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청소년 인권침해 사례 들으니... 어른으로서 부끄럽다"
[윤성효 기자]
▲ 경남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경남비정규직노동지원센터는 27일 오후 창원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나도 한마디'라는 제목으로 '일터의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의 발언, 문화공연' 행사를 열었다. |
ⓒ 윤성효 |
청소년·대학생들이 일터에서 당했던 인권 침해나 차별을 쏟아냈다. 경남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경남비정규직노동지원센터가 27일 늦은 오후 창원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나도 한마디'라는 제목으로 행사를 열었고, 참가자들은 여러 사례를 들려준 것이다.
2016년 대입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부터 백화점 식품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 대학생 ㄱ씨는 "사장이 가장 강조한 말이 주휴수당은 없다는 것이었다. 이후 여러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주휴수당을 포함해서 주는 곳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사장들은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주휴수당, 법정휴게시간을 주기 싫어 몸부림쳤고, 그 몸부림에 휘말리는 대상은 저 같은 힘 없고 돈이 필요한 학생들이었다"고 회상했다.
고용노동지청 신고 상황을 설명한 그는 "PC방 알바를 하다 사장 때문에 그만뒀는데, 당연히 주휴수당을 못 받았다. 그런데 누군가 저에게 용기를 주어 고용노동지청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혼자 가기가 무서워서 친구와 함께 갔다"면서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지만 의연한 척하며 가서 근로감독관의 말에 따라 진술서를 썼다"고 했다.
이어 "만약 사장이 합의를 하지 않더라도 많은 벌금이 부과되지는 못할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만약 괘씸해서 그냥 벌금을 낸다고 하면 어떡하나, 개인정보를 다 알고 있는데 집으로 전화해서 난릴를 치거나 위해를 가하면 어쩌나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감독관과 사장이 통화하는 동안 불안했다. 괜히 신고를 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몇 분 후 휴대전화로 합의금에 대한 문자메시지가 와서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여러 알바를 했지만 주휴수당을 주는 곳은 없었고 심지어 최저임금도 보장해 줄 수 없다는 이야기도 듣고 나왔다"며 "주휴수당을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하지만 친구들은 제대로 인식을 못하고 있다. 내가 일한 대가를 정당하게 보장받기 위한 교육과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계속 거절했지만 강요식으로 말했다"
대학에서 '근로장학생'으로 일한다는 ㄴ씨는 "서약서는 대부분 내가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내가 학교에서 노동을 하는 동안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서만 적혀 있다"며 "내가 학교에서 일을 하다가 다치면 산재 처리가 가능한지, 우리에게 노동법을 적용시키고 있는 건지,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휴수당과 관련해 그는 "한 주 동안 규정된 근무일수를 다 채우면 유급 주휴일과 1일 분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는 법이 있다"며 "그러나 학교에서 노동하는 근로장학생은 주어진 노동시간을 최대로 채워도 주휴수당을 받지 못한다. 노동에 의한 월급이 아닌, 장학금 형태로 돈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학교에서 일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른 노동에 비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고깃집에서 일했다고 한 고등학생 ㄷ군은 과도한 업무강요와 알바비 일부 미지급 사례를 떠올리며 "사장한테 고용노동지청에 신고하겠다고 했더니 조롱하듯이 '신고해봐' 하면서 비웃고 욕까지 했다. 비정규직노동상담센터에서 상담을 했다. 같이 일했던 친구한테 알려줬다"면서 "나중에 돈을 받았다. 상담센터 아니었으면 돈도 못받고 끝날 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이런 사장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친구들 말을 들어보면 아직도 이런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한다.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 경남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경남비정규직노동지원센터는 27일 오후 창원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나도 한마디'라는 제목으로 '일터의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의 발언, 문화공연' 행사를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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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미 팀장은 상담 현장에서 본 학교 밖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과 상담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교육이나 상담은 거의 없다"면서 "지난 10월 청소년노동인권 강의 때 이야기를 들어보니, 부당한 대우를 경험하고 있다고 했으며, 교육 후에 상담을 받고 싶다는 청소년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편의점에서 일했다고 한 청소년은 강의를 듣고 나서 체불임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일한 시간을 증명할 수 없어 더 이상 진행을 못했다"며 "만약 노동법에 대해 더 일찍 알았다면 체불을 증명할 자료를 미리 준비하거나 대비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백화점 의류매장에서 일한 청소년을 상담했다고 한 그는 "나이 18세 이하에 정규직으로 입사했으나 매장이 폐장되면서 3개월만 일했다. 관리자가 '재고 조사했더니 물건이 부족하다, 직원들이 나누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해서 50만 원 정도 배상을 했는데, 임금에서 그만큼 때고 지급을 했다"면서 "사업장 내 발생한 문제와 관련한 비용을 임금에서 정산하는 방식은 불법이고, 사업주가 별도 조사를 통해 청구해야 한다. 이처럼 청소년들은 여러 이유로 일을 하면서도 부당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 팀장은 "청소년 노동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대다수 일하는 청소년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서도 참고 일하거나 그냥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일을 그만두고 나서도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라 했다.
그는 "학교 특히 직업계고교에선 그나마 노동인권이나 노동법 교육이 시작되고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학교를 그만둔 청소년의 경우, 관련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더 줄어든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며 "적어도 한 해 한번 이상은 청소년들이 노동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보장돼야 하고,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상담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청소년들의 여러 사례를 들은 서영옥 경남비정규직노동지원센터 상담실장은 "어른으로서 부끄럽다. 청소년들이 몰라서 여러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든 안 하든 학교 현장에서 노동교육이 반드시 필요하고, 적극적인 교육과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도 한마디' 행사에서는 다양한 문화 공연이 함께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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