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향한 '덕담 릴레이', 박병호는 든든한 조력자

안희수 2022. 12. 2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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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브로맨스 보여준 선·후배
박병호 MLB 경험, 이정후에겐 교본
지난 1일 열린 조아제약프로야구 대상 시상식에서 각각 대상과 최고타자상을 받고 포즈를 취한 박병호(가운데)와 이정후(왼쪽)의 모습. IS포토

'띠동갑' 박병호(36·KT 위즈)와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의 브로맨스(bromance·남성 간 친밀하고 깊은 우정)는 2022년 유독 진해졌다.

2018년부터 4년 동안 키움에서 한솥밥을 먹은 두 선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박병호가 KT로 이적하며 각자 다른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소속팀이 달라졌어도 둘은 각별한 애정을 자주 드러냈다.

6월까지 홈런 1위(26개)를 지키고 있던 박병호는 같은 기간 타격 6개 부문(타율·안타·홈런·타점·출루율·장타율) 5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던 이정후와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를 두고 경쟁했다. 당시 박병호는 "이정후는 5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다. 같은 팀에 있을 때도 그랬고, 떨어져서도 서로 응원한다. 함께 (MVP 후보로)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고 했다.

최종 승자는 타격 5관왕을 차지한 이정후였다. 그는 지난달 17일 열린 KBO 시상식에서 MVP에 선정, 아버지 이종범(현 LG 트윈스 코치)과 함께 세계 최초로 부자(父子) 수상이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날 박병호는 "항상 안주하지 않는 이정후를 옆에서 지켜보며 감탄했다. 대단하고, 대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후도 2022시즌 홈런왕(35개)에 오른 박병호를 향해 "홈런왕 트로피에는 (박)병호 선배님 이름이 새겨져야 정품 같다. 이 타이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배"라고 축하를 전했다. 이에 박병호는 "삼진을 많이 당하더라도, 홈런과 장타로 득점을 만들어내는 것이 내 장점이다. 야구를 잘하는 후배(이정후)가 그런 말을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이정후는 지난 19일, 2023시즌을 마친 뒤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소속팀 키움에 전했다. 이 소식이 MLB 공식 홈페이지 메인 화면을 장식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이제 이정후는 먼저 MLB 무대를 경험한 박병호에게 덕담·응원보다 조언을 더 많이 받아야 할 것 같다. 박병호는 지난 2015년 11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MLB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하며 빅리그에 입성했다. 2016시즌 첫 30경기에서 홈런 9개를 치며 무시무시한 파워를 증명했지만, 6월 출전한 19경기에서 타율 0.136에 그친 뒤 마이너리그로 강등됐다. 이후 다시 빅리그를 밟지 못했다.

이정후와 박병호. IS포토

박병호는 미국 무대에 도전한 2년에 대해 "많은 걸 배웠지만, 결과적으로 실패"라고 돌아봤다. 강속구 투구들이 즐비한 무대에서 자신이 느낀 한계도 인정했다.

'거포' 박병호와 콘택트 능력이 좋은 이정후는 유형이 다르다. 하지만 박병호가 미국 무대에서 느낀 점은 이정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박병호는 "이정후는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 없는 선수다. 무엇이 부족한지 알고,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안다"라면서도 "내 경험이 도움된다면, 얘기를 나누겠다"며 웃었다.

2023시즌 두 선수는 더 긴밀하게 교감할 전망이다. 재기에 성공한 박병호, 전성기에 돌입한 이정후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경쟁도 관심을 끈다.

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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