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北무인기에 신형 대공포 쏘겠다"더니…한발도 못쏜 軍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 5대에 군 당국이 27일 고개를 숙였다. 북한 무인기가 영공을 휘젓고 다닌 5시간 동안 군의 대응이 총체적으로 부실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강신철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적 무인기 5대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했고, 우리 군은 이를 탐지 추적하였으나 격추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군의 대비태세가 부족했던 점으로 인해 국민 여러분께 많은 심려를 끼쳤다”고 밝혔다.
"군 대비태세, 총체적 부실"
군 당국은 북한 무인기에 대해 100여발의 기관포를 발사해 격추하려 했다. 하지만 격추작전의 성과는 전무했다. 이 과정에서 무인기 대응 작전에 투입됐던 공군 KA-1 경공격기 1대가 추락했다. 군이 총체적 난국에 빠졌단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무인기의 경우 크기가 작은 데다 레이더 반사 면적이 좁아 탐지와 추적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무인기를 요격하는 문제에서는 미사일을 활용해서라도 떨어뜨려야 했는데 군은 너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소극적 상황 전파도 도마 위에 올랐다. 오전 10시 25분 군사분계선(MDL) 이북 지역에서 최초로 무인기 항적을 포착한 이후 5시간이 지나서야 적 침투 및 국지도발에 관련한 최고의 경보 상태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한 것 역시 늑장 대처란 비판이 불가피하다.
생화학탄 탑재할 수 있지만 軍 '쉬쉬'
이 같은 위험성을 가진 북한 무인기를 요격하지 못한 이유로 ‘민간 피해’가 우려됐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정작 무인기가 상공에 떠 있는 상황에서도 군은 대민(對民) 상황 전파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이 때문에 인근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권명국(예비역 공군 소장) 전 방공포병사령관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나타나듯 전쟁 상황에서 무인기가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군이 대민 피해를 고려해 작전 수행이나 요격에 소극적으로 임했다는 것은 군의 존재 이유 자체를 망각한 변명”이라고 말했다.
2017년 당시 군은 발견된 무인기 기체를 북한군 소행으로 결론 내는 한편 즉각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우리 군은 무인기 침투 등 북한의 다양한 도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현존 전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추가적인 보강전력 확보를 가속화해 대비태세에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라면서다. 또 북한 소형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는 신형 대공포와 레이저 대공무기의 조기 전력화와 육·해·공군 탐지·타격 자산의 통합 운용을 약속했다.
말뿐인 '신형 대공포', 기관포만 '난사'
하지만 그로부터 5년 후 북한 무인기는 또다시 우리 영공을 뚫고 들어왔다.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추락한 기체를 발견해 분석한 과거와 달리 이번엔 초기에 북한 무인기를 식별했다. 하지만 탐지와 식별, 격추로 이어지는 무인기 대응 과정에서 가장 핵심인 ‘격추’를 놓쳤다면 결국 작전은 실패한 것이다.
실제 2017년 군이 약속했던 무인기 격추를 위한 ‘신형 대공포’와 ‘레이저 대공무기’는 말뿐이었다.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할 경우 1차 대응을 맡는 대공방어부대는 비호·벌컨·천마 등 대공포를 한 발도 발사하지 못했다. 육·해·공군의 통합 타격도 공언에 그쳤다.
군은 이번에도 5년 전과 동일한 ‘전력 강화’를 해결책으로 내놨다. 강신철 합참 작전본부장은 “무인기를 타격할 수 있는 필수 자산을 신속히 획득하고, 기존 전력화 추진중인 장비의 시기도 최대한 단축토록 하겠다”며 “초기부터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도록 적극 운용하며 타격 자산을 공세적으로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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