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 초청장 보내며 '강제북송'…국정원 직원들 "당황했다"

김철웅 2022. 12. 27. 17:3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문재인 정부에서 발생한 '북한 선원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해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을 연이틀 소환조사했다. 검찰은 당시 우리 정부가 실시한 합동조사가 이례적으로 일찍 종료된 배경에 서 전 원장의 지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 직원들로부터 “조사를 빨리 끝낼 사안이 아니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했다고 한다.

2019년 11월 7일 북한 선원 2명이 판문점을 통해 북측에 인계되고 있다. 이들은 자해를 하는 등 북송을 거부했지만 결국 인계됐다. 사진 통일부

김정은에 초청장 보낸 날 '인계 통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검사 이준범)는 27일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서 전 원장을 불러 조사했다. 서 전 원장은 문 정부 시절 또 다른 대북 사건인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직권남용 혐의(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로 지난 9일 구속기소됐다. 문 정부를 겨냥한 검찰 수사에서 모두 핵심 피의자인 셈이다.

서 전 원장은 2019년 11월,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동해상으로 넘어온 북한 선원 2명을 북측에 돌려보내기 위해 국정원이 주도한 합동조사를 조기 종료시킨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를 받는다. 검찰은 ▶선원들이 자필 귀순의향서까지 작성해 귀순 의사를 명확히 밝힌 점▶탈북민 조사가 통상 2주 걸리는데 이례적으로 조사 기간(사흘)이 짧았던 점▶당시 청와대가 북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할 동기가 있던 점 등에 비춰 '탈북민 강제 북송' 사건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합동조사에 참여한 국정원 직원들로부터 “당시에도 '이렇게 끝낼 일이 아니다'는 말이 많았다. 북송이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2019년 11월 26일 부산 벡스코에서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세안 각국 정상들이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검찰은 이 사건의 범행 동기로 부산에서 열린 한·아세안(ASEAN) 정상회의를 주목하고 있다. 선원들은 11월 2일 북방한계선으로 넘어왔고, 문 정부는 11월 5일 '인원 및 선박 인계'를 북측에 통지했다. 이날은 문 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 친서를 보낸 날이다. 탈북민 문제에 민감한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해 국정원이 합동조사를 급히 마무리하고, ‘귀순’ 등 표현이 빠진 보고서를 통일부에 전달했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檢 "문 정부 '자의적 판단'으로 북송"


이에 대해 서 전 원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한다.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당시 대북라인 핵심 인사들 역시 검찰 수사를 '정치적 의도'라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문 정부 청와대 관계자는 “선원들이 바다에서 이틀 간 도망다니다 북방한계선을 넘어 왔고, '죽어도 조국(북한)에서 죽자'는 말을 한 건 확인된 사실”이라며 “동료를 살해한 범죄자인데다 귀순 의사가 일관성이 없어 신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시 정부의 의사결정이 '자의적'이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전의 행적과 관계없이 귀순 의사가 확실한 경우, 탈북민의 법적 지위에 준해 법적 절차를 밟아야 했는데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조만간 정 전 실장을 불러 당시 청와대의 보고 과정을 따져볼 방침이다. 현재까진 문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 연루점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한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