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588% 주가폭등 '선수' 포착…檢, 진단키트 업체 영장청구
검찰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급증한 자가진단키트 수요를 업고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코스닥 상장사 등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지난 23일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등 의료기기 업체인 피에이치씨(PHC) 대표이사 등 5명에 대해 서울남부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다.
PHC는 2020년 8월 관계사인 필로시스가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검체채취키트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이후 17거래일 만에 1300원대였던 주가가 9000원대로 급상승(588%)했다. 합수단은 이 같은 발표 내용에 일부 허위이거나 부풀려진 정보가 포함돼 있고, 주가 급등 배경에 이른바 ‘선수’로 불리는 조직적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벌여 왔다.
이와 관련, 합수단은 지난달 3일 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로 PHC 임원 2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당시 다른 임원 2명은 영장이 기각됐는데, 검찰은 이후 보강수사를 통해 또 다른 자가진단키트 관련 코스닥 상장사인 S사의 인위적인 시세조종 정황을 파악해 이들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했다. PHC 대표이사 A씨를 비롯한 또 다른 임원 3명에 대해선 새롭게 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28일(2명), 내년 1월 4일(3명)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다.
합수단은 PHC와 S사 외에 역시 자가진단키트 등 코로나19 관련 제품 개발·판매 업체인 G사, A사 등에서도 비슷한 수법으로 주가가 급등한 단서를 잡았다고 한다. 구속영장 청구에 앞서 이들 업체에 대한 압수수색도 벌였다. PHC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에 “압수수색 이후 추가로 파악된 사실이 없어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당시 PHC는 일부 언론을 통해 “조사를 받고 있지만, 의혹일 뿐 확정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PHC와 S사는 지난 3월 2021년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 감사의견이 ‘의견거절’로 나오면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 현재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 관련사의 경우 정부의 개발·허가 지원과 수요 증가에 힘입어 2020~2021년 매출을 큰 폭으로 끌어올리며 주목받았다. PHC의 경우 2019년 약 94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375억원으로 뛰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세 감소와 함께 자가진단키트 등 관련 제품에 대한 수요도 급감하면서 이들 업체의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른바 ‘선수’들이 서로 짜고 기업을 인수해주거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등의 수법으로 주가를 뻥튀기한 뒤 일반 투자자들은 큰 피해를 보는 동안 대규모 시세차익을 누린 것으로 보고 수사망을 넓힌단 방침이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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