화학물자를 탑재해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17년 당시 군은 발견된 무인기 기체를 북한군 소행으로 결론 내는 한편 즉각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우리 군은 무인기 침투 등 북한의 다양한 도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현존 전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추가적인 보강전력 확보를 가속화해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라면서다. 또 북한 소형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는 신형 대공포와 레이저 대공무기의 조기 전력화와 육·해·공군 탐지·타격 자산의 통합 운용을 약속했다.


말뿐인 '신형 대공포', 기관포만 '난사'


하지만 그로부터 5년 후 북한 무인기는 또다시 우리 영공을 뚫고 들어왔다.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추락한 기체를 발견해 분석한 과거와 달리 이번엔 초기에 북한 무인기를 식별했다. 하지만 탐지와 식별, 격추로 이어지는 무인기 대응 과정에서 가장 핵심인 ‘격추’를 놓쳤다면 결국 작전은 실패한 것이다.
북한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했음에도 군 당국은 1차 대응수단인 대공포 없이 기관포만 난사했다. 사진은 벌컨포에 탑승해 대공 감시중인 군 장병의 모습. 연합뉴스

실제 2017년 군이 약속했던 무인기 격추를 위한 ‘신형 대공포’와 ‘레이저 대공무기’는 말뿐이었다.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할 경우 1차 대응을 맡는 대공방어부대는 비호·벌컨·천마 등 대공포를 한 발도 발사하지 못했다. 육·해·공군의 통합 타격도 공언에 그쳤다.

군은 이번에도 5년 전과 동일한 ‘전력 강화’를 해결책으로 내놨다.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은 “무인기를 타격할 수 있는 필수 자산을 신속히 획득하고, 기존 전력화 추진중인 장비의 시기도 최대한 단축토록 하겠다”며 “초기부터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도록 적극 운용하며 타격 자산을 공세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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