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교회 헌금보다 직접 기부?… 헌금 놓고 온라인 설왕설래

양민경 2022. 12. 27.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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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을 맞아 보육원에 수백만원어치의 유명 브랜드 패딩점퍼와 케이크 등을 전달한 '플렉스(Flex·소비 자랑을 뜻하는 신조어) 부부' 이야기가 최근 여러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된 부부의 선행을 다룬 이들 기사에서 적잖은 이들이 주목한 건 "기독교인이지만 헌금을 교회에 하지 않고 1년간 저축했다가 가치 있는 곳에 사용한다"는 대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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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DB

성탄절을 맞아 보육원에 수백만원어치의 유명 브랜드 패딩점퍼와 케이크 등을 전달한 ‘플렉스(Flex·소비 자랑을 뜻하는 신조어) 부부’ 이야기가 최근 여러 언론에 보도됐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개된 부부의 선행을 다룬 이들 기사에서 적잖은 이들이 주목한 건 “기독교인이지만 헌금을 교회에 하지 않고 1년간 저축했다가 가치 있는 곳에 사용한다”는 대목이었습니다.

기사 댓글 창엔 “참 그리스도인이다” “개독교인이 아닌 진정한 기독교인을 봤다” “기독교인 싫어하는데 이렇게 교리를 잘 실천하는 분들은 존경한다”는 등의 댓글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들 댓글에 ‘좋아요’를 눌러 공감을 표한 이들도 상당수였습니다. 헌금을 교회 등 종교시설이 아닌 취약계층에 직접 기부하는 게 참 종교인의 덕목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꽤 있다는 방증입니다.

‘플렉스 부부’처럼 헌금을 모아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곳에 전달하는 기독교인을 한국교회에서 찾는 건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30대 직장인 A씨는 몇 년 전부터 온 가족이 출석하는 서울의 교회 대신 농어촌 지역 미자립교회에 감사헌금을 보내고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지역 어르신을 물심양면으로 섬기는 농어촌교회 목회자를 다룬 언론 보도를 접한 게 계기였습니다. A씨는 “출석교회는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기에 정기적으로 드려온 감사헌금을 농어촌교회로 보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출석교회 목회자에게도 양해를 구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50대 직장인 B씨도 교회 헌금 외에도 국제구호개발기구와 해외 선교사 각각에게 매달 후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B씨는 “교회 지원 기관 이외에도 도움이 필요한 데가 있지 않으냐. 큰돈은 아니지만 그런 곳에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게티이미지

온라인에서 설왕설래 중인 이 주제, ‘헌금은 출석교회에만 내야 하는가’는 기독교인의 오랜 논쟁거리였습니다. 목회자와 신학자들은 대체로 ‘출석교회에 내는 게 맞다’는 입장입니다. 2009년 시작해 지금껏 국민일보 인기 코너로 자리매김한 ‘박종순 목사의 신앙상담’에도 수차례 등장한 질문입니다. 박 목사의 답변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자신이 섬기는 교회에 드리는 것이 헌금의 정도(正道)다.” 특히 십일조는 “내 것을 떼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것을 구별해 드리는 것”이기에 사용처를 임의로 정해 처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합니다.

교회 안팎에서 헌금을 취약계층에 바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교회 신뢰도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입니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 종교사회학 교수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실시된 종교인식조사를 보면 한국교회 신뢰도가 굉장히 낮은 수준인데, 이는 비기독교인뿐 아니라 기독교인 가운데도 교회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정 교수는 “헌금 사용에 대한 성도의 의구심이 커지고 동시에 가나안 교인 등 탈 교회 교인 증가가 가속화된다면 헌금을 여타 기관에 직접 기부하는 추세는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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